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어릴때 막 친구들이랑 무리지어 놀다보면 한번씩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너, 첩자지 또는 너 간첩이지같은 말이죠.. 우리시대에는 스파이라는 말보다는 간첩이나 첩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대였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하는 시절의 막바지에 태어난 까닭인거지요.. 며칠전 어느 이웃분께서 멸공방첩이 어색하지 않은 세대라고 하신 기억이 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멸공방첩이 중요한 나라입니다만 요즘들어서는 이런 반공이라는 개념보다는  우꼴(우파 꼴통)이나 좌빨(좌파 빨갱이)라는 보다 싸구려틱한 개념의 단어가 생겨나 보다 흔하고 일반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남한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자유국가(맞나?)이고 북한은 공산주의를 넘어선 세습제 전제주의로 발돋움(?)하고 있는 비민주국가로 양분되어 있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일상속에서도 무수한 스파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스파이(간첩, 첩자)라는 개념은 그렇게 어색한 단어가 아니란거죠.. 스파이가 별겁니까, 내가 가진 정보를 타인에게 유출하고 나에게 피해를 주면 스파이지.. 옛날에는 긴꼬리를 가진 쥐를 간첩으로 이미지화시켜 버스등에 스티커로 붙여놓은 기억이 나네요.. 의심나면 113, 그것이 진정한 멸공방첩입니다.. 의심나면 반드시 신고하는겁니다..헌데 요즘도 전화 받아주나 모르겠네요.. 누구 말마따나 조금만 투정부리면 좌빨로 몰아부치니 신고폭주가 일어나서 폐지시킨지도 모르겠다능..

 

제목이 고매(?)합니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라는 제목의 스파이소설이죠.. 하지만 실상은 전형적인 스파이소설의 느낌보다는 실종된 사람을 찾는 추리적 미스터리소설의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베트남이라는 지역적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 상황적인 전개가 스파이적 의도를 가지고는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의 시기적 배경이 전쟁전의 베트남의 현실입니다.. 남과 북이 베트콩과 베트민으로 분열된 상황의 1962년의 상황인거죠..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2차대전후로 프랑스의 식민지에 대한 투쟁을 50년부터 벌여서 나라를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는 식민지 나라의 아픔인 올바른 선택에 있어서의 이념적 대립이 생겨난거죠.. 우리랑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곤 지역적 내분이 심화되고 이후 베트남전쟁이 발발하는 계기가 되는거죠.. 그 중간의 사이가 이 소설의 진행시점입니다..

 

무역회사의 주재원으로 사카모토는 베트남으로 오게 됩니다.. 전임자인 가토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거죠.. 가토리는 사카모토의 친구이자 연적이기도 합니다.. 가토리의 아내와 사카모토는 불륜관계이니까요.. 가토리는 실종되기 얼마전 귀국을 요청하고 사카모토가 뒤를 이어 오게되지만 여전히 실종상태입니다.. 현지에서는 정치적 상황등의 이유로 죽음을 당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만 난무하고 있죠.. 수사로 벽에 부딪혀 기아형사는 별다른 실종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카모토는 그런 가토리의 실종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찾아나서지만 우연히 자신을 미행하던 남자가 죽음을 당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또한 가토리의 실종에 대해 많은 부분이 엮여있는 훈이라는 남자가 모리가키가 구해준 사카모토의 아파트에서 죽임을 당한체 발견되죠.. 그 당시 사카모토는 라셀 마송이라는 미지의 여인과 데이트중이었죠..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이 잘짜여진 극본같은 느낌이 납니다.. 단순히 가토리라는 회사동료의 실종에 대한 개인적 단서를 찾던 사카모토에게 갑자기 생겨나는 일들은 무슨 이유일까요, 그리고 가토리의 실종은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닌건가요, 사건의 내막이 드러날때에는 더이상 빠져나올 방법이 없이 엮여버리게 되는 스파이의 현실입니다.. 그럼 사카모토는 스파이?.. 또 그럼 고메스는 누규?

 

스파이소설은 뭔가 조금 박진감이 넘치고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구성으로 긴장감을 불러줘야 제맛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007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아저씨가 만들어준 이미지일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런 편견이 있습니다.. 또는 CIA같은 배신과 배신이 꼬리를 무는 누워서 침 뱉는 스파이들의 모습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네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차분함을 잃지않고 이어집니다.. 실질적으로 스파이에 대한 개념은 일종의 반전식으로 후반부에 등장하게되죠.. 초.중반의 느낌은 실종자를 찾는 추리소설의 느낌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그러면서 꾸준히 단서를 흘려주는 센스는 잊지 않고 있죠.. 시대적 상황을 밑밥으로 실종된 인물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연결고리를 잘 이어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속도감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는게 아닙니다.. 사소하고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전개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속도감은 만만찮습니다.. 사실 며칠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펼쳐내는 서사방식이 상당히 즐겁습니다.. 일반인처럼 보이는 사카모토라는 주인공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고 또한 스파이로서 엮이게 되는지를 정말 차분하면서도 꼼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스파이소설로서의 느낌도 있지만 전반적인 감성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감이 지배적이라는거죠.. 사카모토라는 인물이 만들어가는 추리적 상황들과 묘사방식은 하드보일드적 캐릭터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감정이 메마른 타입의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소설이 집필된 시기와 시대적 상황은 거의 일치한답니다.. 60년 초반에 집필된 작품인거죠.. 그렇습니다.. 고전에 걸맞는 "스파이소설"이라고 해도 전 반감을 표하지 않겠습니다.. 뭔가 과장되고 스펙타클하면서 꼬일대로 꼬여서 좌충우돌하면서 풀어나가는 스파이소설도 좋지만 차분히 상황을 풀어서 단서를 찾는 "탐정용" 스파이소설로서 전 상당히 좋네요.. 유키 쇼지 작가님이 이후로 이런 작품을 꾸준히 집필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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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2-05-1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수리뷰 추천드려요 ^ㅡ^

그리움마다 2012-05-14 23:16   좋아요 0 | URL
캣님 하이룽^^..

서점 블로그는 적응이 안되서 힘들군요..ㅋㅋㅋㅋ

덧글 확인하고 달기가 어려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