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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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가득한 길을 걷는 듯한 느낌, 가을이 오고 있는 이때에 따스한 봄길을 산책하는 느낌이 드는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를 만났습니다. 마치 가을을 기다리며 유난히 따스한 봄을,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부제 그대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을 담아놓은 책이자 "이야기들은 모이고 모여서 결국 나의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그 이야기들이 매일 조금씩 나를 자라게 한다."는 추천사처럼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들을 담은 책입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살면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말. 내게는 한 명 한 명 다르게 특별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결국엔 내가 아는 평범하고 특별한 사람들의 말. p.8

 

"시장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파는 생선을 발견하는 작은 행운에도 기뻐하는 사람. 봄이 오면 나무에 나뭇잎이 어떻게 자라는지 유심히 보는 사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브랜드 쌀을 사는 사치를 처음 부려본 사람...," 김달님 작가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는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세심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었습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여든 너머의 삶. 그 삶에도 여전히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나만 아는 기쁨을 간직하게 된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라는 것처럼. p.25

 

아는 영화감독이 병사 엑스트라가 필요하다고 하자, 기꺼이 수많은 병사 중의 한 사람이 되고, 첫 상영회 날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그 영화를 보러갔으나 끝내 촬영분이 편집되어 아주 짧은 순간 스치듯 등장하고, 엔딩크레디트에 본인의 배역과 이름이 올라갈 때에도 끝내 본인 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 저자가 방송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알게 된 분의 이야기는 현재 ''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 어느 날의 ''의 모습을 그려보게 만듭니다. 여든 셋의 ''"하루하루가 심심할 틈"이 없이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싶게 만듭니다.

 

그가 정성을 다하는 대상이 매일 반복되는 노동뿐 아니라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그렇게 쌓여가는 자신의 삶이라는 점이 나의 한구석을 반듯하게 펴주는 기분이 들었다. p.37

 

27년 전에 한국으로 온 치에코 씨는 저자가 다니는 회사 건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치에코 씨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화장실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는 부지런함, 그리고 인사를 나눌 때마다 느껴지는 명랑한 기운이 좋아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그녀가 미화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 그녀 또한 저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지키는 영역을 무리하게 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치에코 씨, 마음이 담긴 '정성'을 좋아한다는 치에코 씨, "매일 아침 사람들이 감동할 것을 기대하며 그날의 노동을 다짐"하는 치에코 씨..., 치에코 씨의 '정성'에 자신의 삶이 쌓여가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하루하루 정성이 쌓여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이들이 커서 잘 살아가려면 나중이 아니라 지금 많은 행복을 느끼고 여러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중략) 언젠가 떠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사랑받은 기억을 남겨주는 일. 어쩌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별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p.47~49

 

가정에서 돌볼 수 없게 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보호시설 이화영아원, 영아원에서 비보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무국장의 "나중이 아니라 지금 많은 행복을 느끼고 여러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태어나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지의 삶이 마치 대학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한 삶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좋은 원두로 내린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깔끔한 코트 같지만,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휘휘 저어 먹는 믹스커피는 가볍게 두르는 따뜻한 목도리 같았다. 물론 여름에는 여름대로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뜨거울 때보다 뾰족해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p.255

 

믹스커피 때문에 살이 더 찌는 것일 수도 있다, 믹스커피 때문에 위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등등의 말을 하며 믹스커피 대신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믹스커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꿈오리, 체중을 줄여보겠다며 저녁을 굶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도 믹스커피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주 오랫동안 습관처럼 마셔온 탓에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이젠 저자의 말처럼 "믹스커피는 가볍게 두르는 따뜻한 목도리" 같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이만큼만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물의 양이 적다는 데에서, 왠지 동질감을 느끼면서 말이죠.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는 그저 지나칠 수 있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세심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 따스한 봄에 태어나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한 뼘 더 성장하여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는 듯한 이야기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꿈오리 한줄평은 미처 말하지 못한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언젠가는 이런 것도 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꿈꿔보는 것. 가능성이라는 건 원래 내게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생겨나기도 한다는 것.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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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소녀와 우주소년 EBS 꿈틀동화 3
안오일 지음, 이로우 그림 / EBS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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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에 의해 바다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매년 수천 킬로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2050년 바다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건 누구일까요?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돌고 돌아 인간들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나 혼자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라며 바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요? <상어소녀와 우주소년>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소중한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구에 있는 물 중 97%가 바닷물이에요. 바닷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고요. 그러니 바다가 아프면 지구는 제대로 숨을 못 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중략) 우리가 만든 오염 물질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작가의 말' ~

 

안오일 작가는 조선을 뒤흔든 세계 최초의 활자 신문 <조보 백성을 깨우다>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책을 통해 "내 가족과 이웃이 살아갈 좋은 세상을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주인공의 앞날을 응원해 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상어소녀와 우주소년> 또한 그런 마음으로 응원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는 우주의 모든 행성을 관리하는 별인 우주중앙관리국에서 온 소년 라이가 대한민국 지구인 소녀 서아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지구 담당관인 아빠를 따라 대한민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오게 된 라이, 우연히 물질을 하고 나오는 서아를 만나게 되는데요. 해녀도 아닌 서아가 물질을 하는 이유는 바다 속에 있는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서입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로 인해 물고기들이 병들고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라이 아빠는 로켓 파편, 우주왕복선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 등등 지구로부터 나온 쓰레기 문제로 출장을 온 것인데요. "우주 질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행성은 제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라이는 서아처럼 "지구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지구인들이 있다."는 걸 꼭 알리고 싶습니다.

 

바다를 이용하는 대신 바다 쓰레기를 줍는 걸로 이용료를 내게 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바다 오염을 더 빨리 막을 수도 있고....., p.66

 

백화현상으로 병들어가는 산호초, 플라스틱 호스가 꽂혀 죽은 물고기, 비닐봉지에 갇힌 가재, 폐수와 바다 오염으로 인해 독성을 가지게 된 어패류와 그걸 먹고 식중독에 걸린 사람들...,

 

어린이 환경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서아는 해양 생물은 물론 사람들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 이용료 내기!'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동참을 통해서 말이죠.

 

난 상어처럼 쉬지 않고 계속 환경 지킴이 할 거야. 바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래야, 이 새끼 상어도 잘 살 테니까. p.121

 

부레가 없는 상어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계속 헤엄을 친다고 합니다. 살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상어, 서아도 상어처럼 쉬지 않고 바다와 지구를 위한 환경 지킴이를 계속 하리라 다짐합니다. 라이도 서아와 바다 그리고 지구를 위한 지킴이, 지구 키퍼가 되리라 다짐합니다. 서아와 라이를 응원함과 더불어 환경을 위한 지킴이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님의 글로 대신합니다.

 

바다가 멈춰 버리지 않도록 우리의 노력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마음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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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줄줄 티라뇽 씨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도서
퉁옌 지음, 류페이페이.창보원 그림, 류희정 옮김 / 현암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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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 <콧물 줄줄 티라뇽 씨>, 눈물 찔끔, 콧물 줄줄, 티라뇽 씨에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걸까요? 아니면 지독한 비염이라도 있는 걸까요?

 

앞 뒤 면지를 가득 채운 그림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트로피와 메달이 보이는데요. 앞장과 뒷장은 누가 봐도 다른 곳에서 수여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답니다. 어쨌든 무언가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티라뇽 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더 궁금해집니다.

 


광고판에도 스크린에도......,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티라뇽 씨 얘기뿐이었어요.

'콧물 줄줄 티라뇽 씨' ~

 

티라뇽 씨는 불 뿜기를 정말 잘 한답니다.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불 뿜기 덕분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되었지요. 주연을 맡은 영화도 절찬 상영 중인데다 각종 광고와 인터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던 바로 그때, 아주 정말 대단하고 요란한 재채기가 나왔답니다. 콧물을 훌쩍이며 촬영장으로 가는 티라뇽 씨,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요? 혹시 불을 못 뿜으면 어떡하죠? 이런저런 고민으로 불안한 티라뇽 씨, 하지만 뭐 별 일이 있겠어요?

 


여느 때처럼 분장을 하고 촬영장에 들어선 티라뇽 씨, 감독의 사인에 불을 내뿜으려는 그 순간, 코에서 나온 건 불이 아니라 콧물이었답니다. 불이 붙어야 하는데 온통 물이라니, 당연히 촬영은 엉망진창이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했는데, 콧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찾아 시도해 보는 티라뇽 씨,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콧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불을 내뿜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이제 티라뇽 씨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절망에 빠진 티라뇽 씨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모두 기뻐하며 티라뇽 씨를 둘러싸고 소리쳤어요!

'콧물 줄줄 티라뇽 씨' ~

 

티라뇽 씨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티라뇽 씨, 티라뇽 씨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티라뇽 씨, 그래서 티라뇽 씨의 그 후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살다보면 한번쯤은 이런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절망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위기가 기회의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티라뇽 씨처럼 말이에요.

 

꿈오리 한줄평 : 위기가 기회로, 역전의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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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로마사 (텐바이텐 로마사) -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함규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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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는 세계 문명의 호수와 같다. 로마 이전의 역사는 로마로 흘러 들어갔고, 로마 이후의 역사는 로마로부터 흘러 나왔다. - 레오폴트 폰 랑케

p.37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따르라는 말인데요. 왜 굳이 '로마'를 지칭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일까요? 그 어원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로마 제국의 위상이 그만큼 컸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가 "모든 역사는 로마로 흘렀고 로마에서 나왔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지요. <10x10 로마사>는 부제 그대로 위대한 영웅부터 몰락한 황제, 여성, 제국을 만든 전쟁과 기술, 건축과 제도, 로마인을 만든 문화와 유산, 책과 신화 등등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을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은 1'로마의 영웅', 2'로마의 황제', 3'로마의 여성', 4'로마의 건축', 5'로마의 전쟁', 6'로마의 기술', 7'로마의 책', 8'로마의 신', 9'로마의 제도', 10'로마의 유산'까지 10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제마다 10가지의 핵심적인 장면을 담은 100가지 이야기로 천년 제국 로마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10x10 로마사>에 담긴 100가지 이야기는 단지 로마의 역사만을 서술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컬러 도판 로마의 명장면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단군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렇다면 로마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원 이야기가 여섯 가지나 된다고 하는데요. 가장 믿을 만한 전설은 바로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것이라고 하며, 로물루스가 토로이 아이네아스 장군의 후손이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로물루스의 탄생과 성장, 전쟁의 신이라 불린 로물루스 이야기는 조금 잔인하면서도 과장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그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비니를 비롯한 이웃 나라의 여성들을 납치해 아이를 낳게 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로마인과 사비니인들의 사투가 벌어질 때, 납치되었던 사비니 여인들이 두 진영 사이에 서서 싸움을 멈추기를 호소하면서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하며, 그 중심에 헤르실리아라는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헤르실리아는 양처의 모범으로 남았다고 하는데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그 '현모양처', 현모의 대표주자가 코르넬리아라는 여성이었으며, 헤르실리아는 양처의 모범으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요. 현모양처가 여성들의 이상적인 삶의 표본인 것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에 씁쓸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로 인해 여성들에 대한 대우가 더 나아졌다고 하며, 여성들에 대한 서구 전통 에티켓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이르러선 아부하는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든 제멋대로 결정하는 독재자가 되었고, 원로원과 상의도 없이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진정한 리더란 어떠해야 할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로마는 목욕 때문에 망했다,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목욕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목욕 문화가 사치스럽고 음란하다며 배격했다고 하는데, 정말 로마가 망한 이유 중 하나인 걸까요?

 

로마인들에게 목욕은 삶의 기쁨이고, 테르메(욕장)는 문명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최신 설비와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욕장을 거대하고 아름답게 지어 귀족과 평민, 남녀를 통틀어서 로마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무료였다) 선물한다는 건, 황제로서 찬사와 지지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p.267

 

카라칼라 황제 때 지었다는 카라칼라 욕장은 그 당시 사상 최대의 규모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넓이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넓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욕장 외에도 운동경기장, 수영장, 헬스장, 파티 장소, 정원 등의 유락 시설이 갖춰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미술관, 강의실, 교습실, 정치집회장 등의 공공 문화시설까지 있었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목욕탕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설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빈민을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과 더불어 모든 로마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는 것으로 폭군에 가까운 카라칼라가 후대의 험한 평가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예'하면 현대인들은 자동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천부인권에 대한 믿음이 있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몸에 쇠사슬이 채워져 채찍질을 당하며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로마의 노예가 그렇게 심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p.570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의 로마는 인구 3분의 1이 노예였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 또한 없지는 않지만, "오히려 일반 시민보다 많이 교육받고, 큰 실권과 이권을 손에 쥐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철학의 에피테토스, 문학의 테렌티우스는 한때 노예였으며, 시인 호라티우스, 교황 칼릭스투스 1,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노예의 아들이었다고 하며,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노예 신분의 가정교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언젠가, 참고 견디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나도 자유인이다!'라는 희망이 모든 노예들의 가슴속에 숨 쉬고 있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기원전 1세기의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실패한 주된 이유였다. p.574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결정해주기를 바라며, 시키는 대로 하는 데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노예근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노예들이 대거 동참할 줄 알고 반란을 일으켰던 스파르타쿠스가 실패한 이유는 "견디지 못하게 힘든 것도 아니고, 참다 보면 언젠가 해방될 텐데, 내가 왜?"라며 등을 돌린 노예들 때문이라고 하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노예근성'이란 말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노예근성'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600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 로마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로마인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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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8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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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에 실려 멀~~리 멀리 날아간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그리고 사자와 떠나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이 책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 아닐까 합니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은 "아이들에게 뻔한 교훈을 주는 전형적인 동화가 아니라, 오로지 즐거움만 선사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오즈의 마법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페터> 속 이야기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관점으로 보면 너무나 직설적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이야기가 더 깊이 와 닿는 듯합니다. 물론 <오즈의 마법사>에도 조금 잔인한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오즈의 마법사>는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바탕으로 도로시의 모험이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키드>를 썼는데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위키드>라는 뮤지컬이 탄생했으며,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그 위력이 엄청난 듯합니다.

 

이야기는 "도로시는 캔자스의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에서 농부인 헨리 삼촌과 그의 아내 엠 숙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p.7)"로 시작합니다. 이웃도 친구도 하나 없는 곳에서의 무료한 일상들, 왠지 재미있고 환상적인 모험이 꼭 일어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도로시를 웃게 만드는 강아지 토토가 있기는 했지만요.

 

결국 집은 회오리바람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바람은 깃털처럼 가볍게 멀리, 저 멀리 집을 날려 보내고 말았다. p.11

 

회오리바람 대피호로 달려가던 도로시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실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곳은 먼치킨의 나라였고, 도로시는 사악한 동쪽 마녀를 물리치게 된 마법사가 됩니다. 사실 집이 떨어지면서 마녀가 깔려 죽게 된 것일 뿐, 도로시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지만요.

 

도로시는 동쪽 마녀의 은구두를 신고 자신을 삼촌과 숙모가 있는 캔자스로 가는 방법을 알려줄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 길에서 옥수수밭을 지키던 허수아비와 사악한 마녀의 마법에 걸려 양철 몸을 갖게 된 양철 나무꾼, 맹수의 왕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겁쟁이인 사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도로시는 토토와 함께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허수아비는 뇌를,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사자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함께 오즈를 만나러 갑니다.

 

넓고 깊은 수로를 건널 방법을 생각해낸 허수아비, 작은 벌레를 죽이는 것조차 슬퍼하며 우는 양철 나무꾼, 친구들을 업고 수로를 뛰어넘는 사자..., 뇌는 없지만 지혜로운 허수아비, 심장은 없지만 누구보다 여린 양철 나무꾼, 용기는 없지만 친구들을 위해 두려움에 맞선 사자, 오즈를 만나러 가는 여정 중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단지 그들이 그런 사실을 모를 뿐이었지요.

 

그렇게 우정을 나누며 오즈가 있다는 에메랄드 시에 도착한 도로시와 친구들, 때로는 거대한 머리로, 때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때로는 불덩어리로 변신하는 마법사, 누구도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마법사 오즈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즈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마법사 오즈, 기막힌 반전을 선사하는 오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서쪽 마녀를 찾아 떠나는 도로시와 친구들, 그들은 사악한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그들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이야기, 하지만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가 어떻게 살았을지,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바탕으로 도로시의 모험이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키드>가 나온 것처럼 말이지요.

 

꿈오리 한줄평 :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 원하는 답은 이미 ''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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