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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여자들 - 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멜라니 블레이크 지음, 이규범 외 옮김 / 프로방스 / 2023년 2월
평점 :
1. 인간이 가진 온갖 욕망과 감정을 대신해서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영상적 미학은 대단히 강렬하고 화려하고 우아합니다.. 그리고 그 내면의 감성은 인간의 모든 감성적 배설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죠,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중의 하나인 TV속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대변하고 표현하고 이해하고 그려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죠, 대리만족의 원초적인 본능까지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TV연속극 제작 현장속에서의 아주 현실적이지만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간에 대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최고의 쌍년이 누구냐'라는 것입니다..
2.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작품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선입견을 심어주는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군요, 그렇다고 작품의 제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원제가 어떻게 되는 지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쌍년을 아무렇게나 내세울 정도의 과감함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영어책 관심없는 저로서는 모르죠, 여하튼 이 거침없고 가볍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의 '쌍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첫 느낌이 소설에서 얼마나 많은 매력으로 다가올 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맡기기로 하고, 소설은 40년간 이어져온 '팔콘만'이라는 한 유명한 TV연속극의 제작에 관련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원일기 20년 넘게 한 것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40년 했다니 그렇다고 칩시다.. 팔콘만이라는 영국의 한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속의 드라마의 이야기입죠, 그리고 이 드라마는 시간이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바닥을 향해가고 있죠, 그리고 이 드라마의 제작사가 새로운 오너를 구하면서 인기를 회복하기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3. 팔콘만 제작사의 총괄 책임자인 제이크는 새로운 오너 매들린 케인의 의도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를 반전시킬 방법을 찾아내야됩니다.. 그를 중심으로 소설속의 쌍년들로 보여주는 수많은 여성들이 등장하죠, 40년간 팔콘만을 지켜온 여주인공을 비롯해 작가와 캐스팅 디렉터, 에이전트와 프로듀서등의 여성들이 드라마의 모든 것에 대한 그들만의 세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오너 매들린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를 잡죠, 무엇보다 팔콘만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기위해 얼마나 무자비해질 수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제작현장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신과 야망과 배신과 탐욕의 무자비한 쓰레기들이 인간의 욕망이라는 봉투속에서 담겨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쓰레기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구요,
4. 뭐 내용이야 익히 경험하고 어느정도 드라마 좀 보시는 분들이시라면 이해도가 낮을 것은 아니구요, 그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내고 차지하고 내쳐지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인간의 모습 또한 전형적이고 흔한 인간의 이기심이 가득하다는 것도 어느정도 감안이 됩니다.. 하지만 소설이 흘러가는 서사와 그 속의 상황들이 주는 개연성이나 맥락들이 딱히 와닿는 것은 아니더군요, 무엇보다 뜬금없이 아니 의미없이 등장하는 섹스와 관련된 이미지와 문장과 상황들은 도대체 섹시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배설이라는 그 단어 하나 외에는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그런 어설픈 욕망적 해결도구외에는 말이죠,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현장에서 몸담았던 직업적 의도에 따라 대단히 현실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은 한 흔적은 보이지만 작가가 그려낸 그 현장속의 인물들의 성적 환타지는 어떤 부분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그렇더군요, 심지어는 섹스라는 도구로 인간이 얼마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가를 그려내고자 노력한 가식적 노력이 아닐까, 아님 말고
5. 무엇보다 마지막의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고 상황의 끝을 반전같은 스릴러적 감성으로 몰아가는 방법 또한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뜨악하는 반전의 서사를 생각해냈는 지 도저히 이해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소설은 수많은 여성적 캐리어를 대변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들의 삶과 이기적 욕망을 담아내려 노력했지만 어느 하나도 와닿는 부분이 없었다고 감히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사적 맥락과 상황의 연결과 캐릭터의 입체화 역시 머리속에서 머무는 인물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참 아쉽습니다.. 이렇게 그려내기 쉽지않은데 말이죠, 물론 그 이유가 중년의 꼰대의 남성으로서 이해도가 낮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따로 말씀드립니다.. 제목이 주었던 강렬함이 소설의 이야기의 뜨악하는 강렬함으로 정리되었기에 어떻게 보면 제목이 큰 역할을 한 셈이긴 합니다.. '무자비한 여성들의 이야기들속에서 최고의 쌍년을 찾으라'는 작가와 출판사의 의도에 충분히 부합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야하다, 섹시하다. 자극적이다, 적나라하다... 뭐 이런 수식어가 난무하는 작품이니만큼 그런 내용들이 가득한건 거짓이 아니었고 제목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점도 거짓이 아니었다고 말씀드리면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