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 책은 반은 어려웠고, 반은 쉬웠다.



위 목차에 나오는 역사서와 역사가들. 내 기준에서 반은 익숙한 이름들이고 반은 생짜 초면이었다. 그 결과 익숙한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정말 쉽게 읽혔다. 아주 술술술 읽혔다. 반면 생짜 초면인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두 번, 세 번 정독했으나 ‘아, 그렇구나’ 하고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을 쉽게 읽으려면 위 목차에 있는 역사서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읽힐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그 문턱이 조금은 높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 ㅠㅠㅠ...



동양 역사서 혹은 역사해설서 인 사마천 『사기』, 박은식 『한국통사』, 신채호 『조선상고사』, 백남운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은 정말 후루루룩 읽혔다. 모르는 단어 하나 없고, 모르는 시대 하나 없기에, 어려서부터 배워 온 한국사 혹은 동양사 연장선이었다. 일부는 읽어본 내용이기도 했다.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는 학창시절 국사시간 첫 머리에 배웠다. 카가 집필한 저 책을 배운다기 보다는, 카가 정의하는 ‘역사’에 대해 배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시간 첫머리는 에드워드 H 카 였다. 마르크스의 이론이나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경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인용한 여러 책을 읽어보았기에 역시나 익숙했다.



반면..........헤로도토스나 투키디데스, 이븐할둔........생짜 초면인 이름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쓴 역사서 역시 나는 잘 모르는 그들의 역사...큽....

그들이 살았던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 그들의 책을 일부 인용한 구절을 봐도 솔직히 뭐가 뭔지 무슨말인지..!!!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내가 얼마나 서양사 혹은 유럽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 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읽으면서, 위대한 역사가들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ㆍ헤로도토스와 쿠티디데스는 공정하게 역사를 다루었다.

ㆍ사마천은 역사의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천하를 다뤘다. 인간 본성과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을 다뤘다.

ㆍ이븐 할둔은 세계를 일곱 기후대로 나눈 인류사를 썼지만, 그 안에는 주기적으로 ‘알라신 찬양’을 끼워넣었다.

ㆍ랑케는 공평한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한다고 했지만, 그의 글 속에서 로마-게르만 민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은 미개인 혹은 오랑케였다.

ㆍ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임금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예언했지만 그 예언은 빗나갔다.

ㆍ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은 당시 시대를 반영하듯 ‘항일’을 위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역사를 썼다.

ㆍ에드워드 H 카는 크로체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했다.

ㆍ슈펭글러, 토인비, 헌팅턴은...그냥 나에게 어렵다...ㅠㅠㅠㅠㅠㅠ..... 계속 읽어도 모르겠다......

ㆍ다이아몬드는 각 대륙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다른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아서!” 라고 말한다.

ㆍ하라리는 농업형멱을 인류 최대의 사기극으로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무엇이었는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는지, 변했다면 어떤식으로 변했는지 끈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생각했던 역사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역사는 ‘과거이 일어났던 일‘ 그 중에서도 인류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혹은 큰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역사란 너무 복잡한 시간, 공간, 인류의 결정체였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햔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룬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와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_P41 ‘헤로도토스’ - P41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_P 232 (에드워드 H.카) - P232

각 대륙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중략)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P_296 (다이아몬드)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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