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합창단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한국가곡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합창단을 했다. 어쩌다 보니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을 다닐 때도 합창 활동을 했구나. 한동안 합창을 하지 못했다. 먹고사니즘이 유난히 발목을 붙잡아 합창연습 시간에 참석할 수 없는 날들이 길어졌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드디어 붙잡힌 발목을 잘라내고 나니 그동안 노래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서인지 발성이 되지 않는다.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긴다고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하이 A음은 올라가야 하지 않겠니? 열심히 합창 활동을 할 때는 하이 B음도 잘 올라갔는데 말이다.

 

예전에 활동하던 합창단은 그동안 내가 거주지를 옮겨서 찾아가려면 연습 장소가 너무 멀다. 그래서 지금 주소지 근처에서 활동하는 합창단을 검색하니 시립합창단과 실버합창단을 제외하면 딱 한 개의 합창단이 활동하고 있다. 혹시 오디션을 해야 하나, 싶어 게시된 전화로 연락하니 연습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며 방문하라고 한다. 지정일에 방문하니 신입 인사를 시키고 합창을 한 적 있느냐?’ ‘파트가 뭐였냐?’만 묻고 소프라노 자리로 안내해 줬다. 그렇게 다시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 부르니 좋구나. 야외무대에서 그리운 금강산꽃이여를 불렀다. 다른 단원들도 코로나 때문에 오래 공연을 하지 못해 거의 삼 년 만에 오르는 무대라고 한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암보를 하고 지휘자를 집중해서 바라보며 노래하는 버릇이 있는데 다른 단원들은 암보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새로운 악보를 받을 때마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합창연습을 하는 만큼 입시공부를 했으면 인서울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불편해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내게는 번거로운 일이다. 그 불편을 감수하며 합창단 활동을 하는 것은 그만큼 함께 부르는 노래가 좋아서이다. 혼자 부르는 노래는 때로 쓸쓸하지만 함께 부르는 노래는 화음이 있어 좋다. 그리고 노래를 할 때는 사람들과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입이 하나라서 가능한 일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다.

 

합창단에서도 때로 정치가 필요하지만, 예전과 달리 나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예전 합창단에서는 최소한의 정치를 했다) 나이가 깡패라서 가능한 일이다. 합창 외에 개인적인 친분을 맺지 않는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도 하지 않아 무수히 승진 기회에서 떨어진(떨어졌다고 믿는) 내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마음 가는 대로가 내가 사는 방식이다. 가고 싶은 길을 가다가 발생하는 문제는 내 책임이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지고 살면 그만 아닌가?

 

노래 얘기를 하다가 왜 인생으로 빠지는 거냐? 요즘처럼 인생이 심심(싱겁다는 말이다)해서 만족한 적이 없다. 심심하고 詩詩해서 행복하다. 이렇게 오래 살고 싶다. 오래 살아야 책도 읽고 노래도 하고 영화도 보고 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니? 이 시간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칭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