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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독창적인 소설은 관찰된 사건의 재해석을 통해, 아주 유쾌한 결론을 내어 놓는 소설이다. 과거 일어났던 사건을 뒤집어서 재해석해냄으로써 색다른 발상이 주는 유쾌함을 독자들에게 준다. 이 유쾌함은 소설의 독특한 서술구조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대한 발칙한(?) 반항적 해석으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으로써 더욱 배가 된다
  도중에 쓸데 없는 군더더기같은 내용이 있다는 점은 아쉬우나, 이런 내용들도 결말을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할 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읽어보라. 그러면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그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도퇴되어 버린 듯한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또한 너무나도 숨막힐 것 같은 경쟁에 대해 비판해주는 동지이기도 해서랄까. .
  어쩌면 나는 나의 무기력함을 이 책을 통해 정당화하려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허나 그럼에도 나는 체질적으로 경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남보다 더 잘해야지만 인정받는 세상보다, 그저 나로써 인정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저 '나'로써 말이다. 즉 우리 각자가 각자의 존재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저나 취업 준비생으로서의 나는, 좀더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도퇴되는 걸까? 그것으로 인생의 실패자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나의 세상은 나의 생각과 의지로 인해 만들어 지는 것이었으니깐. 허나, 내 자신의 무능력함을 무조건적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헨리데이빗 소로우나 법정스님과 같은 삶은 되지 못하겠지만, 조금은 비슷한 삶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많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구나 싶다. 
 
아, 내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 그나마 젊은 나는 멋도 모르는 패기란걸 가지고는 있나보다. 그러나 그럼에도, 만만치 않을 세상과 사회에 대한 혼자만의 공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나처럼 어리버리한 사람이 큰 대기업과 같은 곳에서 똑부러지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내가 나아갈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기 위해, 나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결국 나는 HRD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포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뭔가 모양빠지지 않은가.
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떤가. 그럴만한 용기가 내게 있는가?
나는, 나는 말이다, 낮은 자의 길, 사회적인 약자가 되는 길, 자발적 가난에 동참하는 삶,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또다시 나의 질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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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하기에 앞서]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
자기계발 서적과 같이 어떤 교훈과 정보습득이 목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기가 어려워진 지금에는
책을 통해서라도 만남의 기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책은 '비인격적 실체'가 아닌가라고 비난할 지도 모르겠다만,
사람이라고 꼭 '인격적'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독서노트 시작, 독서후감]  
오늘 읽은 이 책은 저자 장영희님의 마지막 책이다.
장영희님은 어릴적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이기도 여러 수필의 저자이기도 했다.  
(* 지금 알아보니 유고집인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가 나왔단다. 2010.5월 31일)
 
책이 출간되기 일주일 전쯤인 2009년 5월 9일, 그는 암-3차: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전에 치료했었던 암-1차:유방암, 2차:척수암-이 간암으로 재발하였기 때문이었단다.
2008년 암이 재발하여 1년가량 투병을 했지만, 끝끝내 다시는 강단에 서지 못했단다.  
 
그것은 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무얼 그리도 잘 못 한 것이 있었길래 이런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나는 이리도 안타까운데, 그의 말에서는 전혀 아픔이 묻어나질 않는다. 
(비록 이 책이 마지막 투병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은 명백하지 않은가.)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내 모습이 그에게 더욱 죄송스러운 것이리라.
그것은 더이상 그의 '아픔'이 아니라 '감사함'이었기 때문이다.
 
감사함....
어찌 감사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나는 육체의 조그마한 가시-아직도 완치되지 않은 아토피성 피부염-로 인해 이리도
불평하고 있는데 말이다.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이에 영향을 받아 기분도 나빠지는데 말이다.
조금더 나이를 먹게되고, 내가 가진 모습 전부를 내것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면
아마 감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처럼.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이 책의 제목. 여기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는 '쉼표'를 앞으로 살아갈 날에는 '느낌표'를 달아봤다.)
 
지금까지 별탈없이 살아온 것이 '기적'적인 것이었다면,
한치앞도 볼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은 더 놀랄만한 '기적'이 아닐까!
나는 그녀가 말한 '삶의 기적' 속에 지금 이 순간을,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 것이다."라 했던 그녀의 말을 기억하자. 가슴을 펴고 당당해지는 거다.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닌가. 아파하기에는,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들이다. 이를 뼈져리게 깨닫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자. 조금더 내 마음속에 이 아름다움을, 생명력이 가져다 주는 삶의 기적을 담아보는 것이 좋겠다. 그저 감사함으로, 오늘 하루도 충실히 살아가자. 존재의 무게를 가지고서...!  

* 기억에 남는 구절 

p.119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라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에도 시시한 잡동사니가 가득 들었을 수 있고 비닐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해봤자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궤변 말라고 욕이나 먹겠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살아 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깍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 주위 어른들의 겉모습, 그러니까 어떻게 생기고 어떤 옷을 입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때 코웃음을 쳤다. 자기들이 돈 없고 못생기고 능력이 없으니 그것을 합리화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내가 남의 말만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한 것은 몽땅 다 망했지만,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고마음으로 남아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릴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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