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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 신기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120가지 ㅣ 판타지 백과사전 1
도현신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고르는 순위 1위는 장르다. 그 중에서도 1순위 장르는 역사/신화. 이러한 책들이 나의 책장 70%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70%의 책 중 민담이나 야사, 신화와 관련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어우야담이나 제주도 신화 정도일까. 해서 간만에 온라인 서점에서 책 쇼핑(?!)을 했다. 주제는 옛날이야기 ! 혹은 야사? 민담? 열씸히 검색을 하다가 표지만 보고 주문한 책이 바로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이다. 무려 120가지의 옛날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니, 심지어 수 많은 고전과 지역 전승 민담이라니 !! 이것은 안 읽어볼 수가 없다.
이 책의 목차는 간략이 정리하면 <신비한 보물>, <신비한 장소>, <영웅>, <악당>, <예언자와 예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신(神)>, <괴물과 요괴>, <귀신>, <도깨비>, <사후세계와 환생>, <UFO와 외계인>, <신선과 도시, 그리고 이인(異人)> 총 1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한 카테고리당 적게는 3개, 많게는 20여개 정도의 이야기를 담 고 있다. 그렇게 총 120 가지 옛날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지역전승이냐, 기록에 남겨있던 이야기냐에 따라서 출처도 명확히 되어있다. 심지어는 「조선왕조실록」 에 수록된 이야기도 있다. 반신반의 하며 책 속에 있는 실록 내용을 찾아봤더니, 진짜였..다..ㅋㅋㅋ하 ㅋㅋㅋㅋ 조선왕조 실록은 대체 얼마나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 건지 !
이 책에 실린 120가지 이야기 중 정말 생소하고 신기한 이야기 2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1.우산국의 우해왕 - 울릉도 전승 민담
울릉도에 있었던 고대 왕국, 우산국. 우산국에는 '우해'라는 왕이 있었다. 하루는 대마도의 왜구가 우산국에 처들어와 노략질을 벌였다. 분노한 우해왕은 배를 이끌고 직접 대마도로 쳐들어 가서 대마도의 항복을 받아내고 평화 협정을 맺었다. 대마도 영주는 자신의 딸인 풍미인을 우해왕에게 주었다. 우해왕은 어여뿐 풍미인을 총애했다.
그러던 어느날, 풍미인이 우해왕에게 말했다. " 아름다운 황금과 빛나는 보물이 갖고 싶어요". 우산국은 작은 섬나라 였기에 황금이 없었다. 골똘히 고민을 하던 우해왕은 불현듯, 금의 나라 신라를 떠올렸다. 우해왕은 군사를 이끌고 신라에 상륙, 노략질을 하여 풍미인에게 줄 황금을 비롯한 여러 보물을 얻어서 다시 돌아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라의 지증왕, 이 사태를 가만히 둘 수 없었기에 이사부 장군에게 우산국 토벌을 명령한다.
이사부 장군은 군대를 이끌고 우산국으로 향했으나, 우산국 군대에 패배하였다. 이사부 장군은 군대를 정비하며 다시 한번 우산국 토벌을 다짐한다. 이 즈음하여 우해왕과 풍미인 사이에서는 딸 별님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난산이었는지 풍미인은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우해왕은 민생을 돌보지 않았다.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토벌이 다시 시작됐다. 새로운 병기인 불을 뿜어대는 나무사자가 함께였다. 불을 뿜는 나무사자를 본 우산국 군대는 겁에 질려 항복을 하고 말았다. 우해왕은 바다에 몸을 던져 자결하였으며, 우해왕의 딸 별님이는 이사부 장군의 첩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상국가였던 우산국은 역사속에서 사라졌다.
조선의 조여적이 쓴 「청학집」에 의하면 우산국 왕자인 하발은 7명의 동생과 함께 고구려로 들어가서 벼슬을 받았다가, 하발을 제외한 7명의 동생은 중국으로 도망쳤고, 그들 중 1명인 현우는 지금의 함경남도 비백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우의 자손들이 각각 현씨, 우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2. 의병장 고경명을 저주한 처녀귀신 - 금계필담 수록
임진왜란 무렵 의병장으로 나서서 싸우다 전사한 고경명, 그와 얽힌 이야기가 조선 후기에 나온 야사집 서유영의 「금계필담」에 수록되있다.
고경명은 젊은 시절 집 근처 호수 산책을 자주 했다. 하루는 산책을 하던 중 비가 내려, 비를 피하고자 근처에 있는 민가에 들렀다. 이 집에는 한 처녀가 있었는데, 이 처녀가 고경명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고경명은 비가 그치자 바로 그 집을 떠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한 노인이 고경명을 찾아온다. "소인한테 딸이 하나 있는데, 지난번 나리께서 우리 집에 오신 뒤 그 아이가 상사병에 걸려 자리에 누웠습니다". 노인은 고경명에게 자신의 여식을 아내로 맞아달라고 간곡히 청하엿지만, 고경명에게는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었다. 고경명은 사실대로 말하며 노인의 청을 거절하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고경명은 언제나 처럼 호수 근처를 산책하다, 소나기를 만났다.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민가에 들렀는데, 젊었을 적 들렀던 그 집이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그 집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가 되어있었다. 음침한 분위기에 바로 그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갑자기 집안에서 큰 구렁이가 나오더니 고경명의 몸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고경명은 이 구렁이가 그때 그 처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너의 부탁을 거절해서 너를 죽게했구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몰인정했다. 네가 나를 해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구렁이는 고경명을 노려보다가 눈물을 흘리더니, 고경명에게서 떨어져 나와 집 마루 밑으로 들어갔다. 구렁이가 사라지자 고경명은 그 곳을 빠져나와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밤 꿈에 그 처녀가 나타나더니 "소녀가 나중에 구렁이로 다시 나타난다면, 죽을 징조인줄 아십시오" 라고 말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이후 임진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다. 고경명은 아들 고인후와 의병을 일으켜 일본과 맞서 싸웠다. 하루는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잠시 대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한쪽에서 의병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게 아닌가. 고경명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시끄러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고경명은 "드디어 내가 죽을 날이 왔구나"라고 깨닫고는 다음날 10일 아들 고인후와 전사한다.
나도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었고 지역 전승 관련 다큐도 많이 봤다. 해서 내 주변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있는 120개의 이야기 중 못해도 50%정도는 알겠거니 했다. 왠걸...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20% 남짓. 오로지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에서만이다. 저자가 참고한 수많은 야담집 어우야담, 청구야담, 금계필담, 필원잡기, 천예록, 학산학언 등 에서 우리에게 정말 생소한 이야기만 뽑은 게 120개 이니, 전체적으로 다 읽는 다면 지금까지 전승된 민간 설화나 야담은 수 백, 수 천가지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즉 내가 알고 있던 건 손톱의 때 만큼의 양도 못된다는 소리. 고작 이 정도 가지고 명함을 내밀려 했었다니, 아후.. 난 아직도 멀었다.
음.. 생각해보니 유몽인의 어우야담 같은 경우는 완역본으로 가지고 있긴 한데, 한 30페이지 읽다 말았던 것 같다ㅠㅠㅠ 책이 두꺼워도 너무 두꺼워 !! 이렇게 된 거,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는 어우야담 완독에 다시 도전해야겠다..크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