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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ㅣ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평점 :
프로이센이 곧 호엔촐레른가인데도 호엔촐레른의 지명도는 결코 높지 않다. 호엔촐레른이라는 독일어 발음 자체가 어렵고 기억에 잘 남지 않는 데다가, 여러 미녀가 활약했던 합스부르크 황가나 부르봉 왕가와 달리 주로 딱딱한 군인왕이 많고, 대스타라고 해봤자 프리드리히 2세(프리드리히 대왕)와 비스마르크밖에 없어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엔촐레른가야말로 현대 유럽 지도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이다. p.12~13
프로이센(프러시아)하면 프리드리히 대왕과 비스마르크가 떠오르지 않나요? 프리드리히 대왕은 독일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는다고 하는데요. 히틀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으며, 그의 지하 벙커에 유일하게 걸린 초상화의 주인공이었다고 하니, 왠지 씁쓸합니다.
책은 제목 그대로 명화를 통해 독일 프로이센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으로,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다섯 번째 책입니다. 현대 유럽 지도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이자 "독일 통일을 이룬 호엔촐레른가"를 다룬 책으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왕조가 와해되기까지의 역사를 담았습니다. 왕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와 그 안에 담긴 역사적인 사건 등을 서술하고 있는데요. 역대 왕들과 왕가의 이야기, 특히 가계도는 엄청 복잡하고 헷갈리기도 하지만, 217년 동안 통치한 프로이센 왕가의 가계도는 다른 왕가보다는 덜 복잡한 듯합니다. 대신 프리드리히와 빌헬름 두 이름을 조합해 명명한 역대 아홉 왕의 이름 프리드리히 1세부터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프리드리히 2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빌헬름 1세, 프리드리히 3세, 빌헬름 2세 까지 정말 외우기 어려울 정도로 헷갈립니다.
부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왕태자를 "피리 부는 프리츠"라고 저주했다. 남자인데 담배도 피우지 않고 어머니를 닮아 온통 학문과 예술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데다 특히 음악에 깊이 심취해 틈만 나면 플로트 연습에 빠져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p.64~65
호엔촐레른가, 그리고 프로이센의 '얼굴'하면 프리드리히 대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70세를 앞둔 노년의 모습을 그린 그의 초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눈'인 듯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꿰뚫어 보는 듯한 이 눈에 걸렸다가는 모든 게 들통 나 체념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몽 전제군주상에 꼭 들어맞는 인물로 꼽히는 인물로 프로이센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칭송을 듣는 프리드리히 대왕,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이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부왕은 몹쓸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는데요. 유약한 후계자는 필요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부왕을 경멸한다든가 여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더 근원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고도 평생 쇼윈도 부부로 살았으며, 당연히 자녀도 없었으며 아버지 사후에는 별거를 했다고 합니다.
프리드리히 2세는 슐레지엔전쟁이 한창일 때, 마리아 테레지아(합스부르크 공국의 여제)를 도발하려는 듯 별궁을 짓고 근심이 없다는 의미로 '상수시'라 이름 짓고, 전쟁과 정무 틈틈이 플루트 콘서트를 열고 시 쓰기와 작곡, 독서를 하며 학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이 자리에는 소수만 초대받을 수 있었으며, 이때도 별거 중인 왕비는 초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리드리히가 자국을 넘어 타국에서도 '대왕'이라 인정받은 이유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러시아 3개 대국 연합을 상대로 싸워 이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이겼다'기보다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잘 버텼다", "지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옳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모두가 인정했다.
p.86
행운이 따랐던 왕 프리드리히 대왕, 노년의 그는 경제 부흥에 집중했다고 하며 그의 모토는 '군주는 국가 제일의 심부름꾼'이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의 가슴에 애국심과 자긍심을 남기고 국고를 과거의 5배로 늘려놓은 후 1776년 영면했다."고 합니다.
초대 프로이센 왕으로 구부러진 프리츠로 불린 프리드리히 1세, 군인왕으로 불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뚱보 난봉꾼으로 불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부정사왕으로 불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넙치로 불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흰수염왕으로 불린 빌헬름 1세, 프리츠로 불린 프리드리히 3세, 마지막 황제 빌헬름 2세 그리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아내이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와 빌헬름 1세의 어머니로 국민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루이제 왕비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유럽 지도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이자 독일 통일을 이룬 호엔촐렌른가(프로이센)의 217년 역사, 우리가 미처 몰랐던 왕가의 이야기를 명화와 함께 풀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