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옆에 몸을 말고 자고 있는 딸아이....
지난밤에 본 한권의 책으로 뒤숭숭한꿈을 꾸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속에서 소설속의 내용과 함께 뒤섞인 현실이
불안감이라는 탈을 쓰고 나에게 식은땀을 안겨준것 같다.. 

어느날 현실속에서 뛰어난 음악재능을 타고난 한 소녀가 유괴된다...
그리고 모종의 음모에 노출된 사와자키는 소녀의 집에 도착하게 되고...
자신이 유괴의 중심이 되어버려 경찰에 연행되지만...모두다 유괴범의 농간이다..
소녀의 몸값을 전달해주는 목적으로 사와자키는 이 사건에 한발짝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과연 소녀는 돌아올 수 있을까?.....그리고 그녀를 유괴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라 료...모두들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이라 하면 떠올리는 인물이다....
단 몇편의 소설로 거장의 자리에 올라선 그를 지칭할때 료는 일본의 레이몬드 챈들러라 부른다..
냉소적이고 차가운 현실속에 고집스럽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외로운 탐정..사와자키...
필터없는 담배를 품어대며  하나하나 밝혀내는 진실속에 묻어나는 서늘한 현실.....
그것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진실임을 알려주며 비온후의 새벽녁의 서늘함에 몸을 부르르 떤다...
이 소설 "내가 죽인 소녀"는 어렵게 꼬아서 머리아프게 고민하게 하는 소설은 아니다....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소설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형태를 띄고 사건의 중심에 우연히 부닥친 탐정의 발품에 따라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구성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글솜씨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연결고리는 갈수록 책의 뒷부분을 궁금하게 만들어주며...중간중간 경찰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불협화음을 재치있고 유쾌하고 심지어는 통쾌하게까지 만들어주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마음까지 든다.....

물론 경찰과의 연결고리에는 초기작부터 이어져온 신주쿠경찰서의 니시고리 경부라는 인물이 딱 버티고 있다..그 역시 경찰계의 하드보일드형사라고 보면 되겠다....
어떻게 보면 사와자키와 가장 닮은 인물이 아닌가 싶다...자신의 고집과 냉소적 판단력등을 보면...
물론 이 소설에서는 니시고리의 역할은 거의 전무하며 중간중간 등장할 뿐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수없이 등장하는 기타 형사들과의 차별점을 안겨준다는게 신기하다...

한가족이라 함은 나에게는 완벽한 형태의 구성이다....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다가올 수 없는 불가침의 공간이어야하며 소중한 구역인것이다....
바로 그 곳에서 어느 한 곳이 망가져 버리면 완벽했던 구성은 그 의미가 상실되어 버린다....
그리고 의미가 상실되어버리는 순간부터 썩어들어가게 된다....
이런 불안감이 늦은 독서후 잠자리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한 꿈을 꾼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라 료의 소설은 그만의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단순하게 읽어보는 추리소설의 의미가 아닌 하드보일드라는 개념속에 묻어나는 현실의 차가움을 간직할 수 있는 느낌.....
꾸준히 이어져 나올 그의 소설에 목마름이 생기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것이다....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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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9-08-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다님. 여기서 뵙다니...무지 반가운데요.
우선 땡스투...부터 클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