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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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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수십년만에 예전 초등학교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근처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언 30년 가까이 학교 주변을 얼씬 거린 적이 없는 듯 싶더군요.. 아주 우연히 걷게 된 길을 혹시나 해서 예전 등교하던 마음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학교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으로 큰 도로가 생기면서 통로에서 지워진 곳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더군요.. 겨우 왕복 차 정도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소방길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걷다보니 예전 생각이 납디다.. 슬쩍 교문안으로 들어가보기도 하구요.. 삼십년 전 뛰어놀던 운동장과 그시절 새로 건축한 건물이 여전히 떡 버티고 있어서 새삼스러웠습니다.. 근데 사실 누구나가 이야기하지만 그 시절 그렇게 커 보였던 운동장이 이제와서 보니 엄청 작더라가 아니라 지금도 역시 커더군요... 요즘 애들 학교 운동장이 워낙 작아서 오히려 커보이는 듯 싶더군요..

 

    제법 늦은 시간이라 어둠이 내려앉은 곳 벤치에 앉아서 예전 친구들과 놀던 공간속에 혼자 있다보니 몇몇 운동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괜히 이상한 눈초리를 보이시더군요.. 그래서 벗어나서 교문을 벗어나는데 그 시절 있던 문방구가 아직까지 그대로(!!!!) 그자리를 지키고 그 당시의 가판대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늘 그 문방구에서 백원을 주고 해피라면이나 브이라면을 사서 생으로 부셔먹던 기억이 납디다.. 제 아이들도 이제 초등학생이다보니 살짝 들어가봤습니다... 그 시절 문방구를 하시던 분이 누구셨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으나 현재 계신 분들에게서 그 시절의 냄새가 그대로 묻어나는 걸 보니 아마도 가족분들이 아니었겠는가 싶더군요.. 먼지 묻은 싸구려 장난감과 아이들 딱지들이 여기저기에 가판대에 올려져 있는 걸 보고 아들 닌자고 카드 뭉치를 두개 사서 그냥 나왔습니다.. 제가 그 옛날 이 문방구를 다니던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해볼 걸 그랬나요,

 

    돌아서서 걸어 내려오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고 그순간만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았던 시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하는 생각이 꾸역꾸역 머리속에 밀려들면서 누구는 어디에 살았지, 누구는 정말 누구를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하던 누구는 여전히 이 동네에서 살고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듯 집에 도착하면서 현실의 삶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그리곤 과거로의 여행은 현재의 삶의 문을 열어제끼는 순간 아빠~~라고 외치는 아이들때문에 다시금 가라앉아버렸죠..

 

    그러다가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네요..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아줌마 작가님의 단편집입니다.. "눈의 아이"라는 작품인데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위의 이야기가 아마도 단편집의 몇 작품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눈의 아이"라는 단편은 어린시절 친구들이 성인이 된 후 모임을 가지면서 그 시절 죽음을 당한 한 아이에 대한 과거가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장난감"이라는 작품은 한 가족이 우연히 만난 친족의 장난감 가게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요코"라는 작품은 인형 탈을 쓰고 알바를 하는 주인공이 탈을 쓰면 타인의 모습속에서 그 사람이 좋아했던 그 무엇인가가 보인다는 이야기입죠... "돌베게"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에 퍼지는 소문들에 대한 이야기와 이로 인해 또다른 사건의 해결의 빌미가 되는 미스터리적 느낌이 좋은 작품이네요.. 마지막으로 "성흔"이라는 작품은 전체 단편중 가장 길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부분에서도 가장 두각이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한 아이의 존속살인으로 인해 밝혀지는 진실은 가혹하리만큼 충격적입니다.. 이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복수의 칼날을 일종의 메시아적 예언으로 여론을 몰고가는 인터넷의 영웅담이 주인공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미미여사, 하면 이제 웬만큼 장르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에게는 누군지 떠오르실겝니다.. 그만큼 국내 독자의 기본적 선택의 기준선에 언제나 선두주자로 나서시는 분이시기도 하니까 말이죠..  상당히 다작을 하시는 작가님이시기도 하구요..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 행님만큼은 아닌 듯 싶습니다만 그래도 국내에 출시된 작품들이 최소 30권 정도는 되지 않나 싶더군요.. 장르도 사회파 미스터리나 일본 본격추리등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면서 장르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 분이시기도 하답니다.. 상당히 작은 분량의 "눈의 아이"는 일종의 사회파적 감성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현대적 감각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딜레마나 부조리를 휴머니티에 입각해서 미야베적 느낌으로다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어 주는거죠.. 소설속에 보여지는 인물들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그속에서 은밀하게 사뭇 달라보이는 진실을 끄집어내는거죠..

 

    크게 감흥이 있거나 느낌이 팍 오는 그런 작품은 없습니다.. 개인적 취향에는 마지막 "성흔"이라는 작품이 가장 적합한 재미를 선사해주긴 하는데 다 읽고 나서 가장 머리속에 남는 작품은 "장난감"이라는 단편이네요.. 짧은 시간에 편안하게 펼쳐보시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펼치기에 이보다 적합한 작품이 없을 듯 싶기도 합니다.. 다 적고 보니 소설속 내용보다는 저 개인적 이야기가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군요.. 그만큼 짧고 내용도 간단한 그런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땡끝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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