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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1. 아이가 많습니다.. 혹여라도 지나가는 말로 가족 이야기를 꺼낼때 아이가 어떻다고하면 다들 우와,라고 하시는 정도의 반응을 얻곤 하죠, 하지만 압니다.. 과거 저는 병원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어 산부인과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난임으로 고생을 하시고 계신지도, 그리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것도,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한 존재로서 자신과 닮고 자신의 모든 것을 되돌려줄 끈을 이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말이죠, 그렇기에 저는 삶의 가장 우위에 아이들을 두고 살아갑니다.. 저와 저의 아내로 인해 세상속에서 또다른 삶을 부여받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줄 책임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그 존재의 유일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인간이니 단순한 책임과 최선의 양육을 넘어선 새롭게 잉태된 또다른 각각의 존재성을 가진 아이에게 그들만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까지 줘야한다는 것도 부모로서, 가족으로서의 말이죠... 사실 근데 힘들긴 해요, 어휴.... 도대체 중2를 몇번이나 거쳐야되는건지....
2. 항상 그렇지만 게이고 슨생은 언제나 게이고 슨생입니다.. 이 양반은 인간의 심리와 그 관계의 상황들과 복잡성을 인간 내면의 공감을 토대로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되는 지, 그리고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작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소설들이 주는 공감적 영역을 국내 독자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오곤 하죠, 사회파 소설류도 그러하고 일반적인 미스터리스릴러의 장르속에서도 웬만한 국내 독자들은 일본소설이 주는 공감대에 즐거움을 찾곤 합니다.. 아무래도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끌어내는 작가가 게이고 슨생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하니 국내에서 엄청난 출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독자들이 즐겁게 찾는 작가가 아닐까 싶은거죠, 물론 이런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을겝니다.. 이번 작품 "희망의 끈" 역시 이런 작가의 역량이 고대로 숨쉬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고 어느정도 무난한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내면속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감정과 관계의 영역을 이렇게 깊은 동조를 이끌어내는 작가는 참....
3. 소설의 시작점에서는 한 부부의 아이들이 지진이라는 재난속에서 비극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하필이면 지금 이순간 튀르키예에서 너무나 심각한 지진피해로 수많은 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하는 터라 좀 더 그 감정이 지배적으로 각인되기도 합니다..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자연재난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은 세상 모든 슬픔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만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런 그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아픔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이 부부는 그렇게 슬픔속에서 삶이 제대로 이어지질 못하죠,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또다시 아이를 낳아서 기르며 새로운 인생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언제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또다른 희망의 디딤돌이 되기도 하니까요,
4. 어떠한 방향성일 지 잘 구분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말기암으로 죽음을 앞둔 한 노인의 이야기에서 소설은 시작합니다.. 유언장에서 언급한 이름이 누구인 지는 다음에 이어지는 살인사건과 함께 밝혀지죠, 한 카페의 여주인인 하나즈카 야요이가 살해됩니다.. 마쓰미야 형사는 이를 수사하게되고, 그녀와 관계된 이들을 하나씩 만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하죠, 그리고 또다른 상황에서 마쓰미야 형사는 한 여인에게서 연락을 받게 됩니다. 자신을 요시하라 아야꼬라고 소개한 여성은 자신의 아버지의 유언에 마쓰미야가 등장한 것에 대해 그를 만나기를 원하죠, 자 그럼 프롤로그에서 한 부부의 아이들이 지진으로 사망을 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이야기와 시작점에서 한 노인의 유언에 등장한 마쓰미야 형사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즈카 야요이의 사망과 관련된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서사가 이루어질 지의 궁금증은 오백원을 내지않은 독자님의 몫입니다..
5. 소설속에서 또다른 형사팀장으로 등장하는 이가 가가 교이치로라는 사람입니다.. 게이고슨생의 작품 캐릭터중 한명입죠, 게이고 소설을 즐겨 읽으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친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쓰미야는 가가형사의 조카이자 또다른 캐릭터로서 향후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인물이기도 합니다.. 가가가 보여준 형사로서의 감각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등을 토대로 보다 젊고 날카롭지만 그 나름의 인간미를 고대로 간직한 캐릭터로서의 시작점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특히나 마지막 단 한 페이지에서 보여준 마쓰미야의 캐릭터의 감성과 성향은 향후 이어질 그의 모습에 대한 매력을 한껏 부풀려주기도 합니다..
6. 이 작품은 미스터리소설이지만 그렇게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현실적이고 일반적이지만 가슴 아픈 가족사와 우리네 삶의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런점에서 전반적인 장르적 감성은 떨어질 지 모르지만 그 서사속에 담겨진 인간에 대한 깊은 감성적 공감은 그 어떤 작품보다 뛰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삶 속 한 켠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딱히 반전이나 미스터리적 재미보다는 현실적 인간적 삶의 연속성과 우연이 필연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인생을 적절하게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게이고슨생만큼 잘 이끌어내는 작가가 드물다는 건 익히 아는 이야기일테구요, 편안하게, 하지만 그 감정의 무게만큼 매력적인 작품으로서 독자들의 선택에 답을 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게이고 센세이가 더욱 노련해진 것 같은 생각은 저만 그런가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