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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증인 ㅣ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평점 :

1. 뭐 맨날 독후감 서두마다 서민이 어떠니, 부자가 어떠니, 돈이 어떠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주절거렸습니다.. 대체적으로 작품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다수로 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없는 살림 이야기하면서 나랑 비슷한 주변인들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한, 그래서 내가 빡세게 없는 살림 쪼개가며 살아가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일종의 공감적 반응을 얻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돈 많고 늘 제가 밉쌍스러워하는 대한민국 10%의 부자들은 이런 독후감이나 장르소설 부류를 제대로 읽기나 하겠습니까,라는 편협한 생각을 합니다.. 돈 벌기 바쁘고 돈 쓰러 다니기 바쁠테니 말이죠, 너무 못된 말인가요, 이렇게라도 돈많은 그들의 삶에 대한 반항적 말이라도 해야 조금 마음이 편한 부분은 있습니다.. 전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지인들의 삶을 들을때마다 심지어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버는 돈은 위나 아래나 큰 차이가 없는데 집 하나 사는데만도 지방의 두배 이상 돈이 필요하니, 늘 전세신세를 못 벗어난다는 이야기죠, 내 집을 갖고 싶어도 대출 상환에 따른 이자비용도 만만찮고 그동안에 전세살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놓으니 어느순간 집값은 그동안 전세설움 견뎌내며 모아놓은 돈으로는 택도 없는 가격으로 올라버리고 지랄같은 버거운 세상살이라고 하더라구요,
2. 전 업무 자체가 주택과 관련된 건설쪽인지라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요즘 국내 부동산이 돌아가는 행태가 기가 찰 정도입니다.. 서울이나 투기가 과열된 수도권 지역에는 돈 있는 인간들이 투기 목적으로 수십 채씩 분양몰이를 하고 그렇게 오른 집값은 수많은 분양자들의 나라 가계대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지방과 양극화가 발생하곤 하죠, 그렇게 대출로 힘겹게 담보로 마련한 집은 언제 어느시점에 거품이 빠져 폭락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출은 수십년에 걸쳐 상환을 해야하죠, 원금과 함께 말입니다.. 있는 놈들이야 집장사에 그 이자까지 붙여서 되팔아먹지만 없는 우리들은 그나마 대출상환하느라 애들 보험과 학원비마저 줄여야될 지고 모를 일입니다.. 아니 실제 그렇게 살아가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미키 할러가 4번째로 활약하는 "다섯 번째 증인"이라는 작품은 영미 스릴러임에도 상당한 심리적 공감이 잘 이루어지는 작품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물론 마이클 코넬리가 여전히 입체적인 캐릭터인 미키 할러의 변호사로서의 활약을 전방위로 펼쳐냅니다..
3. 미키 할러는 소설속에서 자신의 차석인 제니퍼 에런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양심을 키우지 말라구요, 자기도 그렇게 해봤는데 그 양심이 자신을 어떤 좋은 곳으로도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죠, 미키 할러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시라면 이 말에 대해 충분히 감응하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줄거리를 늘어놔 보겠습니다.. 할러는 형사소송이 많이 줄어들면서 민사소송과 관련된 담보대출 주택압류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근래들어 과거 주택담보대출이 활성화되었다가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른 대출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주택에 대해 압류와 함께 거주자를 은행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상황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여 힘든 거주민들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그 집에서 지낼 수있는 방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의뢰인중 한명인 리사 트래멀이 자신의 집을 압류한 은행의 담당자인 미첼 본듀란트라는 인물을 살해했다는 것이죠, 이 살인사건에는 대단한 음모가 있을 지도 모르며 또다른 용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서 미키는 변호인으로서 그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서 이제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재판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대단히 속물적인 감성을 가진 미키 할러이지만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서라면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자신의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의뢰인이 무죄로 풀여나는게 원칙이니 말이죠, 과연 그는 모든 진실이 의뢰인으로 향해있는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4. 미키 할러는 인간적입니다.. 그래서 속물적이죠, 해리 보슈와는 판이하게 다른 인물적 캐릭터입니다.. 해리는 뼈속깥이 외롭고 정의로운 존재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인물이라면 미키는 특유의 세속적 가치관에 물든 사회적 변호사라로서의 현실감이 가득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는 정의라는 것에 대해서는 똥닦은 휴지의 가치조차 부여하지 않죠, 변호사로서 자신의 의뢰인의 요구에 충실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린 압니다.. 왜냐하면 미키 할러이니까요, 제가 읽었던 링컨차에서도 그러했고 탄환의 심판에서도 그러했습니다.. "파기환송"은 경황상 아직 읽지를 못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미키는 인간적인 인물이죠, 세상의 현실에 반응하는 속물로서 자신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드러내지만 그속엔 그조차도 외면하고자한 양심(줄거리의 첫번째 줄에 그가 보여주는 말)이 언제나 바닥에 깔려있죠, 그런 그의 입체적 심리는 결국 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대단한 반전을 일으켜 다음 작품인 "The Gods of Guilt"(미출시)에서는 또다른 미키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5. 변호사가 주인공인만큼 이 소설은 재판과정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법정소설입죠, 늘 그렇듯 무죄라고 주장하는 한 의뢰인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모든 과정을 다룬 작품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법정소설의 드라마틱한 상황적 전개를 아주 좋아라합니다.. 예전에는 존 그리샴에게서 이런 흥분을 맛보곤 했죠, 존 형님의 작품이 대단히 드라마틱하긴 하죠, 하지만 마이클 코넬리가 보여주는 느낌은 여느 법정소설과는 다릅니다.. 늘 이야기하듯이 코네리만의 특유의 현실적 감각이 소설의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서사를 이어나가는 방식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대단한 계산적 틀이 짜여져 있는 작품입죠, 이번에도 이 틀속에서 이야기는 쉼없이 이어집니다.. 미국의 형사소송은 우리와는 다르게 재판개시 후 판결까지 그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나봅니다.. 재판준비과정을 한두달 준 뒤에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안에 검사측의 주장과 변호사측의 주장이 증인을 통해 반대적 증언을 이끌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리고 원칙적으로 배심원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재판이기 때문에 배심원의 소견이 가장 중요한 판결의 중심이 되는 방법론이죠, 늘 그렇듯 배심원이 유죄인 지 무죄인 지 확정적 판단을 이끌지 못하게 합리적 의심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하는 게 변호사의 임무이고 그게 무죄로 가는 중요한 방법론임을 이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방법론은 찾아내는 흐름의 드라마가 아주 기가 막히다는 것이죠,
6. 일단은 실망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에 따른 서민주거의 불안을 이 소설에서 중점을 두고 드러내는 공감적 즐거움과 함께 범죄소설이 주는 진실 찾기의 궁금증에 대한 장르적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늘 그렇듯 대단히 빡빡한 문장과 흐름과 내용임에도 어느 한순간도 그 맥을 끊는 단락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자연스러운 서사의 능력을 보여주는 코넬리 형님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현실적 문제에 대한 법정소설의 느낌이 많아 조금 더 인간적인 느낌과 페이소스가 가득한 감성적 독후감의 흐름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을 조금이라도 폄하하기에는 이 작품이 주는 재미가 만만찮은 것이죠,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능력과 입체감을 뽑냅니다.. 보슈가 그러하고 미키가 그러하고 매케일럽이 그러하고 블라블라... 하지만 이 모든 인물이 주는 감성적 입체감은 각각이 대단히 색다릅니다.. 특히나 미키 할러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말그대로 매튜 매커너히같은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인물이 아니면 쉽게 소화해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죠, 소설속에서도 나옵니다.. 미키 할러는 매튜 매커너히라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나면 전혀 색다른 미키 할러의 모습이 기대되는 것은 저만 그런 걸까요, 과연 그가 그의 양심이 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삶의 영역을 넓힐 지, 아님 양심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현실적 감각으로 마음을 포장한 체 또다른 의뢰인의 변호를 맞게 될 지, 무척 기다려지는 다음 작품입니다.. 그나저나 서울사는 서민들은 그 비싼 주택가격에 대출상환을 어떻게 하는 지 몰라, 가슴 아파서 목이 메여서 안간힘을 써봐도 피해 갈수도 물러지지도 않는 대출이자인가봐,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