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시에서만 살아왔다. 내가 살았던 곳이 비록 엄청난 규모의 도시는 아닐지 몰라도 내가 필요로 했던것은 모두다 갖추고 있었기에 만족하며 살았고 특별히 도시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변해가는 주변 환경을 보면서 물론 그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나는 아주 가끔 시간이 날때면 내가 어렸을때 살던 동네에 가보곤 했다. 내가 즐겁게 뛰어놀던 어릴적 그 동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그때 그 모습이 아니었다. 개발로 인해 폐허가 되어 빈 집이 많았고, 내가 즐겨 놀던 골목길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역시 몇 년이나 몇 십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기억속에 어릴적 살았던 동네에서의 모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동네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놓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이 책은 짧은 글들과 사진을 통해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거 같다. 특히 부산에서 성장한 저자는 부산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부산'은 나에게 많은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부산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한번도 살아본적이 없지만 부산은 나에게 너무도 익숙한 도시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산을 방문한 횟수가 아마도 수백번 아니 천번도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방문한 부산이지만 사실 내가 갔던곳은 그리 많지는 않다. 어느정도 범위가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은 아마도 해운대 주변인거 같다. 큰아버지와 이모께서 살고 계셔서 정말 많이 갔었는데 어릴때에는 하도 자주가서 거기서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친해져서 공짜로 맛있는걸 많이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 외에도 영도다리 근처라던지, 남포동거리, 사직구장 근처에도 많이 갔었고 국제시장도 나의 단골 장소였다. 이 책에 나와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예전에 자주갔던 부산의 이곳 저곳이 많이 떠오른다. 특히 사진들이 흑백이어서 더욱더 그러한거 같다. 그러한 기억들 외에도 사촌들과 놀다가 밤에 깡패를 만나 실컷 얻어맞고 돈을 빼앗긴 기억도 나고 낚시배를 얻어타고 낚시 구경을 했던 일도 떠오른다. 이 책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하지만 역시 사진들이 더욱더 나에게 와닿는다는것을 느낀다. 부산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최대의 항구도시이지만 이 책속의 다양한 사진들이 부산의 소박함을 느끼게 해주는거 같다. 저자는 애초에 글과 사진이 종속적 관계가 아닌 상호간의 길항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기획되었다고 했다. 책속에 담겨있는 글과 사진이 내용상으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속의 나에게 이 책은 편안한 위안을 주는거 같다. 이 책속에 담긴 모습들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책을 볼 수가 있어서 좋았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