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상희 외 지음, 김경태 사진 / 새의노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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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두 형제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그 시절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 그림책의 매력 속에 빠져들게 되었고, 짧은 글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구구절절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어떨 때는 그림만으로도 ''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합니다.

 

저자들의 말처럼 "그림책만큼 다정한 책은 없을지도(p.8)" 모릅니다. 무엇보다 "다정함은 경쟁하지 않으며, 세상 모든 것을 제치고 맹렬히 뜨겁게 타오르거나 남을 앞서려고 시끄럽게 달리기보다 서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하지만 단단히 우리를 감동(p.10)"시킨다는 말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많은지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1'나에겐 소중한 기억이 있어', 2'내 곁에 다정함이 살고 있어요', 3'나를 믿고 뭐든지 해봐요', 4'다정함을 만나러 가요', 5'너에게 다정하고 싶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4명의 저자가 돌아가며 30권의 그림책에 담긴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독자들을 위한 "빈자리를 마련해"두고, "그림책이 전하는 다정하게 보는 법, 다정하게 듣는 법, 다정하게 보듬는 법, 다정하게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때론 다정하게 슬퍼하는 법을, 그러니까 다정하게 살아가는 법 (p.11)"을 전해줍니다.

 

그림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읽지 않은 그림책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 한 번 더 실감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읽었던 책이나 알고 있는 작가의 그림책이 나오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댄 야카리노의 <폭풍이 지나가고>는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금요일에 아빠와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금요일엔 언제나>가 떠올랐습니다. 하루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폭풍이 지나가고>속의 가족들은 어떠할까요?

 


갑자기 몰려온 폭풍에 집안에 갇힌 가족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딪히는 가족들,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킨 가족들, "가족인데 왜 이럴까 싶지만, 사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 것, 아주 가깝지만 동시에 어렵고 힘든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 그리고 "별것 아닌 이유로 싸우고, 죽을 것처럼 싸워도 사소한 계기로 풀린다.(p.52)"는 말은 누구든 동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들 가족에겐 끊임없이 폭풍이 오겠죠. 그래도 다음번엔 좀 더 잘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함께 폭풍우를 겪으며 그 안에서 싸우고 다투다 화해한 시간의 기억들이 층층이 쌓였으니까요. 가족은 함께 보낸 시간이 지층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기억의 공동체입니다. 관계도 사랑도 시간 속에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p.53

 


마침내 아기 곰이 나무 꼭대기에 오릅니다. 그때 태양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아주 붉은 태양빛이 숲을 물들입니다. 순간 아기 곰은 태양을 '엄청 큰 빨간 열매'라고 여깁니다. 빨간 열매를 잡으러 공중으로 폴짝 뛰어오릅니다. 아기 곰의 비명이 이어집니다. 제가 이 그림책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덤벼드는 치기, 그리고 예정된 실패를 사랑합니다. p.130~131

 

이지은 작가의 <빨간 열매>를 읽은 분들이라면 아마 이 페이지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맛본 빨간 열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미지의 그 열매를 찾아 나선 아기 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 힘든 높다란 나무들 아래 서 있는 아기 곰, 열매를 찾으려 나무에 오르고 오르고 올라 마침내 꼭대기에 올라 선 아기 곰, 그러나 끝내 추락하고 만 아기 곰, 꿈오리였다면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뻗은 저 나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엄청 큰 빨간 열매"를 바라보는 아기 곰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마음 깊이 남아 있을 듯합니다. 잡을 수 없는 열매였기에, 곧 추락할지라도 말이지요.

 

살다 보면 누구나 '추락'을 경험합니다. 얼마나 이르게 혹은 늦게 추락할지 시간문제일 뿐 추락 없는 삶은 없는 것 같습니다. (중략) 높이 오를수록 추락의 상처도 깊습니다. 추락과 동시에 '이제 끝났다'라는 낭패감이 엄습합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과 손가락질 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고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싶어서 분노가 일어납니다. p.131

 

추락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노란 열매에 눈독을 들이며 나무에 오를 아기 곰, 아기 곰의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추락하는 아기 곰을 나무 아래에서 받아준 큰 곰"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우리 삶에도 추락하는 ''를 받아줄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추락하는 누군가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락할지라도 "엄청 큰 빨간 열매"를 바라보는 아기 곰의 뒷모습처럼 웅장하고도 짜릿한 감동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통해 만나보시길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오직 그림책을 보는 순간일랑 날선 마음은 넣어 두세요. 비난하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게요. 질투하지 않고 당신에게 박수를 보낼게요. 애쓴 당신을 꼭 안아드릴게요. 당신이 밀쳐둔 세계와 잃어버린 소중한 기억을 돌려드릴게요.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잃어버린 다정함을 그림책에 담아 돌려드립니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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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가토 겐 지음, 양지윤 옮김 / 필름(Feelm)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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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후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거리의 횡단보도 앞,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고양이 한 마리와 멈춰 선 택시 한 대, 무언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라는 제목 그대로 무언가 특별하면서도 기묘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는 가토 겐의 전작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의 스핀오프(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또는 그런 작품-네이버 사전) 소설로 도시락집 손님이었던 택시기사 기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택시에 탔던 특별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도 저희 로터스 교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기사 기무라입니다. 목적지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아무쪼록 편히 모시겠습니다. p.9

 

음주운전 뺑소니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주인의 복수를 위해 택시에 탄 고양이 손님, 물놀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초등학생 손님, 남편의 내연녀를 마중하러 가는 부부 손님, 로터스 택시에 탄 특별한 손님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유령으로, 마지막장에선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특히 남편의 내연녀를 마중하러 가는 손님들의 사연은 커스터드 도시락집과 관련이 있기에, 전작을 읽은 독자들은 숨겨진 비밀을 알고 난 후 깜짝 놀랄 듯합니다.

 

옷차림보다 여자의 눈이 인상 깊었어요. 유독 커다랗고 날카로웠거든요. 무서운 눈이었는데 이따금 번득이기도 했죠. 기분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p.13

 

전철도 끊긴 새벽 1, 술 취한 아저씨와 젊은 여자 손님이 택시에 탑니다. 택시에 타라고 명령하듯 말하는 젊은 여자 손님은 술에 취해 잠든 아저씨를 향해 경멸의 말을 내뱉고, 남자가 밤마다 악몽을 꾸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둘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요?

 

인생은 짧아요. 당장 내일도 알 수 없어요. (중략) 언제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릴지 몰라요. 해야 할 일은 당장 시작해야 해요. p.37~38

 

기무라는 여자 손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자신이 평생 택시라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기무라의 말에 여자 손님은 "언제 불의의 사고로 죽을지 모르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는 말을 합니다.

 

121, 심야에 발생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를 찾습니다. (중략) 한잔한 정도가 아니라 거나하게 취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술에 떡이 된 상태였어. 음주운전이었잖아.. 그렇지? p.56~63

 

술에 취한 남자 손님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였으며, 젊은 여자 손님은 뺑소니차에 목숨을 잃은 주인의 모습을 한 고양이였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던 주인을 기다리던 고양이, 고양이는 죽은 주인 대신에 뺑소니 범을 죽이려 하는데요. 택시기사 기무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 하루하루 기억을 쌓으면서 과거를 덮어나가는 거야.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p.140

 

여름 해변학교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친구, 전학을 간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기무라의 기억엔 뚜렷하게 남아 있는 친구, 하지만 친한 친구들조차 알지 못한다는 친구 다도코로, 다도코로는 왜 기무라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것일까요?

 

커스터드 도시락 가게 주인 히나타를 기다리며 드라마를 보는 기무라, 그런데 드라마가 조금 독특합니다. 마치 관객과 소통하는 연극을 보는 것처럼 전개되는 드라마, 게다가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가 커스터드 도시락 가게처럼 보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으며, 커스터드 도시락 가게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주인 사나다와 홀로 남겨진 고양이, 고양이 덕분에 뺑소니 범이 잡히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응어리를 풀게 된 사나다의 남겨진 가족들, 물놀이로 목숨을 잃은 다도코로와 어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평생 주변 탓을 하며 살아온 다도코로의 아버지, 상심에 빠진 부모님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아들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아들이 늘 곁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 아버지, 아내와 엄마를 잃고 남겨진 커스터드 도시락 가게의 기쓰와 히나타와 그들의 빈자리를 메워 줄 기무라..., 갑작스럽게 닥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은 머지않아 희미해질 것이며, 하루하루 기억을 쌓아가면서 과거는 덮여나갈 것"입니다. "산다는 건 그런 것(p.140)"이겠지요?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한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든 애지중지했던 자식이든 끝내 악연이 되고만 부부 사이든 한집에서 살던 반려동물이든, 거기에 사랑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기억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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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 약국 -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 처방전
이현아 지음, 소복이 그림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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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있다 보면 이렇게 마음에 상처가 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친구들에게 미묘한 소외감을 느껴서, 부모님이 밤새 소리 지르며 싸우셔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아픈 마음을 꽁꽁 싸매고 겨우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작은 ''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p.6

 

오후 4시가 되면 초록색 '교실 우체통'이 열립니다. 선생님은 마음 약사가 되어 아이들의 고민이나 사연에 대한 마음 약 편지와 함께 읽는 약(그림책)을 처방해 줍니다. <어린이 마음 약국>은 부제 그래도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 처방전'입니다. 14년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좋그연'의 대표인 저자는 마음 약사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줍니다.

 


이 책은 1'나 때문에 마음에 힘이 빠질 때', 2'가족 때문에 눈물이 날 때', 3'친구 관계가 어려울 때', 4'미래를 향해 힘껏 발을 내딛고 싶을 때'까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의 사연을 18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마음 약 편지와 그림책 처방을 담았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읽는 약'을 처방"해 주고 싶어서 썼다는 <어린이 마음 약국>, 이 책은 목차대로 차례 차례 읽어도 좋고, 18가지 증상 중에 공감 가는 페이지를 먼저 읽어도 좋습니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부모님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선생님들, 그리고 그림책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인데요. 꿈오리는 우리 집 두 형제의 고민이기도 했을 '엄마 잔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혀요' 와 어른이지만 여전히 소심함으로 무장한 꿈오리의 고민이기도 한 '소심하고 내향형인 성격을 고치고 싶어요'가 특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똑바로 앉아서 집중해!"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하고 싶던 마음도 달아나기 마련이죠. 특히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에 올인하는듯한 대한민국에선 '공부'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엄청난 압박이 느껴질 듯합니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서 그런 잔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다는 것, 그때 어떤 기분이 들지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 없었다는 것, 우리 아이들의 마음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엄마 아빠한테 속마음을 말하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괜히 더 툴툴거리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잔소리 폭탄을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나는 어떤 상황이지? 있는 그대로 '관찰'해서 말하기

나는 어떤 감정이 들었지? 그때 내 '느낌'을 말하기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지? 내가 '필요'한 것 말하기

상대방에게 원하는 행동은 무엇이지?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p.75

 

'관찰-느낌-필요-부탁'4단계로 말해 보기, 그런데 처음부터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럴 땐 <내 마음, 들어 보세요> 속 아이처럼 "엄마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합니다. 어색하고 어렵겠지만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투정과 짜증 대신"내가 말하고 싶은 본질에 집중해서 이야기(p.74)"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을 위한 '마음 약국 처방', 엄마 아빠도 4단계로 속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책과 함께 온 '마음 약국 꾸러미',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선생님들 모두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상처 난 마음이 벌어진 틈처럼 아프고 시릴 때가 있지만, 그 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가 상처 난 마음의 틈으로 들이비치는 눈부신 빛 한 줄기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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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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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에서 살다가 석방된 장 발장, 미리엘 주교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주었음에도 은식기를 훔쳐 달아난 장 발장, 헌병에게 붙잡혀 온 장 발장에게 은촛대 두 개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주교...,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 바로 장 발장입니다. 혹시 그 후 장 발장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있나요?

 

사실 꿈오리네 책장에도 두 형제 읽으라고 사 준 동화책 <장 발장>이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런 결말로 끝이 났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걸 보면, 꿈오리는 끝까지 읽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글밥도 적고 18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음에도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걸까요? 이번에 500페이지에 달하는 <레 미제라블>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멈출 수 없을 만큼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건 시대적인 배경과 더불어 장 발장, 자베르 등 입체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더욱 몰임감을 높였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장 발장이라는 사람입니다. 전과자지요. 19년이나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나흘 전에 석방되어 퐁타를리에로 가는 길입니다. 툴롱에서 나흘이나 걸어 왔습니다. 오늘은 120리나 걸었습니다. 오늘 밤 여기 도착하여 여관에 갔습니다만, 시청에서 내보인 노란색 여행증 때문에 거절당했습니다. p.35

 

이야기는 미리엘 주교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됩니다. 자선병원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주교관을 내어주고, 기도와 예배 외에 남은 시간은 가난한 병자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고, 남는 시간은 노동으로 충당하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잠그지 않았던 미리엘 주교,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는 평생을 감옥을 들락거리는 그런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유리창을 부수고 빵 한 개를 훔치다 주거침입과 절도로 5, 탈옥 미수 4회에 14년을 더해 19년이나 감옥에서 보낸 장 발장, 전과자라는 이유로 그 어느 곳에서도 하룻밤 몸을 쉴 곳을 찾지 못한 장 발장, 유일하게 따스하게 맞아준 이가 바로 미리엘 주교였습니다.

 

, 당신이구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소. 그런데 왜 은촛대는 두고 갔소? 그것도 다른 그릇처럼 은제라서 200프랑은 나갈 텐데 말이오. 은그릇들 하고 같이 가져가시지 않고......, 모두 함께 드린 게 아니오! p.60

 

그럼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은그릇을 훔쳐 달아난 장 발장, 미리엘 주교는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오. 선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영혼에 대해 내가 값을 치렀어요."라며 은촛대마저 들려 보냅니다.

 

장 발장이 몽트뢰유쉬르메르에 대한 공헌으로 마들렌 씨에서 마들렌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 불 속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하고, 마차 바퀴에 끼어 죽을 위기에 처한 포슐방 영감을 구하고, 자기 때문에 체포될 위기에 처한 이를 위해 기꺼이 법정에 나설 수 있었던 것, 평생 자신을 쫓아다닌 자베스 경감의 목숨을 구하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지켜주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 팡틴의 딸 코제트를 위해 평생을 헌신할 수 있었던 것, 이 모든 선의와 사랑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리엘 주교의 한없는 자비를 통한 깨달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궁해 빠진 종드레트가 친절한 사람들의 자비심을 이용해 돈을 뜯는다는 것, 여러 사람의 주소를 입수해 그중 돈이 있고 동정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명으로 편지를 써 딸들로 하여금 전하게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험을 안은 것은 딸들이었다. 그러나 부친은 딸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게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p.285

 

시체 더미를 헤치고 죽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던 테나르디에를 자신의 목숨을 구한 은인으로 생각한 퐁메르시 대령, 그의 아들 마리우스에게 비친 테나르디에의 모습은 가명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돈을 뜯어내는 악한이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장 발장이 테나르디에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의 유언과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인 장 발장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세상에는 재판소, 집행할 판결, 경찰 그리고 권위 외에 또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자베르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그의 생각은 점차 무서운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장 발장, 그 존재가 정신의 부담이었다. 죄수가 은인이라니! 그는 친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죄인은 친절했다. p.458

 

냉정하고 엄격한 원칙주의자, 마치 법의 법에 의한 법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듯했던 자베르 경감, 범죄자는 영원히 범죄자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 듯, 평생 동안 장 발장을 쫓아다닌 자베르 경감, 장 발장을 체포할 것인지 그냥 둘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자베르 경감,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그의 결론은 더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퐁메르시 남작, 비상식적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진실한 인간이오. 나는 내 양심에 따르는 죄수요. 이것이 괴이한 말이란 것은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하라는 거요? 옛날에 나는 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어요. 하지만 오늘날 살기 위해서 이름을 훔칠 수는 없어요. p.468

 

장 발장이 아닌 마들렌 씨도 아닌 포슐방이란 이름으로, 사랑하는 딸 코제트의 아버지이자 마리우스 퐁메르시 남작의 장인으로 살 수 있었음에도, 평생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모두 용서하며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는 공동묘지에 묻힌 장 발장, 굶주림에 지친 조카들을 위해 훔친 빵 한 조각으로 인해 19년을 감옥에서 보낸 장 발장, 미리엘 주교의 한없는 자비를 통한 깨달음으로 평생 선의와 사랑을 베풀었던 장 발장, 누가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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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9
마크 트웨인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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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거슬러 꾸준히 읽히는 명작동화, 왕자와 거지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난 후, 신분이 뒤바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부당한 권력에 희생되는 백성들의 삶을 통해 권력자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깨우며 그 시대의 불합리한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이야기, 바로 <왕자와 거지>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배경이 영국 왕실이라는 것, 실존 인물인 에드워드 6세를 모델로 했다는 걸 안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마크 트웨인(새뮤얼 랭혼 클레멘스)<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입니다. "앞니 빠진 허클 씩씩한 소년, 유유히 흐르는 미시시피강..." 꿈오리에겐 지금도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로 더 기억이 나는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여러 직업을 가졌던 마크 트웨인, 그중에는 뱃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가 미시시피강을 누비는 증기선에서 일했다는 것, 그의 필명 마크 트웨인은 "뱃사람들이 안전수역을 부를 때 쓰는 말로 수심 두 길"을 의미한다고 하니, 그의 삶에 미시시피강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16세기 중엽의 어느 가을날, 옛 런던 시의 가난한 캔티 집안에 사내아이가 태어났지만 그 집안에서는 아이를 반기지 않았다. 바로 같은 날, 영국의 부유한 튜더 가문에 또 한 명의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가문에서는 아이를 반겼다. 온 영국도 그 아이를 반겼다. p.5

 

이야기는 톰 캔티와 에드워드 튜더가 같은 날 태어났지만, 완전히 상반되는 환경에서 태어났음을 알리며 시작합니다.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는 아이 톰 캔티, 온 나라 사람들이 반기는 왕세자 에드워드 튜더, 이때까지만 해도 두 아이가 엄청난 인연으로 엮이게 될 지 누가 알았을까요?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도둑의 아들이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앤드루 신부에게서 글을 읽고 쓰는 법,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톰 캔티, 톰은 한 번만이라도 진짜 왕자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습니다.

 

불쌍한 아이를 어찌 그리 함부로 다루느냐! 아바마마의 가장 비천한 백성을 어찌 그렇게 막 다루는 것이냐! 문을 열고 저 아이를 들여보내도록 하라! p.18

 

이렇게 만나게 된 톰과 에드워드는 서로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옷을 바꿔 입게 되는데, 두 아이의 모습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보였답니다. 그 누구도 두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결국 왕자는 궁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톰은 자신이 왕자가 아님을 밝혔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단지 마음에 병이 든 것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자로 책봉되고 죽은 왕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이 되어 즉위식을 앞두게 된 톰,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적응하게 되면서 너그러움과 관용으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왕이 되어 가고 있던 톰, 하지만 즉위 행렬을 하던 중에 만난 어머니를 모른 채 한 후, 양심의 질타를 받으며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에드워드 또한 자신이 거지가 아닌 왕자임을 밝혔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놀림의 대상이 됩니다. 옷을 입고 벗는 것부터 모든 것을 시종들의 도움을 받았던 에드워드는 톰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요. 이때 마일스 헨든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에드워드가 왕자라는 것을 믿지는 않았지만, 학대를 받다가 정신이 이상해진 아이라는 생각에 연민의 정을 느껴 형의 마음으로 보살피고 지켜 주리라 다짐합니다. 나중에 에드워드가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왕이 되었을 때, 기사 작위를 받게 됨과 동시에 그와 그의 후손들 중 장손들은 영원히 왕 앞에서도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를 놓아주고 행동을 삼가라! 그분이 바로 왕이시다! p.329

 

비록 몇 주 동안의 짧은 경험이기는 했지만,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몸소 겪었기에 그들의 처지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에드워드는 백성들을 바르고 어질게 다스리는 정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에드워드가 자신의 신분을 되찾아 대관식을 치르게 되었다는 것, 왕의 명으로 자애원의 명예 운영위원회 회장직을 맡게 된 톰이 어머니와 누이들에게 달려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과 멋진 소식을 들려준다는 것, 뒷이야기를 통해 "에드워드 6세의 통치 기간은 가혹했던 그 시절에 유일하게 자비로운 시기"였음을 알려주며 끝이 납니다.

 

단지 옷을 바꿔 입은 것으로 단번에 신분이 뒤바뀌는 것, 단 몇 주간의 경험으로 백성들의 처지와 마음을 이해하고 선정을 베풀 수 있는 왕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왕자와 거지>와 같은 풍자소설이나 부패한 권력자나 악당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 되는 건,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감방에서 만난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왕들도 가끔씩 자신의 법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자비심을 깨우쳐야 하느니라.(p.295)"라고 말한 에드워드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자질과 품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부당한 권력에 희생되는 백성들의 삶을 통해 불합리한 시대 현실을 풍자하고, 더불어 어린 왕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리더의 자질과 품격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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