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김휘훈 지음 / 필무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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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이야기야?
지겹지도 않아?

세월호







아마 내가 그 날의 인연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 참 상처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사건인지에 초점을 두면서 책 속에 작가가 담은 생각을 덮어버릴 생각은 하나도 없지만 혹여라도 실수로 그렇게 비춰질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거기 있었구나
한참은 찾았어
빛 한 줄기 안 드는 곳에 또 누가 온다는 말이니
아무도 안 와


아직 바다 속 어딘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다섯 개의 불빛들을 눈 속에 담은 거북이는 그렇게 위로 위로 오른다

처음엔 내가 그들이었나보다 나를 데리러 거북이가 왔나보다 아무도 찾지않는 어둠 속에서 뭘 더 기다리는 거냐고 다그치듯 거북이는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것 같다

"아무도 안 와" 라는 그 글귀를 보면 나는 "아무" 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잊어버리고 혼자 돌아와버린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또 그 날의 기억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조금은 죄스럽다


따라오렴​


이제서야 그날의 기억에 멈춰있는.. 또 갖혀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오늘로 돌아오기위해 깊은 바다에서 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거북이를 응원하게 된다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내가 거북이가 되지는 못하고 다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죄책감을 내려 놓는다

하늘로 거북이가 솟아오를 때, 다른 것들에 눈이 쏠려있 던 그때, 사람들은 비로소 응시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 페이지 속 사람들의 얼굴이 참 무섭게 느껴진다 왜 그런지 몰라도 감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서는 놀라움의 감정뿐이고 입을 앙 다문 사람들은 그져 눈알만 거북이를 따라가는 것 처럼 보인다

내가 느끼는 슬픔과 안타까움, 미안함과 죄스러움은 찾아 볼 수 없는 집단의 응시는 오히려 당혹스럽고 두려운 것 같다

그들이 그럴까?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 마음에 묻어야 했던 사람들? 그들은 그들의 슬픔과 억울함이 언론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욕심을 위한 한 낱 공격거리로 치부될 때 이런 느낌일까? 아니면 얼굴한번 보지 못했고 피해한번 준적 없는 사람들의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는 당황스러운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일까?

거북이는 그 다섯 불빛을 눈에 담아 하늘로 잘 올라갔을까? 이 책으로 인해 또 다른 생각과 시각을 가진 그 시대를 같이 겪지 않은 사람들도 이 일을 응시 하게 되길 바란다

눈을 감는다고 모른 척 한다고 없던일이 되지않는데 어떻게 그 일을 그만 말하라 하는가.. 그 일로 잃은 인연은 단 하루의 인연이 아니라 평생의 인연인데 어떻게 그만 슬퍼하고 그만 말하라 하는가..

이 이야기에 마음을 같이해야 착한 사람,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솔직이라는 말로 또 자신의 의견이라는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멈출 것은 그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아니라 당신들의 무관심과 공격이 아닌가?

​#4월16일 #김휘훈 #그림책추천 #성인그림책 #잊지말아야할것들 #필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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