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 개를 키울 자격에 대하여
강형욱 지음 / 혜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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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훈련사 책이 나왔다. 반려견 훈려사가 쓴 책이기에 당연히 반려견 문제행동 교정이나, 반려견 훈련법 이런 류의 책이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내 생각은 틀렸다. 강 훈련사가 집필한 책은 에세이였다. 에세이 제목은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에세이를 쓴 사람이 강 훈련사이니만큼, 당연히 일반적인 에세이는 아니다. 책 전체적으로 반려견, 문제견 교정 등에 대한 지분이 아주 크다. 당연히 반려견을 키우는데 있어서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지, 돌발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 도심에서 반려견을 키우려면 어떻게 훈련을 해야하는지 도 실려있다. 읽고나서 깨달았다. 이 에세이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는 이제 막 반려견을 입양한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구나!



강형욱 훈련사가 진행했던 EBS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 KBS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은 정말 꾸준히 챙겨봤다. 이 프로그램들은 문제견의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는 문제견에 더해 보호자의 문제행동을 교졍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마디로 문제견이 되는 원인은 ‘보호자’ 였다. 반려견은 보호자의 행동에 따라 문제견이 될 수도, 천사견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나온 문제견 99.9%의 원인은 보호자였다. 



문제견을 만들어낸 문제적 보호자들의 생각은 대체로 이랬다. ① 반려견은 사랑스런 내 새끼, 내 가족이에요(유사품: 우리 애는 안그래요! ② 반려견은 내 소유물(애완견)이에요(너무 인형같이 이뻐써 데려왔어요. 한 쪽은 너무 과하게 생각하여 개가 아닌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고, 또 한 쪽은 반대로 내가 원할 때 또는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야 할 소유물로 생각했다. 양극단에 있는 이 두 생각을 가진 반려견 보호자들은, 자신의 반려견을 문제견으로 만들 확율이 100%다.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꼭 명심해야할 사실이 있다. 반려견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과,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만 인지하고 있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조금 더하면, 내가 반려견을 키우는 환경은 사람이 많고, 차가 많은 도심이라는 점이랄까.



이 에세이를 읽으며 여러 에피소드 중 유독 머리속에 맴도는 구간이 있었다. 동네 유지가 키우는 폭력적인 개가, 자신의 집에 침입하여 반려견을 물어뜯어 죽인 내용이었다. 그 가해견은 동네에서도 유명한 문제견이었다. 동네에 피해자도 많았다. 하지만 문제견의 보호자는 동네 유지. 그 사람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피해를 입어도 침묵을 유지했다. 그렇게 동네에서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여러 유혈사태를 일으켰던 그 가해견과 가해견의 보호자. 결국 그 가해견은 동네로 이사온,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보호자네 반려견까지 물어뜯어 죽이는 사태까지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 체계 안에서 내 개가 다른 개에게 물어뜯겨 죽었다 한들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할 방도가 없었다. 기껏해야 개값을 물어주는 정도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상황을 보며 강훈련사는 이야기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대처한다고. 



▶ 개물림사고에 대한 미국, 영국 등의 나라들의 대처 방법

마당에서 그 개(가해견)들을 발견했을 때 즉시 경찰에 신고한다. 출동한 경찰이 곧장 그 개들을 포획 또는 사살한다.


포획된 가해견은 적절한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지정된 보호소에 격리시킨다.


피해를 입은 보호자에게 신고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다.


피해를 입은 보호자에게 가해견의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피해견의 보호자가 가해견의 안락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 여부를 결정한다.


가해견을 안락사시키지 않을 경우에도 다시 원래의 보호자에게 돌려보내진 않는다.


가해견의 보호자는 경찰 조사를 받고 관리 소홀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가해견의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이 초래한 모든 피해를 보상한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가해견의 보호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한다.




개물림 사고에 대한 선진국의 대처방법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다. 여러 방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런데 왜 반려견 문화에 한해서는 후진국을 자처하는 것일까.



자신이 키우는 개가 위험하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는 산책과 운동이 필요한데, 자신은 같이 운동할 힘도 그럴 여유도 없으니 너 혼자 돌다 오라면서 그냥 개를 풀어놓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한다면 이후엔 절대로 풀어놓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p 051



그동안 훈련사로 일하면서 심각한 반려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보호자의 손가락을 물어서 잘라 버린 개, 옆집에 쳐들어가서 어린아이를 물어 버린 개, 묶여 지내던 동네 개를 물어죽인 개, 산책 중이던 할머니를 문 다음 질질 끌고 다닌 개 등등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견들을 봐 왔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 개들의 보호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의 법이 약해서 지금 이 개가 살아 있는 거에요. 개를 키우는 분들은 입을 모아 동물 보호법이 다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동물 보호법이라는 건 사람을 물고, 고양이를 죽이는 개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보호자님과 이 개는 한국에 살고 있는 걸 천만다행으로 아셔야해요.” p 072



그럼에도 (개 2 마리를) 키우고 싶다면, 제가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은 두 마리가 서로 의지하지 않고 각자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겁니다. 보호자들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들을 형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견들이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도 형제들끼리 평생 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매일 형제와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근데 개들한테는 형제니까 평생 같이 자고 같이 먹으면서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 자체가 반려견들에게는 고통스럽고 무리한 부탁일 수 있습니다. p 109



문제행동을 하지 않는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선,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보호자가 반려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 반려견이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너른 야외 공간,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산책 시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는 장소, 개가 짖어도 주변에 소음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집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는 반려견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개가 조금만 짖어도 소음공해 유발자로 낙인찍히는 다세대 주거공간(아파트, 빌라 등), 산책을 하려해도 여기저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로 인해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안전문제, 회사 및 학교 등으로 보호자와 매일 오랜 시간 홀로 있어야하는 외로움 등. 이런 이유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반려견들이 문제행동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저런 악조건에 있다고 모든 반려견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다.




▶ 강형욱이 추천하는 ‘완벽한 훈련 방법’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밖에 나가 배변을 하게 해주세요 : 반려견들의 본능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고, 한 장소에 오래 있어 보세요 : 분리불안 예방


입에 있는 것을 뺏지 마세요 : 위험한 물건들을 물고 있는 등의 특수한 상황은 제외!! 


한 번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산책을 다녀와 보세요 : 엘리베이터는 동물의 선천적인 귀소본능을 방해


야외에서 밥을 한 번 먹여보세요 : 반려견에겐 좋은 추억을 주는, 일종의 소풍


집 안에서 산책을 해 보세요 : 기본생활 규칙을 지키게 하고 분리불안 예방을 위함. 단 꾸준한 연습이 필요


산책 중에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어 보세요 : 반려견 사회성 개선




이렇게 강훈련사가 추천하는 훈련방법은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라면, 반려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진 보호자라면 언제든 쉽게 시도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부디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의 훈련을 반복했으면 좋겠다. 이는 반려견의 문제행동 교정만 고쳐지는게 아니다. 누군가가 키우는 반려견으로 인해 여러 피해를 받던 이웃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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