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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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오면서 정말 수 많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쓰고 말한다. 부모와, 친구와, 직장 동료와 대화 속에 이야기가 있다. 읽고 있는 책 속에도 이야기가 있다. TV를 틀면 드라마나 예능 등 장르는 다르나, 기본적으로 그 방송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쓰는 일기조차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언제부터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고, 우리는 왜 이렇게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었나. 그 비밀을 ‘뇌과학’으로 풀어낸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 「이야기의 탄생」 이다.




이야기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준다. 누군가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그릇된 행동은 벌하고 옳은 행동에는 상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구성원이 협력하도록 유도하고 감시해왔다.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인물들이 자극하는 기쁨과 분노의 감정은 인간의 생존에 결정적이었다. 인간은 본래 이런 이야기와 감정을 즐기도록 타고난 존재다. p 014



중요한 것은 이야기는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심리학 교수 조너선 하이트는 뇌가 ‘이야기 프로세서’ 이기는 하지만 ‘논리적인 프로세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우리의 입술사이로 숨이 새어나오듯이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p 015




저자는 인류가 살아온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야기가 함께있다고 말한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석기시대부터, 과학이 발존한 현재까지, 거대한 인간의 문화는 ‘이야기’ 속에 담겨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는 딸에게 전승되었다. ‘이야기’가 전승되는 그 과정에서 영웅이 악당을 이긴다거나,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벌을 받는다거나, 선한사람은 상을 받는등 우리가 사회를 살면서 지켜야 할 윤리규범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여기서 신기한 점은, 우리는 ‘이야기’ 속에 남겨있는 내용들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우리가 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지, 또 인간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바로 ‘뇌과학’에서 찾았다.



우리는 머리 밖의 실제 현실이 머릿속에서 경험하는 현실모형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이 주위에 없어도 기압에 변화가 일어나고 땅에는 진동이 일어난다. 나무가 넘어간는 소리는 사실 우리의 뇌에서 만드는 효과다. p 046



책에 적힌 단어들이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 문을 묘사하면 독자의 뇌에서도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문 모형을 생성하는 것이다. p 048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축하는 신경계의 환각모형은 작고 개별적은 모형으로 구성되고, 모형마다 저마다의 과거가 얽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대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연상시키는 모든 것을 함께 본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함께 느낀다. p 065



우리는 분명 눈 앞에 보이지 않는 현실을 머릿속에서 보는 경우가 있다. 책을 읽으면 책 속에 묘사된 배경이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어떠한 물건을 보았을 때 그 물건과 관련된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등의 일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를 우리의 ‘뇌’가 만드는 여러 종류의 모형 때문이라고 말한다.  뇌가 만드는 모형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을 머리속에서 만드는 ‘현실 모형’도 있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듯 ‘마음 모형’도 만든다. 다만 뇌가 만든 이러한 ‘모형’들이 모두 현실세계에서 100% 정당하다고 할 수 없는, 즉 왜곡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우리 머릿속에도 어두운 부분이 있고 그곳에서 현실로 경험하는 통제된 환각의 세계는 거짓 정보에 의해 왜곡되기도 한다. 그러나 왜곡된 현실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현실이므로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인지적 왜곡으로부터 누구나 저마다의 흥미롭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결함이 생긴다. p 088



우리의 환각 모형이 틀렸다고 해도 우리는 뇌에서 우리를 위해 만든 현실에 거의 의문을 품지 않는다. 어쨌든 그것이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p 092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낮선 생각을 가진 타인을 만난 때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반박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괴로워할 것이다. 신경 모형이 위협을 받으면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결과의 파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뇌는 신경 모형에 대한 위협을 신체 공격처럼 취급해서 우리를 긴장시키고 스트레스가 심한 싸움-도주 상태로 몰아넣는다. 생각이 다를 뿐인데도 상대를 위함한 적, 곧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입히려는 세력으로 보는 것이다. p 118



이렇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우리는 그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게되거나, 이야기 속에 더욱더 빠져들게된다. 




“대체 뇌 현상을 어떻게 이야기속에 녹인다는 거지?”




 쉽게 말하면 이렇다. 뇌에 자극을 주지 못하는 이야기는 남지 못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뇌에 ‘자극’을 주거나, 뇌를 ‘활성화’시키는 이야기는 다르다. 뇌에 자극을 주는 이야기는 계속에서 남아있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뇌에 자극을 주는 이야기란 뭘까?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러니까 뇌과학적인 현상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뇌에 만드는 현실모형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현실모형만 생각한다면, 이야기 속의 배경이 생생하게 구축될 것이다. 하지만 딱 그정도 까지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서 모형속에서 생겨난 ‘왜곡’과 ‘결함’을 이용하면, 이야기는 좀더 풍부해질 수 있다.



스스로 결함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후 변화하는 것은 현실의 구조 자체를 분해해서 새롭고 더 나은 양식으로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깊은 차원의 변화를 거부하는 마음과 싸우면서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이런 싸움에 뛰어는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p 090



결함은 어떤 장르로든 누구에게 나타난다. 누군가에게는 ‘편견’이라는 형식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 일상을 방해하는 ‘사람’ 일수도 있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야기 속에 많은 주인공들도 대체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결함이 있다(자의든 타의든 결함이 생긴 이유는 상관없다).



내 청소년기를 함께 한, 내가 정말 사랑하는 해리포터는 태어나는 순간, 볼드모트 손에 부모님이 죽고, 본인은 의도하지 않게 볼드모트의 호크룩스가 되었다. 본인을 죽이려는 볼드모트와, 자신이 볼드모트의 ‘호크룩스’라는 것 자체가, 해리에게는 엄청난 결함이었다. 하지만 결국 해리는 그 결함을 이겨냈다(뿌듯뿌듯, 하지만 해리와 헤어진건 아직도 슬프다...또르르르). 해리는 그저 책(또는 영화) 속의 캐릭터일 뿐인데도, 우리는 그렇게 해리가 본인의 ‘결함’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그토록 기뻐했다. 해리가 결함을 이겨낸 그 순간은,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또는 관객)들이 울고 웃었던 순간일 것이다.




왜일까? 해리는 그저 책 또는 영화 속의 인물일 뿐인데, 우리는 왜 해리가 결함을 이겨낸 모습을 보며 내 일 처럼 기뻤을까?




우리의 뇌는 언제나 상황을 ‘통제’를 하여 안정적인 상황으로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뇌에서 ‘결함’이라는 것이 생기면 우리의 뇌는 엄청난 자극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뇌는 ‘결함’이 있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와 싸우고 움직인다. 그렇게 ‘결함’을 통제하는 그 순간, 우리의 뇌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뇌과학적인 부분을 이야기 속에 넣음으로써,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이 결함을 이겨내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결함을 이겨내는 듯한 착각을 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게,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책(또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었던 해리를 보며, 그저 해리 혼자가 아닌, 우리 결함을 가진 ‘나’를 본 것이다.



이야기는 결국 결함 있는 자아가 치유의 기회를 얻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p 167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모든 이야기가 변화라면 당연히 변화가 멈출 때 이야기도 끝날 것이다. 주인공은 발화점부터 외부세계에 대한 통제력을 얻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면 그 과정이 성공적인 셈이다. 외부 세계에 대한 뇌의 모형과 통제 이론이 갱신되고 향상될 것이고, 주인공은 마침내 혼돈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p 252




결국 이야기는 ‘결함’을 갖고 사는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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