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에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었단다.

그에게 좀 노는 형이 하나 있었는데, 워낙 숫기가 없던 토마스를 위해 돈을 주고 여자를 데려온 뒤

토마스와 같은 방에 밤새 넣어 두었다고 한다.

여자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토마스를 유혹했지만,

토마스는 정말 대단하게도 거기 넘어가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게 노는 형이 없는 탓에 토마스 아퀴나스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 난 종류는 다르지만 강도 면에서는 하등 딸릴 게 없는 유혹에 시달리는 중이다.

모든 비만인들의 숙적인 식욕의 유혹에.

좀 일찍부터 잔 탓에 새벽 두시에 깼고

누운 자세로 한시간 동안 책을 읽다보니 배가 고파진 거다.

혹시나 싶어 부엌에 가 찬장을 열었더니 그때 사놓은 오뚜기진라면 몇개가 날 반긴다.

먹을까 말까를 3분간 고민하다 내 자리로 와 다시금 책을 집어들었다.

도무지 책의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안의 악마는 '밥만 안말아먹으면 되잖아?'라며 타협을 시도하지만

산처럼 솟은 배를 보며 겨우 참아낸다.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잠도 안오고 배만 고프다.

그렇게 난 한시간을 버텼다.

정신이 혼미해서 그런지 배고픈 게 조금은 진정되었다.

하지만 난 안다.

여기서 방심하면 안된다는 걸.

앞으로 한시간 정도만 더 버티면 잠이 올 것이고

그러면 난 많은 사람들을 무릎꿇린 식탐이란 악마와 싸워 이긴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이 된다.

잠아, 빨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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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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