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2 -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 땅의 역사 2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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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학농민혁명을 둘러싼 역사의 아이러니

경상도 사람 박성빈은 농학농민군의 접주였다. 동학농민혁명 때 생포가 되었으나 간신히 살아남아서 초야에 묻여 살았다. 박성빈에게는 아들 여럿이 있었는데, 그 중 셋째 아들 박상희는 남로당 당원으로 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을 하다가 총살당한다. 박상희의 동생도 남로당원이었다. 박상희 동생은 형이 죽고 2년 뒤 여수, 순천에서 벌어진 군부대 반란 사건에 가담하여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된다. 그가 바로 훗날 대통령이 된 박정희다. 그의 정권 하에 경제가 발전된 부분은 분명 있으나, 그가 독재를 한것도 사실이고 그로 인하여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학살된 것도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정권에서 쿠테타로 규정되던 동학농민운동을 '혁명'으로 규정한 것은 바로 그 였다.

 

구한말 의병장, 우국지사 최익현은 동학을 동비라고 비하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고, 동양평화론을 말했던 안중근 의사는 동학을 폭동이라 규정하고 황해도에서 아버지와 함께 동학군을 토벌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유독 눈에 띄던 동학군 일원 한명은 죽이기 아깝다 하여 살려주고, 가까이 지냈는데 그 자의 이름은 김창수 이다. 김창수는 훗날 한국인이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이다)

 

현대인들에게 동학동민운동은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던 민초들의 '혁명'이다. 하지만 당시를 살던 (양반)독립지사들에겐 그저 조선의 질서를 망가트리려 하는 천민들의 쿠테타였다. 반면 해방 이후 정권의 독재자가 된 한 남자에게는 혁명이었다.

역사는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지만, 당시의 시선 - 당시의 사회를 살던 눈으로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2. 1951년 거창 양민 학살 사건

수 백명의 일반인이 군인의 손에 학살당했다. 이 와중에도 본인들이 일으키는 학살 극이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은 인지 했는지, 인민군이나 무장공비로 변장하고 학살을 자행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총을 빗 맞아서, 시체 더미 속에 있어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소수의 생존자가 나왔다. 군부에 의해 은폐되었던 학살 사건은 생존자들 덕분에 이 사실은 외부에 알려진다.

-사람이 총을 쏘니까 막 내 위로 엎어질거아니야. 그 사람들이 막아줬어

-어머니는 저쪽, 우리 형은 요쪽, 피만 위에서 내리 쏟아진 거 그것만 덮어 썼지.

-그냥 위에서 막 뭐 넘어지니까 막 피가 입으로도 눈으로도 다 들어갈 거 아니야.

-사람의 피가 참 냄새가 지독해. 어째 그런고, 그래도 거기서도 냄새가 지독하단 생각은 들어


거챵 양민학살과 관련하여 당시의 관계자들이 법정에 섰다. 누구는 무기징역, 누구는 징역 몇년. 하지만 1년 뒤 전원 특사로 풀려난다. 그리고 그들은 박정희 정권에서 두루 요직을 거쳤다.

 

당시에 거창 박산골에서만 희생된 사망자는 719, 그 중 15살 이하 어린이가 절반이 넘은 364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희생되었던 박산골은 3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다. 통제된 기간 동안 학살을 자행한 군인들은 작은 유골 100여구를 몰래 빼어나 다른 곳에 암매장했다.

 

거창학살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은 유족회를 결성하여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하여 집단분묘를 만들었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섰다. 정권에서는 거창학살 희생자 유족회를 반 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전부 구속한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 때 거창 사건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창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땅의 역사 2권은 1권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내용이 많이 있다. 친일파에 대한 분량도 상당하며,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민초들에 대한 부분도 상당하다.. 

 

TV조선에서 방영된 '땅의 역사'에서 거창 양민학살에 대하여 조명했을 때, 박종인 기자의 울분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창 양민학살사건, 여순 양민학살사건,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규정되어 억울하게 죽어간 양민학살 사건을 본다면 아마... 그래서, 너무 잔혹하고 믿고 싶지 않아서, 국민을 지켜야할 국가가 자행한 일이라는게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속에서 지우고 싶은 걸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때의 국가의 모습은, 국민을 학살하던 국가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과 다를바가 없었기에... 일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기에..


※본 리뷰는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도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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