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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ㅣ 비룡소 클래식 55
빅토르 위고 지음, 조르주 앙투안 로슈그로스 외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12월
평점 :

비룡소 클래식 신권이기도한 빅토르 위고의 숨겨진 명작 "웃는 남자" 인데요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노트르담의 꼽추", "레 미제라블" 두 개의 책만 알고 있었기에 저로써는 많이 신기하고 기대되는 책이기도 했어요
책의 주인공인 "그윈플레인"은 얼굴이 기이한 모습이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베트맨"의 "조커"를 떠올려보시면 아마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입이 찢어져 웃지 않아도 웃고 있는 남자였거든요
사실 이 이야기는 아주 긴 원문을 가지고 있는데요 목차에서도 느껴지듯이 뭔가 방대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만 같아요 실제로도 비룡소 출판사 에서는 프랑스의 길리마르 출판사에서 축약본을 가져와 청소년들이 접근하기에도 충분히 부담없는 양의 책을 만들수 있었다고 해요 원작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장황한 표현이나 반복되는 내용들을 덜어내어 작가의 탁월한 필체는 그대로 유지했답니다
빅토르위고 "웃는 남자" 中 p16
콤프라치코스는 아이들을 거래했다.
그들은아이들을 사고팔았지만 아이들을 훔치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훔치는 것은 또 다른 사업이다.
그러면 그들은 아이들로 무엇을 했을까?
괴물을 만들었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지만.. 거르고 걸렀을 문장이겠지만.. 아이들을 돈벌이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괴물로 만드는 수술을 했다니!! 정말 책을 읽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지고 속이 부글거리는 부분이었어요 이 즈음에서 "웃는 남자"라는 제목이 단순히 행복하고 즐거운 풍자는 아님을 예측할 수 있었어요
빅토르위고 "웃는 남자" 中 p92
뭐가 웃기니?
소년이 대답했다
웃지 않았는데요
우르수스는 충격을 받은 듯 소년을 꼼꼼히 살피며 잠시 말을 잊었다가 입을 열었다.
넌 끔찍하구나
추악한 얼굴에 숭고한 이상을 담아 자란 그윈 플레인과 앞을 보지 못하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데아는 서로의 극명한 대립의 캐릭터 임에도 의지하며 서로를 채워가며 성장하고 있었어요 유일하게 그들을 받아준 철학자 우르수스와 늑대 호모는 그들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 주었지요
빅토르위고 "웃는 남자" 中 p131
만일 데아가 눈이 멀지 않았더라면 그윈플레인을 선택했을까? 만일 그윈플레인의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데아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그가 불구를 원하지 않았을 것처럼 그녀도 흉한 모습을 원치 않았으리라! 그윈플레인이 추하다는 것이 데아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일까! 또 데아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그윈플레인에게는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들의 사랑의 바탕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척 필요하다는 사실이 깔려 있었다. 그윈플레인은 데아를 구원했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을 구원했다.
누군가의 부족함이 다른 이로 하여금 채워질 떄 그 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끔찍이도 원하고 구원했던 둘의 사이는 그윈플레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사그라지고 말았어요 그윈플레인이 퍼메인 클랜칠리 경으로 바뀌고 그는 민중을 위한 대의, 소명감을 느끼고 귀족들 앞에서 소리를 높이지만 그들은 웃는 얼굴만 볼 뿐 소리를 듣지 않아요
빅토르위고 "웃는 남자" 中 p280
그렇다.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해 말하는 것, 그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말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이 두 문장을 통해서 뭔가 머리를 탁! 치며 그윈플레인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어요 말할 수 없는 군중을 위해 "나는 민중이다" 라고 외치던 그윈플레인에게 웃는 얼굴을 조롱하며 무시했던 귀족들은 아마도 듣지 못하는 자들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그윈플레인의 분노와 후회는 그를 다시 데아와 우르수르, 그리고 호모에게 이끌었지만.. 이미 늦고 말았어요 그는 환상을 쫓아 현실을 버렸지만 결국 모호한 책임감으로 가득한 사치를 위해서 자랑스러우면서 가난한 노동을 떠났어요 순수함은 모두 데아에게 있고 지혜는 모두 우르수스에게 있었거늘!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졌지요
그냥 읽어 내려가기에 분명 짧은 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이야기는 한 문장을 읽고 또 읽게 하고 한두장 넘겼던 책장을 다시 뒤로 돌리면서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고 또 느끼게 되었던거 같아요 그만큼 이 책에 몰입해서 같이 슬퍼하고 같이 분노했던 시간을 지나고 다시 책을 덮으면서 갑자기 좀더 긴 웃는 남자의 이야기가 읽고 싶어 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