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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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차인표 장편소설 인어사냥 feat. 한국형뉴판타지 글로쓴영화 





아이들의 책을 읽거나 아이들을 위한 책을 읽던 최근 독서패턴이 갑자기 내가 궁금한 이야기로 튀어버렸다 처녀시절.. 그리고 아이가 있기 전에는 소설책을 참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판타지나 아름다운 소설들을 즐겨봤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그런데 어느순간 왜 그것들이 땅에 스며들듯 사라졌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내가 사라지고 아내, 엄마라는 이름표가 더 빛나는 순간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쨋건 그러한 생각들 속에 있던 나의 독서욕을 자극한 문구는 "차인표 장편소설" 이라는 문구였는데, 사실 나의 유년시절 "오빠" 라는 이름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사람됨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배우들 중 한분이었기에 궁금해지는 책이었다는 것이 첫 호기심이 발동한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한국형 판타지 소설은 사실 일부러 욱여넣은 반전이나 이질감을 머금은 잔인한 묘사들로 읽어내려가면서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차인표님의 인어사냥은 그런 부분 없이 작가 이름만 보고 믿고 사는 책들의 수준에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몰입감있게 읽은 책인 것 같다


​"당신은 먹겠습니까?" 


​영생하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심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는 책 띠의 문구를 보며 몰입감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는데 그것 보다도 더 나를 끌어들인 것은 흔한 공포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말이었기도 했다


"허락되지 않은 것은 절대로 먹지 마라."



​​


한두장의 기사문도 아니고 약 130여장이나 되는 긴 호흡의 글을 읽기위해서는 나름의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아이들이 없는 시간도 아니고 저녁상을 치운 후 잠시 앉은 쇼파에서 시작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책을 다 덮고 나서야 몰아친다


​2022년 가을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책을 친필 싸인과 함께 받을 수 있어서 더 의미 있고 두근거렸던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의 책이 아니라 어른들의 책이기에 나는 빌런이 되고 싶지 않아 "스포"는 쏘옥 빼고 중간 중간 등장했던 글귀들만 잠시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아기 인어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과 동생의 모습을 본 영실이가 제일 사랑했고 제일 보고 싶은 엄마와의 대화가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나무는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아. 태어난 땅에서 일생을 살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지. .... 태어난 자리에서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살아 내는 거야"


엄마가 나무를 참 좋아한다고 했던 말은 그냥 따뜻하고 평온한 사람으로 캐릭터를 잡아서 이야기에 공감도를 높이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이 말을 읽고나니 어쩌면 이 내용은 차인표님의 어느 부분을 인용해 만들어낸 인물이라 작가의 마음과 생각이 담겨있는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속의 글귀들에서 뒷통수를 치는 반전 뿐 아니라 아! 하고 나도 모르게 내뱉을 수 있는 생각의 시놉시스를 찌릿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인어 기름의 효력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가 겹치는 스토리 구성으로 과거의 이야기들이 계속 복선은 깔아주는데 거기서 강치라는 단어를 보고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일본인들의 잔혹한 행동들은 과거 한국사 책을 보면서 페이지 귀퉁이에 조그많게 있던 강치사냥을 하는 일본인들이 함께 찍힌 흑백사진을 떠오르게 했다


이 책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은 절대로 픽션이 아니라 팩트임을 알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와중에 일본의 앞잡이로 나쁜 일을 일삼는 공영감의 이야기는 더더욱 상어사건이 시원하고 통쾌하게 느껴지게까지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거 시간대에 나왔던 약한 자가 꼭 약한 자로써만 볼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역시 다 욕심으로 시작해 욕망으로 미쳐날뛰고 결국에는 그것에 잡아먹히게 되는 것인가.. 하는 허탈감마져 들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 나약한 인간이고 또 나쁜 악역이다


"바다의 물고기도 잡은 사람이 임자이듯, 인어도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내 것이다."


내가 돈을 주고 산 병아리라면 아파트 17층에서 던져 날 수 있는지 없는 지를 확인해도 나는 당당 할 수 있는가? 하는 궁극적인 소유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의 책에서 읽었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을 지금 공랑의 말에서 다시 끄집어 내 보게 된다


​내가 먼저 발견한 인어라면 인어 기름을 얻기 위해 그 인어가 내 것이라 주장해도 되는 것인가? 


 





공랑을 폭행하고 가족의 목숨을 담보삼아 협박했던 어른들이 결국에는 그렇게 얻은 인어 기름을 갖기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날카로운 말을 던지며 나도 한 방울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에 이리저리 편을 옮겨다니며 줄을 서는 모습 또한 답답하고 화가나면서도 나의 또 다른 내면에서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인어 기름으로 딸을 살리기 위한 아빠와 나무를 사랑하는 엄마와 닮아 있던 아빠가 허락되지 않은 것에 욕심을 내며 점점 변해가는 것이 두려웠던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번 맛 본 인어 기름에 대한 욕망에 사로 잡혀 마음에 먹혀버린 어리석은 욕망 덩어리와 그러한 사람들의 밑바닥을 보면서 입을 닫아버린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만일 영실이었다면, 인어 기름을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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