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지음 / 다우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시칠리아의 암소
그의 말대로 그가 "생각하던 글쓰기가 이런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이미 그는 이런 얘기를 그렇게 써왔고, '스타일, 그것은 인간'이란 프랑스 속담을 인용했듯 진중권이란 인간의 스타일이 되어버렸다. 본저 역시2000년 그의 초기 저작 중 하나라 할 수 있을텐데 그의 '스타일'속에
숨쉬고 있는, 아니 '스타일'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아니 '스타일'자체로 이야기 하고 있는 여러 담론들이 수산시장에서 펄떡이는 우럭의 거친 몸짓마냥 그 자체로 싱싱하며 먹음직스럽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그가 떠벌리는 '파편'들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튀었다 하면 정확하게 목표물에 도달한다. 도달하여 갈기갈기 벗긴다. 벗기면 실체가 드러난다. 그러난 뒤 새로 입을 옷까지 서비스해준다. 물론 그 옷을 입기 전에 목표물은 달아나 버리지만 일단 그의 역할은 완료된다.
'한국의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반공이라는 식칼로 제 기득권을 지키는 일종의 처세술'이란 표현은 밑줄 긋기고 외우면 아주 유용할 듯 하며, 159쪽을 읽으면서 난 "독재는 갔어도 그 시절 기득권을 누렸던 세력들이 설사 형식적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기득권을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라고 주석을 달았다. 또한 103쪽의 "한편으로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을 끊임없이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다른 한편 그들에게 '안보'라는 이름의 생존보장을 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 현대사 50년을 지배해온 우상들이 재 권력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는 부문은 며칠전 100분토론에 나온 김상조 교수 의 "오히려 최근들어 80년대 이후 정부와 보수세력들이 경제 위기를 선전하고 부풀리고, 그 위기 극복의 희생을 일반 서민과 노동자에게 강요한다"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사실 위 패러그래프를 발췌한 이유는 나 역시 파편화된 그의 책을 파편화된 부문만 언급함으로써 그의 '스타일'을 맛보이고자 함이다. 8년 전의 책인데 어제 쓴 것처럼 생생한 건, 그의 글이 통찰력이 있거나 시대가 거꾸로 가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