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 학명, 보통명, 별명으로 내 방 식물들이 하는 말 edit(에디트)
정수진 지음 / 다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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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집에 꽃과 관련된 책들이 여러권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말’에 관한 이야기 책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물망초라던가, 자기를 너무 사랑하다가 결국 죽어 꽃이된 수선화(나르시스)라던가 이런 이야기. 그러니까 꽃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꽃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책들이었다. 그러니까 꽃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는 전무하고, 오로지 꽃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달까? 그런 책들만 읽은 결과, 나는 꽃이름이나 꽃에 얽힌 이야기는 대충 알아도, 그 꽃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종류는 얼마나 있는지 1도 모르는 꽃알못이 되었다, 흑흑. 뿐만이 아니다. 식물을 키우는 족족 시들게 해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이 되어버린것이다. 이미 내 손에서 시들어버린 식물들은 다시 살릴 수 없지만, 앞으로 내 손으로 키울 식물들은 죽일 수 없고! 


그리하야 읽게 된 책이 바로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꽃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다면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었을 거고, 꽃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만 있었다면 내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있지 않았다. 꽃에 대한 이야기는 꽃알못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했고, 꽃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도움이 될 것같았다. 


식물에게도 공인된 이름이 있을까? 있다. 바로 ‘학명’이다. 사람으로 치면 본명, 진짜 이름인 셈이다. 학명 말고도 식물에게는 이명, 보통명, 유통명 등 여러이름이 있다. p 016


이 책은 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꽃의 ‘이름’을 이용한다. 바로 그 이름에 모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 여기서 말하는 꽃의 이름은 학명과  보통명에 초점은 둔다. 학명은 속명과 종명으로 만들어진, 전 세계 공통인 국제명명규약에 의거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명은 한 나라에서 어려운 학명을 대신해  간단하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학명은 말 그대로 어려운 학술용어이고, 보통명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


일단 꽃하나의 꽃이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다. 그리고 보통명의 유래에 두 번 놀랐다. 꽃의 생김새나 색깔로 인해 지어진게 53%, 향이나 냄새 맛, 소리같은 생리/생태적인 특성으로 지어진게 18%, 자생지나 도입국의 지명을 딴 것이 15%, 인간 생활과 관련된 것이 5%, 신화나 설화가 기원인 것이 5%,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4%라고 한다.


그러니까 꽃의 보통명 과반 이상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랄까, 하하. 어렸을 때 꽃말 이야기를 하도 읽어서, 당연히 신화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쓸데있는 꽃에 대한 잡학 지식!


1. 봄하면 떠오르는 튤립,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란드가 원산지인줄 알았던 튤립의 고향은 원래 터키-중앙아시아에 걸친 험준한 산악지대라고 한다. 지금처럼 네덜란드 꽃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결국 중앙아시아에 식민지를 넓히던 유럽 그러니까 식민-제국시대의 산물이었던 거다. 거기다 튤립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터번’이라고.


2. 장미는 기원전 3년 전부터 재배한 오래된 꽃이고, 우리가 아는 겹꽃으로 된 붉은 장미는 현대에 들어 개량된 관상용 장미였다. 거기다 장미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한데, 해당화나 찔레꽃도 장미의 한 종류라고 한다. 아! 장미의 어원은 ‘붉은색’을 뜻하는 켈트족 고어라고.



3. 나르시즘으로 유명한 나르키소스의 이야기가 있는 수선화는, 실상 신화에서 파생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하 제일 충격). 심지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나르키소스라는 이름은 정말 흔한 이름이었다고.


4. 장미의 변종이라고 생각했던, 장미과 중 하나라 생각했던 라넌큘러스는 미나리아재빗과였다. ‘-아재비’라는 건 ‘-와 닮았다’라는 뜻을 가진 접미어로, 라넌큘러스는 미나리를 닮은(!) 꽃이라는 것. 암만봐도 장미와 닮았는데? 알고보니 라넌큘러스 잎사귀가 미나리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더랬다. 하하하하. 꽃의 종류가 꽃의 잎사귀 모양으로도 결정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거기다 라난큘러스라는 이름은 이쁜 꽃 모양과는 달리, 작은 개구리라는 뜻이라고.


5. 꽃이 피지않고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없을 무(無), 꽃 화(花), 열매 과(果) 한자를 쓰는 무화과. 헌데 정말 소름돋게도, 무화과도 꽃이 핀다고 한다. 다만 우리 눈에는 그게 열매로 보일 뿐.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쪼갰을 때,  열매 안에 붉고 빽빽한 그것들이 씨앗이 아니라 바로 꽃이었다는 사실!! 무화과의 흔적이 기원전 9200년전 유적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보다, 열매라고 생각한 것이 꽃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와. 이건 꼭 우리가 먹던 브로콜리가 그냥 풀이 아니라, 알고보면 수십, 수백개의 꽃송이라고 한 것과 거의 비슷한 충격이다. 


6. 우리나라 국화, 무궁화! 하지만 무궁화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꽃이 아니라, 생각보다 글로벌한 꽃이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 한때 꽃차로도 유명했던 히비스커스, 무궁화가 이 히비스커스의 한 종류였다. 거기다 뒤에 붙은 시리아쿠스. 그러니까 무궁화라는 꽃은 시리아에서 온 히비스커스였다. 근데 여기서 또 반전하나. 이 무궁화는 시리아에서 시작한 꽃이 아니라, 중국 남동부가 원산지지만 채취를 시리아의 정원에서 했기 때문이라고. 허허, 이거참. 꽃의 이름에 반전이 몇개인가! 더 놀라운건 지금도 무궁화묘목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ㅠㅠ.



7. 길가, 아파트 주변 그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오란 민들레. 알고보니 이 민들레는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서양민들레는 공해에도 아주 강해서 오염된 곳이어도 어디든 쉽게 핀다는 것. 반면 동양민들레는 공해에 약해서 오렴된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러니까 동양민들레를 보고 싶으면, 공해가 없는, 깨끗한 도시여야 하는데. 자동차 매연은 기본이고, 미세먼지에, 몰래몰래 오수를 버리는 도시에서는 하. 그럼 평생 동양민들레를 못보는건가? 그건 아니다. 깨끗한 산으로 가면된다. 나 역시 파주 장릉과 황희정승묘에서 동양민들레를 보았으니까! 



8.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자귀꽃. 어렸을 때 친구집 앞에 심어있는 자귀꽃을 처음 본 이후로 완전 반했다. 그 꽃이 꼭 부채춤에서 사용하는 부채같다고나 할까? 오죽하면 별명이 Pink Silk Tree​(분홍비단나무)다. 초록초록한 무성한 입사귀 위로, 조그만 분홍부채가 여기저기 피어있는 모습은 정말 한번 보면 잊지 못한다. 심지어 그 색감도 너무 이뻐서, 한번 보면 계속 보게되는? 하지만 생각보다 자귀꽃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지가 않아서 슬프다. 자귀나무는 그늘지지않고 양지바른곳에서는 잘 자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길가에서 잘 보이는 꽃나무는 태반이 벚꽃나무다. 조금 아니면 이팝나무나 아까시나무? 거의 딱 이정도 같다. 특히 벚나무는 많아도 너무 많다. 난 자귀나무도 많이 심었으면 좋겠는데 ㅠㅠ.


적어도 이 책 속에서 나오는 꽃을 키운다면, 이번에는 멋드러지게 키울 자신감이! 근데 뭐랄까, 이 책에서 말하지 않는 원예용 꽃을 찾는게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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