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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화당의 여장부, 박씨 - 박씨전 ㅣ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3
김영미 지음, 소복이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제대로 시리즈를 만났을 때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즈음이었는데 그 시리즈를 아주 잘 보고 문고판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에 키위 복스에서 나오는 책들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에요 ^^
그 시리즈들을 다 끝내고 나서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정말 더 반가웠어요 초등학교 추천도서 중에 보면 고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고학년에서 많이 보여 지죠? 우리 고전은 쉽게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많아요 어려운 표현들이나 한자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어투를 그대로 기록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고전의 경우에 그 그것을 각색하여 아이들이 이미 영상 컨텐츠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어렵게 표현되어 있는 글로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랬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시리즈에서 우리 고전을 발간한다는 소식이 참 반갑고도 귀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는 글을 읽다 보니 참 공감이 가더라구요 사실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여섯 우리나라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지위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해요 물론 가부장적인 문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로서 자리 잡혀있지만 실제로 그것에 가까운 사회적인 통념들은 조선시대에 성리학을 하는 학자들이 많아지면서 더 굳게 문화로서 자리 잡은 부분이었다고 해요
왜 여자 영웅의 이야기는 드문 걸까요?
이 질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시리즈 앞에 발간되었던 두 권의 제목이 떠오르더라구요 홍길동전과 전우치 였는데요 둘 다 둘 다 남자가 주인공이지요? 그런 면에서 세 번째 책이 박씨전인 것은 아주 반갑고 고마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야 했고 또 박씨전은 동서양의 고전소설을 통틀어 손꼽힐 정도로 씩씩하고 매력적인 여자의 영웅이 나오거든요~


사실 피화당의 여장부 박씨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고전 박씨전이라고 했을 때도 내용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옛날에 어떤 여인이 시집을 갔는데 너무 너무 못생긴 얼굴이라서 구박을 받다가 나중에 얼굴에 있었던 가면을 벗고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당당함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박씨전인 것은 한참 후에 알게 된 것 같아요 ㅎㅎ


박씨는 도인인 아버지의 밑에서 다양한 재주들을 함께 배운 것 같아요 구름을 잡아 금강산까지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거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과는 달리 미래를 내다보고 현명한 판단을 하고 또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그 통찰력까지!! 정말 대단한 여인이었는데요
박씨의 이러한 모습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또 믿어주었던 사람은 박씨의 남편이 아니라 시아버지였어요 박씨의 시아버지는 박씨의 아버지와 함께 이 들이 만나기 전부터 서로 사돈을 맺기로 약속을 했던 사이이기도 한데요 아마 박씨는 그러한 시아버지의 배려와 믿음이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박씨는 남편이 관직에 오르고 또 나라에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에 남편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동안 아주 흉하고 못생긴 가면을 쓰고 둔갑하여 살아왔던 것이었죠
이러한 현명한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씨의 남편은 박씨에게 계속해서 투덜거리고 무시하고 또 미워하기만 했는데요 나중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박씨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지만 박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명료하고 따끔한 훈계를 했답니다
사실 조선시대에 남편 그리고 남자의 힘이 아주 크고 높았을 시기이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훈계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박씨전은 그러한 시대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 어리석은 일부 남자들의 행동에 정확하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던 거죠


조선시대는 외세의 침략도 아주 잦았고 내부에서 내부에서도 많은 파벌들의 싸움이 있어 왔는데요 그 안에서 남편이 꿋꿋하게 자신의 방향을 가지고 소신을 다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내조를 하는 부분도 아주 멋지게 해냈지만 스스로도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거나 나쁜 사람들에게 억울하게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고 지나치지 않고 따끔하게 사건을 바로잡고 스스로의 재주를 잘 활용할 줄 알았던 그 시대에 여자 영웅인 박씨!
왜 조선시대에 이러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와 닿는가 하는 부분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어야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박씨는 참으로 대단한 여인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