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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2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덧 2009년도 3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해가 시작될때마다 올해의 목표를 생각하고 꼭 이루리라 다짐을 하곤한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룬기억은 거의 없다.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목표를 세워왔기 때문이다.
올해도 나는 나만의 목표를 세워놓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표를 이루었을때 희열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반대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때는 큰 실망을 하고 낙담하고 만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있는것이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 대부분은 과정보다는 결과로서 평가 받고 있으니 말이다.
목표를 이루지못했을때 사람들은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 노력한 과정은 무시하고 비난하고 만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만 좋으면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포츠 경기에서 발생한다.
물론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우승을 목표로 훈련을 한다.
하지만 우승 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선수들도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그런 선수들은 많았다.
대표적으로 수영에 출전했던 아프리카의 어떤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골인하고 한참 뒤에야 들어올수 있었다.
그 선수가 골인하면서 많은 박수를 받는걸 봤다.
그 선수가 아니더라도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한 선수들은 경기를 하지 않더라고 자신이 입상하지 못할것이라는걸 충분히 알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러한 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스포츠 경기는 몇몇 선수들만 참가하는 초라한 시합이 될것이다.
과연 우리의 인생은 스포츠와 같이 결과와 함께 과정도 중요시 될 수는 없는것일까.
이번에 만난 책은 소위 성장소설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성장소설이라고 할만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성장소설은 나에게 생소한 이야기인 것이다.
과연 이 책에서는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뒤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도 궁금해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기요세 하이지는 간세 대학 문학부 4년생이다.
고등학교때까지 그는 전도 유망한 마라톤 선수였는데 다리를 다쳐 선수생활을 마감한 인물이다. 기요세는 우연히 편의점 빵을 훔쳐 달아나는 구라하라 가케루를 보게 된다.
가케루의 뛰는 모습을 본 기요세는 반하고 말고 그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쿠세이소로 데려오게 된다.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근처에 있는 다쓰러져가는 아파트인데 그곳에는 이미 기요세를 포함해 9명이 살고 있었다. 비어있던 마지막 방에 가케루가 기거하게 된것이다.
기요세는 가케루의 환영식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일본의 대학 육상선수들이 연초에 도쿄와 하코네를 이어 달리는 마라톤 경기이다.
한마디로 마라톤 계주인것이다.
스포츠에는 관심이 많은 나지만 처음들어보는 경기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봤는데 그런 경기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는 경기로 이 책에 나오는 내용과 거의 흡사한거 같았다.
그런데 이 경기의 참가인원이 10명이었다.
한 명이 20km이상을 뛰어서 총 217.9km를 완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것은 아니었다.
본선 출전팀은 총 20개 팀인데 작년대회 10위까지는 시드를 배정받아 본선에 자동 출전하지만 나머지 10팀은 예선을 거쳐 선발하는 것이다.
또 그 예선 출전 자격도 제한이 되어 있었다.
당연히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은 반대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기요세에게 설득당하고 우선 예선 출전 자격에 들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다.
지쿠세이소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꿈을 지니고 있고 그동안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하코네 경주 참여를 제안한 기요세 하이지를 비롯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꼼꼼한 성격의 이와쿠라 유키히코,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육상선수로 활약했으나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둔 구라하라 가케루, 삼수를 했고 대학도 5년째 다니고 있는 일명 니코짱 히라타 아키히로, 신입생 쌍둥이 조 타로·조 지로, 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 보는것을 더 좋아하는 퀴즈왕이며 킹이라 불리는 사카구치 요헤이, 아프라카 유학생 무사 카말라, 운동이라곤 해본적도 없고 만화책에만 빠져사는 가시와자키 아카네, 시골출신으로 신동이라 불리는 스기야마 다카시 까지 그들중 제대로 대회에 참여가 가능한 사람은 가케루 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달리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었지만 그들은 어느새 그들이 꿈꾸었던 하코네 역전 경주대회 참여를 눈앞에 두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고된 훈련으로 힘들지만 행복해보였다.
아마도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까이 가고 있었기 때문인거 같다.
가케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방 포기할거라 생각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주고 있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열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껴본거 같다.
지쿠세이소의 구성원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대회를 통해 성장했듯이
나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좀더 성장한거 같은 생각이 든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노력을 해야할것이고 그래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는 것은 좋지 못한듯하다.
분명히 후회가 남을 테니 말이다.
이 책속의 인물들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랬기에 그들의 모습이 더욱더 멋져보인다.
그리고 과거의 내 모습과 비교가 되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고 내 자신의 열정과 의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일을 나는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그 일은 지금까지도 후회로 남아 있고 아마 내 평생 가슴속에 남아 있을거 같다.
이런 나이기에 그들이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TV를 통해서 보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WBC결승전을 KBS를 통해 보았는데
경기 중간 중간 나오는 광고에서 고교 구간 마라톤 경기 중계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 경기도 하코네 경주와 비슷한 방식으로 치뤄지는 거 같았다.
그 경기에 참가하는 고등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달렸을지 궁금해진다.
그들도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누군가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마라톤은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 등으로 코스가 구성되어있는데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평탄한 시기가 있는가 하면 큰 성공을 거두는 시기가 있고 실패를 맞볼 시기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라톤은 오버 페이스를 하면 완주를 할 수가 없다.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달려야 하는것이다.
마라톤이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지만 완주의 기쁨을 맞보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딛고 견뎌내듯 우리도 인생에서 시련을 딛고 밝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야할 것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지쿠세이소의 구성원들처럼 나의 목표를 향해 결코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달려갈 것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하코네가 아니다. 달리는 것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어딘가 더 멀고, 깊고, 아름다운 장소. 지금 당장은 무리더라도
난 언젠가 그 장소를 보고 싶다. 그때까지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