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 ‘피라미드’, ‘공룡’, ‘미이라’, ‘미스테리’. 나에게 고고학이란 이런 개념들이다. 아마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강인욱 교수님의 강연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쭉 저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연을 본 뒤, 고고학의 주 연구대상은 내가 생각한 저런 것들이 아니라, 아 물론 부수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고고학의 주 연구대상은 ‘인류’였다. 고대부터 가까운 역사까지 ‘인류’와 관계된 유물을 연구하고 발굴하는게 바로 고고학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고학은 상상력의 산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상상하는 그런게 아니다. 고고학자들이 하는 상상력은 인문학적 요소가 필수불가결이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해 추론한 내용이라고 해도, 근거가 있고, 당연히 그럴 것 이라 생각이 드는 그런 학문인 것이다.

이 책에는 신나는 보물찾기도, 실무적인 고고학 이론도 없습니다. 대신에 저는 이 책에서 과거의 사람을 직접 만지고 냄새 맡는 고고학자로서의 생생한 느낌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다소 낯설게 들릴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생생함이야말로 고고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가진 놀라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P2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 P9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 P10

땅 속의 흙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마치 케이크처럼 쌓여 있다. 한 층 한 층은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의 시간을 두고 쌓인 것이다. 발굴장에서 곡학자들이 솔이나 꽃삽으로 조심스럽게 작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따. 순간의 부주의한 발굴로 지나치는 층위는 두고두고 고고학자의 실수로 남게 된다. - P22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발해의 음악은 당시 일본과 중국에도 널리 퍼졌다. 발해의 사신이 전한 음악은 일본 도다이지에서 공연할 정도이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발해의 음악이 너무 유행해 이를 강제로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도대체 발해의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주변 나라의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궁금했다. 구금이 등장한 것을 보니 발해는 초원, 중국, 그리고 고구려의 여러 음악을 조화시켰던 건 아니었을가. 비록 과거의 음악은 복원하여 듣기 어렵지만, 그들이 이뤘던 문화의 힘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 P105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의 문화재를 약탈한 이유는 단순한 유물의 수집이 아니라, 일본 민족의 기원이 북방 어딘가에 있었다는 설을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근동지역을 약탈한 서구 열강이 유럽 문명이 근원인 성서를 증명하기 위해서 나선 거라고 주장하는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 P219

기마민족설은 역설적으로 일본이 패망한 후에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일본인들은 아시아 전체를 정복할 것이라는 정부의 허황된 선전 아래 전쟁에 내몰렸다. 그리고 전쟁에서 패망하면서 다시 섬으로 쫓겨났다. 갑자기 빈털터리가 되어 버린 일본인들을 위로해준 것은 일제의 전장을 따라다니며 발굴하고 문화재를 약탈해 조사했던 고고학자들이었다. - P220

프랑스가 내세우는 주요 논리는 제3세계 국가는 후진국이어서 문화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9년 4월에 프랑스의 자랑 노트르담 성당도 화재로 불타버렸다. 프랑스가 다른 나라보다 문화재를 더 잘 관리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이 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속내는 외규장각의 의궤가 반환되면 그들이 수백 년 간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문화재를 다시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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