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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1. 간혹 제 독후감을 읽어보시는 대단히 훈륭한 분들께서는 대강 아시지싶은데 제가 얘들이 많다보니 늘 서두를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나 서민 코스프레를 입에 달고 꺼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고 공감을 얻어보려고 하죠, 사실 대중소설을 그것도 장르쪽의 스릴러나 추리소설류를 많이 읽다보면 대부분의 소설의 내용들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소설의 소재나 주제적 자극성은 대중적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된 면으로 보여질 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삶의 기준은 대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뉴스나 자극적 미디어의 범죄적 모습이 오히려 더 두려운 현실감을 줄 수 있지만 우린 타인의 삶이라는 벽을 만들어버리죠, 그리고 그러한 소재를 이용하여 집필한 대중추리스릴러소설을 볼때면 독서가 주는 공감적 공포가 싫어서 아니 맞닥뜨리기가 두려워 외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요즘 TV에서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스릴러적 범죄드라마나 사회 현실적 문제를 다룬 소재는 또 무척이나 좋아라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족에게 닥친 불행과 암울한 미래에서 벗어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부류의 스토리는 늘 좋은 소재로 등장하곤 하죠,
2. 언제나 가족과 내 가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의 틀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구성이 가족이기도 하구요,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의지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의 삶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내리사랑의 방식은 일종의 종족보존의 본능적 욕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것과는 다르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자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조금 부모의 내리사랑이 무게감이 더 큰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첫 딸을 낳고 그 아이가 커갈수록 이 아이의 삶이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우리의 사회는 여성적 폭력에 대해 너무나도 관대하고 쉽게 그 행위를 용납하는 현실속에 놓여있으니 말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의 판단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 여성들이 느끼는 폭력적 세상의 두려움은 쉽게 변화되진 않죠, 그래서 전 아이가 학교를 가면 매일같이 뽈뽈이 하나 사서 등하교를 시켜주고 최대한 위험을 거두는 울타리를 만들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눈에 드러내진 않지만 늘 사회의 두려움에서 딸들의 삶을 지켜주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고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역할은 차순위로 밀려나죠, 혼자서도 잘해요, 그렇습니다.. 모든 자식들이 혼자서도 잘하고 큰 문제 없이 희망찬 삶의 미래를 두려움 없이 그려볼겁니다.. 또 그럴꺼라고 믿구요, 하지만
3. 세상이 아무리 무서운 범죄의 모습으로 하루에서 수십건의 불안한 사회의 모습이 보여지더라도 아이들은 굳이 그런 세상을 미리 알 필요는 없죠, 부모로서 얘네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때까지 최대한 울타리를 쳐주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등의 모습을 볼때면 너무나도 무섭고 화가나고 두렵습니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시대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이와 더불어 인간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사회적 부작용의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영역은 수없이 확장되어 가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이고, 소설 이야기는 묻어두고 뭔 말같잖은 소리를,, 이번에 읽게된 작품을 생각하다보니 말이 엄청 길어졌습니다.. 웬디 워커라는 미국 작가님의 아주 대단한 심리스릴러소설입니다..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라는 제목이죠, 이 제목의 의미는 아동성폭력에 대한 대단히 위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날카롭고 섬세한 후유증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4. 한 남자가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니 크레이머라는 열다섯살의 여자아이의 성폭행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죠, 제니는 친구와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없는 동안 연 파티에 참석하였으나 숲속에서 누군가에게 심각한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니의 부모인 톰과 샬럿은 뒤늦게 병원으로 실려간 제니의 상황을 파슨스 형사에게 전해듣고 기함을 하게 되죠, 부모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아이가 당한 상황적 공포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을 두려워한 제니의 부모는 제니의 사고 당시의 기억을 숨겨두려고 합니다.. 주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굳이 들춰내지 않고 애써 감춰두고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한 남자는 이것이 아주 잘못된 심리 치료임을 밝히고 자신이 정신과 심리치료 전문의라고 하며 실제적 정신적 충격의 치료에 대해 여러 설명을 이어나갑니다.. 제니라는 아이만이 아닌 그녀의 부모의 심리치료까지 병행을 하게 됩니다.. 그 치료에 이 정신과 의사가 참여하게된 계기가 제니의 몸속에서 숨겨진 기억의 잔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는 현실과의 괴리에서 제니는 불안정한 심리로 자살을 시도하죠, 그리고 이 시점에 이 소설의 화자인 앨런 포레스터 박사가 현실적으로 등장하게 되는겁니다.. 앨런 박사와 함께 제니, 톰, 샬럿, 그 외에 과거의 충격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정신적 고난을 우린 이 작품을 통해서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니에게 짐승같은 성폭행을 과한 인물에 대한 추리적 단서까지 더불어서 말이죠,
5. 상당히 어리둥절한 작품입니다.. 초반 진행과정의 구성이 특히 그러합니다.. 실제 당사자는 아닌 듯한데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남자가 등장하고 어느 시점까지 자신이 얼마나 잘난 심리 전문가인 지 떠들어대는 듯한 느낌이 다분합니다.. 뭐지, 이건,,,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러다가 상황의 시점이 어느선을 넘어서면 자신을 제대로 밝힙니다.. 아, 이 소설의 모든 시점과 이야기의 중심을 만들어나가는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입죠, 소설은 정신과 전문의가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하는 다른 정신적 피해자의 이야기를 곁들여가며 제니라는 아주 중요한 이 소설의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이 상황을 극적으로 연결시켜 나갑니다.. 끊임없이 주변의 영역과 연결하여 정신적 해결을 방법론을 찾아나가는 전문 심리상담치료 스릴러소설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 이 내용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대단히 이질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아휴, 읽어 나가면서 이렇게 뭔가 색다르게 진행되는 소설의 구성은 정말 간만이 아닌가 싶어요, 중반부를 넘어서면 초중반에서 벌어졌던 이야기의 뭔가 산만스러웠던 내용들이 조금씩 그 체게를 갖춰가기 시작하는거죠, 왜 이 작가는, 아니 이 의사는 제니의 이야기만 하면될텐데, 제니의 부모를 끌여들이고, 심지어 자신이 담당하는 다른 정신적 심리 불안을 가진 주변인들까지 끌여들이는걸까, 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거죠, 작가가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님 방식적 측면을 제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산만스러워했는 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이 소설은 대단한 긴장감을 독자들에게 안겨주면서 집중도를 높여갑니다.. 그러다가 후반부로 들어서면,
6. 이렇게 전반적으로 한 여자아이의 성폭행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진 기억을 중심으로 망각 치료라는 방식으로 심리적 불안과 정신적 스트레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뒤로 갈수록 가관이라고 할 수있는거죠, 여기서 가관이라는 말은 너무 좋은 의미라고 보셔도 됩니다.. 초반부에 뭔가 어색한 듯 산만하게 느껴지며 지 잘난 듯이 떠들어대는 한 남성의 이야기와 시점이 중반 이후부터는 아주 매력적인 심리스릴러의 상황과 함께 정신과 치료에서 벌어지는 개인이 쉽게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또다른 자아의 모습과 과거의 삶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성격적 결함이나 문제등을 일종의 훔쳐보기식 방법론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반적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독자들을 몰아갑니다.. 솔직히 이 소설의 문장은 독서를 함에 있어서 그렇게 집중도를 높을 수 있는 흐름적 문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원문 자체가 그러했는 지는 모르지만 문장이 딱딱 끊어지며 이해도를 높여주는 방식은 아니에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적 이야기가 줄줄이 소세지마냥 연결되기에 숨이 가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이 소설의 집중도를 높여서 독서를 이어나가다보면 오히려 이 문장이 주는 긴장감과 집중도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이 소설은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문장의 연결이 주는 빡빡함이 대단히 집중해서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행간을 이어나가게끔 한다는거죠, 문장의 호흡이 다른 작품들보다 상당히 길게 느껴지다보니 오히려 소설의 감상적 무게감이 더 짙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아님말고,
7. 오늘은 뭔가 말이 깁니다.. 소설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의 결론을 마무리하고 소설을 덮고 나면 이 소설,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아주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작가가 만들어놓은 스타일의 문장적 연결을 초중반을 읽어나가면서 딱히 칭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이 문장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적 연결과 흐름은 마지막 이 책을 덮고나면 아따 이 작가 장난 아니네,라는 칭찬이 저절로 생겨나더라구요, 대단한 반전과 상황적 변환의 시점들이 아주 멋집니다.. 이런 스릴러적 멋터짐은 중반부를 기점으로 후반부와 마무리까지 오면서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니 혹여라도 초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봬도 그러려니 하고 조금만 참고 견디시면 그게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시리라 전 믿습니다.. 말 그대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고 작가가 대단한 스토리적 고민을 했을법한 느낌이 드는 좋은 심리스릴러소설인 듯 합니다.. 물론 독자들이 소설속으로 푸욱 빠져들게끔 만들 문장의 간결함을 조금 더 다듬어야될 듯 싶긴 하지만 절묘한 서스펜스의 감각이 잘 살아있는 구성의 탄탄함은 칭찬해도 될 듯,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