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인문 기행 2 그리스 인문 기행 2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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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2』가 출간되었다. 1권을 올 여름에 읽었는데, 반 년 만에 2권이 나온 것이다. 앞서 1권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책은 그리스 여행에세이라는 옷을 입은, 술술 읽히는 인문학 책이다. 그리스 고전을 독파한 저자가, 그 고전 속에 나온 지역들을 따라 인문학 여행을 나섰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그저 여행에세이 라고 치부하기에는, 내용이 깊다. 모든 챕터마다 그리스 신들이 살아숨쉬고, 그리스 고전의 향기가 난다. 


본디 그리스 고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조차도,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런 고전을 토대로 여행을 하고, 다시 책을 쓴다?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해냈다. 어려운 그리스 고전과 여행에세이를 합쳤다. 그렇게 저자가 쓴 이 책 『그리스 인문 기행』은 그리스 고전의 길라잡이가 되었다.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 오디세우스. 그의 귀향길은 힘겨웠다. 항해 중에 제우스의 폭풍을 만나 표류하였고, 부하들을 잃기도 하고, 괴물도 만났다. 심지어 저승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렇게 힘겨운 고난과 역경에도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짐 하나로, 끊임없이 앞으로 향했다. 그러다 불멸의 존재인 칼립소를 만났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며, 그를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는 유혹을 뿌리쳤다. 이런 오디세우스를 지켜보던 그리스 신들이, 신탁을 내렸다. 오디세우스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20일 만에 스케리아 섬에 도착하면, 그에게 명예와 재물은 물론 편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오디세우스는 신탁에 따라 20여일을 표류하였고, 결국에는 신들이 말한 스케리아 섬(현 케르키라로 추정)에 도착했다. 그 섬에서 오디세우스는 한 소녀를 만났다. 소녀의 이름은 나우시카. 이 스케리아 섬을 다스리는 알키노오스 왕의 딸이었다. 왕은 오디세우스를 사위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이 역시 거부했다. 오디세우스는 표류하기 전 부터 지금까지 늘 단 한가지만 생각했다.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오디세우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케르키라 섬이다.



고난과 역경은 신들의 뜻으로 주어진 것이지만, 그 고난을 극복하고 계속 나아가는 것은 인간 오디세우스의 의지였다. ‘이미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이들 고통에 또 다른 고난이 추가되어도 상관없다’는 호메로스의 명문은 ‘불운한 일은 언제나 다른 불운과 함께 닥치기 때문에, 한 가지 불운만 온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크레타 속담과 이어진다. p 036


인간의 강한 의지는 신 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꺾을 수 없는, 그야말로 불멸이다.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인 지은탁도 그러지 않았는가. 하물며 오랜 기간 고난과 역경, 유혹을 견디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오디세우스는 정말, ‘의지’가 인간으로 태어난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케르키라 섬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빌미가 된 섬이기도 하다. 기원전 448년 페르시아 전쟁 후 그리스는 스파르타와 아테네라는 두 도시가 권력을 나눠가졌다. 두 도시는 상호 평화조약을 맺었고 잘 지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아테네가 케르키라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함선을 파견하면서 평화에 균열이 생겼다. 이후의 결과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27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시간을 건너 뛰어 중세로 가보자. 이번엔 케르키라 섬에 지어진 견고한 요새에 대한 이야기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세 차례나 케르키라 요새를 함락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은, 그 성채의 위엄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채는 오직 ‘선택된 자들’만을 보호했다고 한다. 성 밖에 남겨진 여성, 어린이, 노인들은 죽거나 노예로 전락했다. 성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과 잔인함만 드러낸 셈이다. p 055


오디세우스의 강한 의지가 남겨있는 케르키라 섬.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었던 케르키라 섬. 아이러니하게도 오디세우스 이후의 케르키라 섬은 그 ‘의지’가 나쁜 방면으로 작용했다. 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탐욕. 이런 인간의 질 나쁜 의지는 케르키라 섬을 전쟁으로 이끌었고, 약자들을 학살로 내몰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러했고, 오스만 제국 침공 당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쓸모없는 존재’라 치부하며 성밖으로 내보내 죽어가게 버려둔 것이 그러했다.


케르키라 섬은 알려준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또한 그 의지가 마냥 좋은 길로만 안내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스 고전은 흔히들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가 아니다. 아니, 반은 맞다. 다만 반이 틀릴 뿐.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 고전은, 어린이 만화에서 본 올림푸스가 고작이 아닌가. 이는 그리스 고전을 사유하기는 커녕,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조차 없다. 그렇기에 이 인문학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으로 하여금 그리스 고전을 어떻게 사유하는지 경험을 통해 가르쳐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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