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해류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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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류를 읽다보면 말이죠, 안타까움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출판업계에서 장르라는 개념은 늘 소문만 무성하고 대박의 기운은 인문서적이나 자계서들에 밀리는게 장르소설의 현실이죠.. 장르소설이라는게 늘 그책이 그책이려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피튀기고 잔인하고 일종의 소시오패쓰적 감성을 자극하고 옆구리에 끼고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내세우는 책으로는 조금은 천박해 보인다는 그런 편협한 생각들 말입니다.. 순문학만 소설로 인정하시는 분들에게는 만화책보다 못한 돈 주고 사볼 책은 아닌것이죠.. 너무 극단적인가요, 하지만 상당수이 대중독자분들에게는 이런 개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사실일겝니다.. 살인이라는 제목이 버젓이 등장하는 제목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펼쳐보이고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럴까요, 장르문학은 국내에서는 상당히 냉대를 받은 문학의 한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 집의 책장속에 장르소설 한 편 없는 분은 드물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은 얻거나 빌려서 읽은 것을 원칙(?)으로 하시는거죠.. 돈 주고 사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지배적일겝니다.. 아, 뭔 이야기를 할려고 하냐믄요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일본의 사회파 소설의 대가이자 문학적 주류에서 존경의 대상으로서 인정받는 한 소설가의 작품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세이초 할아버지는 가장 유명한 작가님이십니다.. 물론 순문학적 영역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몇차례에 걸쳐서 받은 일본이니 문학적 배경이 국내와는 사뭇 다르긴 합니다만 장르소설 작가(순문학도 포함됨)가 대중적 관심을 받고 최고의 위치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느껴지는 바가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출판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비교를 안할수가 없네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어려운 장르문학의 인식속에서도 여전히 상당수의 출판사에서는 그 명맥과 끈을 놓지않고 꾸준히 기획하고 출간하고 장르소설의 대중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고맙기까지 합니다.. 네, 다 돈벌려고 하는 짓이라구요,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윤에만 목적이 있다면 뭔가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을겁니다.. 복권 당첨되듯이 한권씩 베스트셀러가 되는 장르문학의 현실에서 과연 돈 벌 목적이 더 클까하는 생각을 하는거지요.. 아님 말구요

 

소설 독후감에 너무 뻘소리를 많이 했나봅니다.. 마쓰모토 세이초할배의 작품을 읽다보니 요즘 새로 기획된 세이초월드라는 의미가 살짝 머리속에 들어오네요.. 물론 이 작품과는 별개의 기획이긴 하지만 역시나 한배를 탄 장르소설이니까 상관없겠죠.. 이 작품은 세이초 할아버지의 단편집입니다. "불과 해류"라는 타이틀을 가진 단편과 나머지 세 편을 담은 작품이죠.. 뭐랄까요, 세이초 할배의 느낌이 잘 묻어나는 단편이라고 할까요,, 뭐 단순한 본격추리나 일반적 추리문학과는 조금 다른 사회적 문제점까지 가미된 사회파 소설 초기의 맛이 잘 살아나있다고 봅니다.현재 보여주는 사회파소설의 개념과는 그 양상이 조금은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사회의 부조리를 중심으로 소설의 사건이 전개된다고 보여지는 사회파의 개념이 세이초 할배의 작품속에서는 어느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파헤치고 단서를 찾는 개념에서 조금씩 사회적 문제를 들춰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네요..뭐 단편집이나 작품을 이제 두번째 읽는 저로서 맞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극단적 사회문제를 들쑤셔내는 방식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부러진 화살이나 도가니같은 분위기는 아니라는거죠.. 보다 차분하면서도 정적인 추리적 개념을 바탕으로 읽고 난 후의 감성적 싸아함을 안겨주는 그런 느낌?... 전 그렇게 보여지네요..

 

조금 살펴보면 말이죠..불과 해류라는 첫 단편은 불륜의 남녀가 축제에 함께 갔는데 말이죠.. 여인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사체가 발견되죠.. 하지만 여인의 남편은 여자가 살해될 당시 요트경주에 나가 있어 완벽한 알리바이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불륜남은 그녀의 실종을 신고하지도 못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완벽한 용의자가 되는거죠.. 한 남자는 부인의 불륜을 알았다면 살의가 있을법한 남편이지마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하고 한 남자는 불륜이긴 하지만 살의는 없는 듯 하나 완벽한 용의자가 되어버리는 이 불편한 진실..과연 그속에 담겨진 내막은 어떨까요, 진실을 찾아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고전적이면서도 재미가 있네요

 

증언의 숲이라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네요.. 한 여인이 집에서 살해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용의자가 되죠.. 그리고 그는 살인을 자백하고 번복하고 무죄임을 심문에서 몇차례 말을 바꾸기도 합니다.. 정황상으로는 그는 무조건 아내 살인범이 됩니다.. 그 이유로는 경찰이 그 외에는 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재판정에서는 계속적으로 심문시 자백사실을 번복한 남자에 대한 경찰의 의도와 강압을 의심하게 됩니다.. 과연 그는 범인일까요, 그리고 그 내면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어떨까요,, 가장 뒤끝이 많이 남는 작품이네요..

 

종족동맹이라는 단편도 괜찮습니다.. 무죄추정의 한 남자의 국변을 맡은 변호사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그런 내용입니다.. 상당히 드라마틱하죠.. 물론 법정드라마는 없습니다만 살인범으로 몰린 용의자의 무죄를 대한 사건의 단서와 추리를 차근차근 만들어 알리바이의 틈새를 찾아내는 방식은 상당히 좋더군요.. 또한 반전의 느낌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이라는 작품은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띈 작품 같네요.. 횡령으로 도망중인 한 남자는 어느 오지의 온천에서 여관에서 잡일을 하는 여인을 만나고 그녀의 육체적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살인현장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큰 내용은 없습니다만 가장 일반적인 뉴스거리같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단편집을 하나하나 설명을 잘 하진 않습니다만 요즘 흐름에서 뺄 수 없는 세이초 할배의 작품이니 그래도 읽은 티를 냈답니다..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네요.. 각각의 단편은 그 느낌을 무척이나 잘 살린 세이초만의 감각이 묻어있다고 느껴집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제로의 초점에서도 이런 메마른 듯하면서도 끝내고 나면 담배 한대 태우고 싶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직까지 저에게 세이초 할배는 담배를 댕기게하는 매력이 있네요..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다행히 전 이년이 넘게 금연중이긴 합니다.. 읽는 재미 또한 나쁘지 않아서 각각의 작품속의 추리적 재미가 상당합니다.. 모두 정황과 상황적 단서로 구성되어 있어 쉽사리 깨지지 않을 알리바이들이 존재하지만 역시 그런 추리적 틈새를 하나하나 독자들에게 제시하면서 찾아나가는 방식이 좋더군요.. 억지스럽지 않고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 설명해주듯 만들어나가는 단서찾기는 읽는 즐거움에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잘난체 하지도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는 세이초식 추리라고 보면 것이 더 좋겠군요.. 꼼꼼하게 계획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살인이라면 대단한 탐정이 나서서 해결해야겠지만 세이초할배의 작품은 무엇인가 틈새가 존재하고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살인의 냄새와 추리가 가능한 구성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있습니다.

 

또 말씀을 드리지만 출판사는 해문이네요.. 역시나 표지가 안습입니다.. 대단히 매력적인 단편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표지는 삼류스럽습니다.. 물론 제 취향이긴합니다만 이 작품은 표지로 인해 단편들의 가치가 오히려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네요.. 부디 해문출판사측에서는 이런 표지이미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셔야 될 듯 싶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장르소설 자체를 돈주고 사보는걸 아까워하는 독자들에게 그나마 표지의 고급스러움이 장르시장에 선뜻 손을 내밀기 쉬운 홍보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도 만만찮은데 신경 좀 써주세요.. 장르문학의 대표주자 아니십니까, 아님 말고 싫음 말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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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름 2012-03-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물만두 리뷰대회 때문에 유독 많이 듣게된 마츠모토 세이초군요..안그래도 짐승의 길 신청해놨는데..기대되네요..

그리움마다 2012-03-05 15:2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짐승의 길은 읽질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기존 세이초할배의 작품의 느낌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본격이라는 개념이 조금더 가미된 듯 싶네요..

전 괜찮더라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