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이백년간 평화에 젖어있던 조선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조선에서는 왜놈이라고 부르며 비하하던 일본이 조선에 쳐들어온 것이다. 그 유명한 임진왜란이다. 이때 조선왕조실록과 어진을 보관하던 세곳의 사고(춘추관, 충주사고, 상주사고) 가 잿더미가 되었다. 그 안에 있던 실록과 어진 역시 잿더미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왕들의 어진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그 이유인 즉 이러하다.



임진왜란 때 불타서 사라진 세 곳의 사고 말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고가 있었으니 전주사고 이다. 전주사고가 튼튼하거나 방비가 잘 되어있어서 실록과 어진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실록와 어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조선의 역사를 지키고자 했던 민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의 제목은 왜 하필 몽진 일까? 몽진 이란 ‘먼지를 뒤집어쓰다; 급박한 상황에서 먼지를 쓰고 떠난다‘ 라는 의미이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길을 나선 선조를 두고 ‘왕이 몽진하였다‘ 라고 한다. 해서 나에게는 부정적인 의미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의 주인공 유생 안씨와 손씨를 비롯한 여러 민초들은 실록과 어진을 들쳐매고 왜적의 눈을 피해가며, 온갖 위협과 고난을 넘기며 피난길에 올랐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을 뿐더러 민초를 지켜야할 나랏님조차 도망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민초들은 자기가 살고있는 조선을 위하여 천여권이 넘는 국가의 서적과 어진을 지키기 위하여 사재를 털어가며 피난길에 올랐다. 이런 것이 작가님이 말하려 한 진짜 몽진이 아닐까?

『몽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가 병화로 소실된 후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의 실록과 어진의 이안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처음 전주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의 이안 과정을 접했을 때 나는 참담함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당시 조선은 왜적의 침입에 맞서 백성을 보호하고 실록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중략…)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초야에 묻혀 살던 이름 없는 어떤 사람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달려갔고, 또 어떤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해 전주사고로 달려갔으며 수백일 동안 산중에서 그것을 지켜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떤 그분들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작가의 말 中

"나랏일? 나라가 있기는 하더냐? 온 나라가 왜적에게 짓밟혀 죽고 약탈을 당해도 나라가 한 일이 무엇이란 말이냐?

차라리 내 힘으로 나를 지키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느니라" - P 081

"저희들도 비록 산적질을 하며 살고 있지만, 나랏일을 한다는 마음에 잠시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아 신명이 났었습니다" - P 144

"우리 스님들도 나랏일에 보탬이 되어야지요. 용굴암까지는 우리 스님들이 옮길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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