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난 일반 소설보다는 장르 소설, 그 중에서도 추리/스릴러 등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서양 보다는 동양 소설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처음 접했던 장르소설이 한국작가의 소설이었고, 이후 접했던 소설들 대게가 일본 작가의 소설이라서 그랬을거다. 그러다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은 후, 서양 추리/스릴러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자라온 문화권 영향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일본적인 분위기와 확연히 다른 서양 스릴러 중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소설 주인공들 이름이 입에 딱 붙지 않는 건 둘째치고, 내용적인 면으로 볼 때 긴장감이 넘치거나, 괜히 오싹하거나, 복선을 찾아내는 이런 부분이 확실히 한국/일본 소설과는 달랐다. 그래서 더욱 내 입맛에 맞는 서양소설을 찾기가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다. 앞서 읽었던 그 유명한 기욤 뮈소 작품도, 내 눈에는 그저 ‘으음-, 이게 왜 베스트셀러지? 작가의 명성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이 책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인문교양서가 아닌 스릴러 소설을 출간한다는 이야기에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라는 호기심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왠걸, 이 책은 그저 그런 서양 스릴러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책이라기 보다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랄까?






한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소녀를 죽인 살해범으로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소년 데니스 댄슨이 지목되었다. 당시 데니스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여러 의혹이 많았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 채 데니스는 살해범으로 교도소에 갇혔다. 이후 당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여러 의혹이 붉어졌다. 데니스가 누명을 쓴 것이며, 무죄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수 많은 사람들은 데니스가 무죄라고 믿었다. 서맨사도 그랬다. 서맨사는 그렇게 누명을 쓴 데니스에게 빠졌고, 교도소에 갇혀있는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런 스릴러 책을 읽은 뒤 리뷰를 쓰는 건 정말 어렵다. 스릴러의 백미는 반전이다. 즉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 된다. 헌데 리뷰를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의 내용 일부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스포를 하게 되어버리는 상황. 괜시리 예비 독자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그래서 내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와 관련된 만큼만 쓰고자 하는데, 이게 마음처럼 될런지 모르겠다.




“사람들 말로는 경관님이 그 이후에 데니스에게 원한을 품었다고 하던데요. 홀리의 시신이 발견된 후 데니스의 집으로 찾아간 게 경관님이었다면서요. 데니스와 그 범죄를 연관 지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죠.” P 061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당신 쪽 사람들은 체모를 잃어버렸죠. 당신은 증인들을 유도해서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게 만들었고요. 아들의 친구에 대한 당신의 개인적 원한 때문에 말이에요. 결국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한데 엮어 십 대 남학생한테 누명을 씌운거에요” P 067



“왜 이곳 사람들은 그애들이 죽었다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조사는 전부 날림으로 이루어졌어요. 그애들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렇게 했는지 한 번도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P109





누명.


주인공 데니스 댄슨이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는, 한 소녀를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가 소녀를 죽였다는 증인과 증거는 완벽하지 않았다. 많은 의혹이 있었고, 경찰들의 수사 조차도 날림수사, 함정수사 같았다. 댄슨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와, 각종 수사자료. 이 모든 자료는 누가봐도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데, 범인의 윤곽이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든 증거를 만들고, 범인을 만들어 내려고 한 듯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범인은 돈 없고 빽 없는 데니스 댄슨. 이러한 상황은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다 보니,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얼마나 암담할까 싶었다(흔한 그알 애청자 감상1)​. 



정의감에 넘치는 언론인이 억울한 누명을 쓴 데니스를 돕기 위해 다큐를 만들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데니스의 무죄 판결을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한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데니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앞장섰던 서맨사(샘)과 다큐 감독 캐리. 그리고 그녀들은 데니스의 무죄판결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무엇보다 서맨사는 그토록 바라던 데니스의 사랑도 얻었다. 




난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에요. 우리가 지금 떨어져 있는 건 내게 아무런 문제도 안돼요. 면회를 하고 싶어요. P 025




교도소에 갇혀있던 데니스에게 사랑을 느끼며, 편지로 교류하던 서맨사의 상황을 보면서 ‘스톡홀름 증후군’이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온전치 못했던 서맨사. 하지만 누구에게든 애정을 받고 싶었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누명이든 아니든 일단은 살인죄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과 사랑에 빠쪄버린건, 데니스가 서맨사의 정신적 결핍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톡홀름 증후군’ 을 겪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정신적인 결핍의 영향으로, 가해자(범죄자)에게 어긋난 유대감을 갖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흔한 그알 애청자 감상22).



서맨사의 이런 모습을 책 제목인 「이노센트 와이프(The Innocent Wife)」로 표현한게 아닐까? 이노센트는 순진, 순수, 순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리석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죄없는, 결백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데니스에게 맹목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모습에서는 서맨사의 순수함이 보이고, 무죄 판결받은 데니스와 결혼한 서맨사는 그야말로 데니스가 결백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서맨사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이노센트 와이프(The Innocent Wife)」 다.




아, 스포를 피하면서 리뷰를 쓰자니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진짜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인데, 이걸 스포를 피하면서 이야기하자니, 언어실력이 부족하여 표현을 못하는게 한이다(국어 공부를 다시해야할 판..). 그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점점 조여오는 긴장감과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치치 말고, 꼭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왜 이곳 사람들은 그애들이 죽었다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조사는 전부 날림으로 이루어졌어요. 그애들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렇게 했는지 한 번도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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