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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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있어 내 하루는 더 충만해진다.”



나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다.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더 좋아하는 지 꼽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다가 문득 머릿 속에 문득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행동이든 좋아하는 게 없다면? 좋아하는 거 하나 없이 하루를 보낸다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은 나에게는 1도 상상할 수 없는 가정이지만, 그래도 한 번 상상해보니 그런 삶은 각박해도 너무 각박했다. 삶의 의욕이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 즐거움이나 재미 없이, 태어난 김에 어쩔 수 없이 사는 인생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또 나처럼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든지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 않는, 적당한 게 제일 좋은 건데 내가 좋아하는 건 너무 넘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좋아하는게 넘쳐나다보니, 내가 정말 이걸 좋아하는 건지, 저걸 좋아하고 있으니 당연히 이것도 좋아하는 게 맞지! 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척 하고 있는 건지. 내 스스로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좋아한다고 내 스스로 세뇌하고 있는 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이며, 말 그대로 최소한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과거에는 이것, 저것 많은 것을 사들인 맥시멀리스트였다. 그러니까 내 어딘가에 있는 공허함을, 부족함을 채우는 방법으로 택한 게 소비였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아귀에 넣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 돈을 버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물건을 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견디며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지금의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게 맞는 방향 같았다. 가장 손쉬운 기분전환, 수집인지 호딩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돈과 시간을 많이 썼고… P 041




과거 저자가 생각한 ‘물건을 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견디며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는 지금의 나와 동일시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놀랐다. 각종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을 하는 건, 월급을 받기 위함이다. 월급을 받으려고 하는 건 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다.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돈 주고 사서, 내 눈앞에 두는거다. 어떻게 보면 정말 허망한 일이다. 죽어서 이 모든 것들을 싸짊고 저세상을 갈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나는 ‘내 삶을 윤택하기 위해서’라고 나를 속여가며, 말그대로 손 쉽게 기분전환을 하는 방법을 택한게 아닌가 싶어졌다.




내가 오랫동안 고생했던 문제,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부러움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노력한 끝에 소비중독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감정적 소비가 드물뿐더러 물질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살지 않는다. 물질이 채우지 못한 공허와는 다른 감각으로 여백은 여유로웠으나 삶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욕구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 내게 찾아온 부러움의 대상이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P 193




소비를 해가며 손쉬운 기분전환을 택했던 저자도 결국에는 삶을 윤택하는 방식을 바꿨다. 손 쉽게 얻은 기분전환은 지출한 비용에 비하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저 잠깐동안의 쾌락일 뿐이다. 그런 저자가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으로 선택한 건 지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 지적인 쾌락을 선택했다. 이건 비단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 그 모든 것을 총칭한다. 예컨대 피아노를 배우거나, 혹은 배드민턴을 배우거나. 나의 시간을 들여가며 내가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것.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소비생활을 절제하며,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무언가를 배워감으로써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저자는 자연스레 건강한 삶을 살게 되었다.




이쯤에서 돌아본 내 삶, 내 삶은 어떠한가.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게 넘쳐나고, 좋아하는 것을 사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아등바등 돈을 번다. 분명 내 수입은 내 삶을 보았을 때, 그리 적게 버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이상하게 수중에 돈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러한가 따지고 보니, 좋아하는 굿즈가 나왔으니 사고, 좋아하는 책이 나왔으니 사고, 신기한 물건이 보이니 사고, 끊없이 소비하고 또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무차별적인 소비를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소비 강도가 확실히 높아지고 있었다.



나름 내 소비에 대해 분석이라는 걸 해봤는데, 회사에서 년차가 쌓일 수록, 업무 스트레스가 커질 수록 소비강도가 높아졌다. 그러니까, 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거라고 내 자신을 속이며, 기분전환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기분전환이 오랜 시간 지속되지 못하기에,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무언가를 사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한동안 유행하던 ‘X발 비용’ 내지는 ‘탕진잼’을 내가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지금의 내 소비생활은 내 삶을 건강하게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답을 찾는 건 이 책이 남긴, 나를 위한 숙제다.


내가 오랫동안 고생했던 문제,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부러움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노력한 끝에 소비중독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감정적 소비가 드물뿐더러 물질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살지 않는다. 물질이 채우지 못한 공허와는 다른 감각으로 여백은 여유로웠으나 삶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욕구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 내게 찾아온 부러움의 대상이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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