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 도전기: 1일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지난 주말, 하릴없이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던 중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글을 읽고 ‘나도 한 번 해봐..?’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역시 생각으로만 그친 채 월요일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샐러드를 먹으며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마침! 마치 어떤 계시와도 같이! 문득 접속한 북플에서 하이드님의 도파민 디톡스 일주일 도전기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의욕이 샘솟아 당장 스크린타임을 설정하고 일주일 목표를 세웠다.
일주일 목표:
1. 트위터, 인스타 등 소셜미디어 끊기 (스크린타임 1분 설정)
2. 출퇴근길, 샤워 중 의미 없이 틀어 놓는 음악 줄이기
3. 라면, 인스턴트 커피 등 가공식품 안 먹기
4. 술 안 마시기 (근래에 갑자기 맛들려서 맥주 몇 캔을 사다둠ㅜ)
5. 유튜브 예능 드라마 등 TV 안 보기
6. 폰 게임 안 하기 (스크린타임 1분)
7. 이북 제외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스크린타임을 활용)
완전히 망가진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카톡이나 문자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하며, 퇴근 후에는 휴대폰을 되도록 만지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다만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이북을 읽는 것은 괜찮고, 이것도 저녁 10시까지만! NYT/Atlantic/WP는 주제의 한 꼭지정도만 읽을 수 있도록 각 15분으로 설정했다.
그렇지만 그림에세이나 만화책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여..ㅎ 그 정도는 나에게 허용해주기로 함^^ 블로그나 북플 등의 블로그 활동도 일단 내게 찾아온 변화를 기록하고 싶기도 하고.. 여기에 오랜 시간을 쓰지는 않으니까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제 꼬박 하루가 지났는데 고작 반나절만에 정말 큰 변화가 느껴져서 신기하달지 여태 휴대폰 및 의미 없이 틀어 놓는 음악이나 티비 프로그램에 이렇게나 많은 시간과 인지력을 낭비하고 있었음에 놀라웠달지 조금 복잡한 마음이다.
퇴근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운동하고 저녁을 만들어서 꼭꼭 씹어먹고 손설거지도 하고 다음날 도시락준비며 고양이들 치다꺼리까지 마쳤는데 7시 반밖에 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평소대로라면 9시는 되어야 끝나는 일이다;;)
혼자 식사하는 시간의 틈이 부담스러워서 집중해서 시청하지 않더라도 늘 뭔가를 틀어두곤 했었는데 적막 속에서 식사를 하니 왠지 배도 좀 금방 부른 것 같고, 설거지도 빨리 하게 되는 것 같고. 혼자 타국에 나와 산 지가 벌써 십 년인데, 그동안 ‘혼자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유독 버리지 못하고 고집스레 가지고 왔던 습관이 큰 결심이나 의도 없이 깨졌고, 그 과정이 의외로 힘들거나 어렵지 않아서 묘한 기분이 되었다. 의도치 않은 곳에서 변화의 싹이라는 보물을 발견한 느낌마저 들었다. 조금 과대포장된 해석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필요한 마음.
확실히 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명상을 할 짬이나 의지가 생기기도 했고, 잠도 더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고양이들와 오롯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짬을 내서 놀아준다고 하긴 했지만, ‘짬을 내는 것’과 고양이들만을 위해서 따로 시간을 예비하는 것은 다르니까.. 일주일이 너무 길 것 같아서 딱 일주일만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30일 또는 40일 동안 지속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치만 근데 그러려면.. 주말에 듣는 클래식이나 재즈음악정도는 허용해줘야 할 듯. 시사교양 및 마음 챙김 팟캐스트도 시간이나 날짜를 정해 도입해볼까 생각 중이다. 정말 놀라운 우연이었지만, 도전기를 함께 나눔으로써 나를 이렇게 쉽게(!) 변화의 길에 접어들게 해준 하이드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