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위에게 올 것이 왔다.

언론은 이미 그녀로부터 등을 돌렸고, 소렌스탐같은 대선수도 그녀를 대놓고 비난한다.

"미셀 위를 따라다니는 갤러리가 거의 없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그녀가 기권해버린 건 자신에게 쏟아지던 관심이 줄어들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오히려 지금이 미셀 위에게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녀는 늘 남자대회를 목표로 삼아 왔지만,

이벤트성이라는 비난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매스컴과 갤러리의 관심이 모두 사라진 지금에도

미셀 위가 계속 남자 대회에 도전한다면

난 그녀의 진정성을 인정할 거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꾸준히 도전해서 결국 컷을 통과하고,

더 나아가 톱 텐 안에 든다면

미셀 위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다시금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리라.

"역시 천재!" 어쩌고 하면서.

 

그런데... 그녀의 행태로 보아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남자대회 1라운드에서 기권한 이유를 아버지는 팔목이 아파서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잽싸게 여자대회에 나가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텐가?

LPGA(여자골프협회)에는 18세 미만인 경우 참여할 수 있는 대회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는데

미셀 위가 남자 대회에 수시로 참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내년이면 미셀위에게 가해졌던 이 족쇄가 풀린다.

즉, 얼마든지 여자 대회에 참가해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거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가망이 없어 보이는 남자 대회와 이른 시간 안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여자 대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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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서틴'이 개봉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그 감독이 1편을 만든 소더버그라는 걸 알았을 때

"그런 천재 감독도 돈에서 별반 자유롭지 못하구나" 싶었다.

그 정도 재능이면 얼마든지 새롭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것 같은데

전작의 흥행에 안주하며 그리 재미도 없는 작품을 양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난 13을 아직 보지 않았지만 바로 전에 나온 '12'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속편이 전편보다 재미가 없는 건 전편의 플롯을 반복하기 때문이고

사람이란, 익숙한 플롯에서 재미보다는 식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속편이라고 다 같은 속편은 아니어서

오션스 시리즈처럼 안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만듦으로써 민폐를 끼치는 영화가 있는 반면

이야기의 완결을 위해 꼭 필요한 속편도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매트릭스 시리즈,

그리고 내가 중학교 때 보기 시작한 백 투 더 퓨쳐 시리즈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전편보다 재미가 덜할지언정 이야기의 완결이 궁금해 보게 된다.

캐러비안의 해적 3편도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은 별로 재미없다고 말하고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전작들에 비하면 유머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두시간 40분의 상영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한 일,

사전 정보 없이 본 탓에 나갈 때 시계를 보고서야

그렇게나 오래 했나 깨달았을 정도.

굳이 이 영화에서 지루한 부분을 찾자면 초반 20분 정도였는데

그건 조니 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니 뎁은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앞으로 그를 볼 때마다 해적의 이미지만 떠올릴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출연진들은 한번도 이를 닦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매트릭스의 네오가 아침마다 이를 닦는 인상을 주는 반면

이들은, 해적이라서 그렇겠지만, 진짜 안닦고 살 것 같다.

난 이 닦는 걸 워낙 중시하는지라

조니 뎁의 입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걸 느꼈는데

키라 나이틀리가 조니 뎁에게 키스하려 할 때

그가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거절한 게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에 해적 영화가 또 만들어진다면

이도 닦는 깔끔한 해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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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진라면 2007-06-0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안녕하십니까. 해적도 시대가 변했으니 이를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곤히 잠드는 건 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사람의 특권이다,라고 말했던 까닭은

내가 잠을 깊게 못들기 때문이었다.

백수라는 특성상 하루를 소일하면 소일했지, 치열하게 살 리가 없으니까.

오늘 새벽 두시 반, 갑자기 잠에서 깬 이유도

세시간 정도 잤으면 충분하다는 내 몸의 신호이리라.

찬물을 세컵 정도 마시고 뭘 할까 고민하다

새벽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백수라는 게 티가 나도록 대충 옷을 챙겨입고 새벽 거리를 걸었다.

새벽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북적댄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금요일의 연장,

"토요일보다 금요일이 더 손님이 많아요"라고 말하던

단골 술집 주인의 말이 떠올려진다.

주5일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게 아님에도

금요일이 성황을 이루는 건,

술을 마시는 계층이 직장인보다는

일에서 자유로운 20대여서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봤다.

 

평소 자주 지나가던 길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길 구석구석이 새롭게 느껴진다.

해산물을 파는 술집은 여전히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회를 비롯해 해삼, 멍게, 개불 등을 파는 그집은

보도블록에 테이블을 갖다놓고 영업을 해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그런 데서 마시는 게 색다른지 식당 안쪽보다 더 먼저 사람이 들어찬다.

딱 한번 가봤지만 별로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장사가 아주 잘되어 그 옆의 건물까지 사서 확장을 했다.

백수심의 발로겠지만, "저 술집을 내가 했다면 좋겠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치마가 짧은 여자분들도 제법 눈에 띈다.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지 "저러고 다니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만

그런 분들 때문에 새벽 산책이 더욱 즐겁긴 하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고픈 욕망, 박정희는 왜 그런 자연스런 욕구를 억제하려 했을까.

자신은 궁정동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서?

이유가 뭐든간에 그거 하나만으로도 군사독재는 충분히 나쁘다.

 

반팔을 입고 다니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

오히려 새벽 바람이 시원하기만 하다.

사람들 중엔 "벌써 여름이 왔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새벽이라도 시원한 걸 보면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았다.

이제 진짜 여름이 닥치고

그때 되면 하루 24시간 중 더위를 식히며 숨을 고를 곳은 없으리라.

 

30분간의 산책이 끝난 게 뿌듯해서

라면을 끓인다.

오뚜기진라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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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5-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밤에 술먹고 들어온 동생한테 스낵면 끓여줬어요. 새벽에 마늘 뽑으러 간다고 라면 먹어야 아침에 속이 쓰리지 않다고 하니 끓여줄 밖에요. 술먹고 라면 먹으면 속이 풀리나요?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에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었단다.

그에게 좀 노는 형이 하나 있었는데, 워낙 숫기가 없던 토마스를 위해 돈을 주고 여자를 데려온 뒤

토마스와 같은 방에 밤새 넣어 두었다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토마스를 유혹했지만,

토마스는 정말 대단하게도 거기 넘어가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게 노는 형이 없는 탓에 토마스 아퀴나스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 난 종류는 다르지만 강도 면에서는 하등 딸릴 게 없는 유혹에 시달리는 중이다.

모든 비만인들의 숙적인 식욕의 유혹에.

좀 일찍부터 잔 탓에 새벽 두시에 깼고

누운 자세로 한시간 동안 책을 읽다보니 배가 고파진 거다.

혹시나 싶어 부엌에 가 찬장을 열었더니 그때 사놓은 오뚜기진라면 몇개가 날 반긴다.

먹을까 말까를 3분간 고민하다 내 자리로 와 다시금 책을 집어들었다.

도무지 책의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안의 악마는 '밥만 안말아먹으면 되잖아?'라며 타협을 시도하지만

산처럼 솟은 배를 보며 겨우 참아낸다.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잠도 안오고 배만 고프다.

그렇게 난 한시간을 버텼다.

정신이 혼미해서 그런지 배고픈 게 조금은 진정되었다.

하지만 난 안다.

여기서 방심하면 안된다는 걸.

앞으로 한시간 정도만 더 버티면 잠이 올 것이고

그러면 난 많은 사람들을 무릎꿇린 식탐이란 악마와 싸워 이긴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이 된다.

잠아, 빨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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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일요일,

난 점심으로 오뚜기진라면을 먹자고 결심했다.

내 닉네임으로 쓸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인데 결심 운운하는 게 생뚱맞지만

사실 난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진라면을 먹지 않았었다.

냄비에 물을 얹고 가스불을 켠 다음 찬장을 열어 라면을 찾았다.

없다.

진라면이 한개도 없다.

가게가 그리 멀지 않지만, 물 끓이다 말고 라면 사러 가는 건 얼마나 귀찮은가.

필사적으로 라면을 찾았다.

여전히 없다.

도대체 내 라면을 누가 다 먹어치운 걸까.

딱 한개 남은 라면은 누가 사다놓았는지 모르겠는 너구리였다.

'이거라도 먹어야지' 하면서 난 냄비에 너구리를 넣었다.

 

한젓갈 떴을 때 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꼈다.

놀란 나머지 남은 면도 후루룩 먹어치웠고

그 얼큰한 국물에다 밥도 한그릇 말아먹었다.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남은 국물 한방울이 아쉬워 냄비를 핥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 오랫동안 너구리를 외면하고 살았다.

한 7년? 십년?

그 너구리가 너무 강렬했기에

가게에 가서 진라면 몇개와 너구리 3개를 샀고

그 중 한개를 어제 점심 때 끓여먹었다.

실로 대단한 맛이었다.

그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는 눈녹듯 사라지고

내게 남은 건 포만감과 뿌듯함, 그리고 상쾌함이었다.

 

젓가락을 놓고 반성했다.

내가 너무 편협했다는 걸.

진라면은 분명 맛있지만 이 세상에는 맛있는 라면이 또 있고

오랜 세월 동안 외면하고 지낸 것 중에도 보석은 있다.

앞으로도 난 진라면을 많이 먹겠지만

틈틈이 너구리를 먹을 것이며

그밖에 또 맛있는 게 없는지 부단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여러분도 간만에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시는 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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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5-0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여요. 오뚜기진라면님. 저도 너구리(매운맛;) 좋아해요. 쫄깃쫄깃한 면빨이 최고죠. ^^

2007-05-02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7-05-0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군요. 그 오래 세월을 너구리의 맛을 모른채 살으셔다는게... 종종 애용하세요. 전 아직도 너구리 보면 하희라가 선전하던 게 생각이 나요.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