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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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읽은 장편소설이라 또 손을 놓치 못하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긴 것 같아요 특히나 청소년 장편소설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 안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서 더 매력이 있기도 하구요 이번에 만난 책은 비룡소에서 청소년 심사위원들이 직접 선택한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이라 더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요 요즘은 성인들을 위한 얄구진 자기계발 도서보다는 이런 책들이 훨씬 실패가 없고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있어요 서론 +  본론 + 결론 보다는 기 + 승 + 전결 의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뭐.. 소설이니 당연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나온 인물과 환경을 파악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진감 넘치는 긴장감을 베이스로 하는 전개라서 너무 흥미진진했어요 그리고 앞 쪽 역시도 나오는 인물.. 아니 인물과 외계인과 배경을 파악하는 부분 조차도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당연한 듯 끌어가는 작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길가에 혼자 있는 외계인 아기 보보를 발견한  원호와 나래가 지구를 떠나기로 결정한 외계인들이 보내주는 마지막 우주선에 보보를 무사히 태워 보내기 위해 빌런들과 대립하는 모습을 박진감 있게 담아낸 것이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어쩌면 나도 모르게 사람들간의 대립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또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꼭 빌런이고 또 누군가는 반드시 착한 편이라고 할 수 없는 그 경계의 모호한 성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름답기만하지 않고 위태롭기만 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외계인이라는 낯선 소재 속에 숨어서 자꾸 고개를 드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음치, 박치이지만 곡을 쓰는 열정은 진심인 원호는 잘하는 것 하나 없고 신중함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본능에 충실하고 솔직하며 순수하고 결정한 일에는 온 힘을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친구인 것 같아요 


 원호가 질투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유튜브 크리에이터 찡가는 처음에 등장했을 때 원호의 우상이 되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정말 오산이었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아차.. 이게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어른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씁쓸했거든요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본인의 얕은 수가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또 스스로의 업적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믿는 모습에서 진짜 성장을 해야하는 것은 원호나 나래가 아니라 찡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안타까운 모습으로 이미 잘못 성장해버린 가여운 영혼..



 항상 주변의 눈치를 보고 그러다보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너무 느리고 답답하기만한 나래는 가장 사랑받아야할 엄마와 친구로부터 받는 시선과 말투에 늘 상처받고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열심히 온힘을 다하는 성실함과 변수에 대비하고 조심하는 신중함이 있는 친구예요 


 이 두 친구는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며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요 그러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마주할 때, 자존감이 한 없이 낮아질 때 서로에게 부러워했던 그 진심이 담긴 지나가는 말로 흘려 들은 말들이 다시 스스로를 일으키고 그동안 못보고 있던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며 성장하더라구요 아.. 어리기에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른이라고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해요​



 그리고 읽는 내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시선을 회피하고 싶었던 나래의 엄마 역시도 성장이 고비에서 잘못된 눈으로 스스로가 잘 해내고 있다고 믿는 가여운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진심과 본심은 나래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기에 마지막에 나래의 엄마가 한 행동은 참 속이 시원하고 또 나였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까지 더러운 짓을 한 찡가를 한방 먹여줬으니 말이죠


 또 나래의 엄마와 비교되는 원호의 부모님을 보면 나는 왜 이런 부모가 되지 못할까.. 하는 반성도 되는 것 같아요 나래의 엄마나 원호의 부모님이나 사는게 바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호의 엄마는 원호의 결정을 믿고 존중해주는 모습이 보였어요



 사실 아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를 가장 바라는 것은 부모인데 그 판단의 조금이라도 잘못되어 아이가 상처받고 힘들게 될 까봐 그게 무서워서 실패의 경험을 주지 않은 것.. 그것이 부모의 가장 큰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현실에서 눈 앞의 상황을 내려놓고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은 많이 없지요 저 또한 그런면에서 어쩌면 오히려 나래 엄마의 모습에 더 닿아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그래서 원호와 나래의 행동이 어린아이들이기에 할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특하다 잘했다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판단과 행동에 정답은 없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한 아이들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용감했다고 기억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이야기 속에는 나래와 친했지만 나래를 외면했던 친구, 원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유없이 괴롭히는 아이들, 외계인에게 친절한 경비원과 적대적인 사람들등 다양한 생각과 행동의 이유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요 어떤 사람이 제일 옳고 어떤 사람은 항상 빌런인지를 판단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이 책속에서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우리들 속에서 또다른 외계인을 만들어 그들을 보호하면서도 차별하고 적대시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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