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50년 전 실제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금에 와서는 동기를 상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동기가 있을 터이지만 이 사건에 관해서는 억측조차 할 수 없었다.

자료에도 동기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다.

 

 

_ 111쪽

 

가야마 후사이의 사망은 자살로 결론지어졌지만,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있다.

밀실 상태의 창고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지만, 흉기는 보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눈이 내렸는데 창고 주변에서 수상한 발자국이 발견되지도 않았고, 후사이의 사체 옆에 열쇠가 들어있는 호리병과 상자가 놓여 있었다.

너무도 오래 전에 발생한 일이라, 현재는 사건 장소였던 창고마저 없어진 상태였다.

 

++

너무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라 모에가 사건에 대해 더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시의 사건 장소조차 없어졌고, 호리병 속에 열쇠를 어떻게 넣은 것인지에 대한 추리도 어렵다.

 

이 사건, 모에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호리병 속에 들어있는 열쇠에 대한 트릭도 풀 수 있을까?

궁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계속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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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는 호리병 속에

 

가야마 가문에 대대로 전해오는 가보가 있다.

열쇠가 들어 있는 호리병(천지의 표),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상자(무아의 궤)이다.

1949년, 불화가인 '가야마 후사이'는

"상자를 열려면 열쇠를 호리병에서 꺼내야 한다.

그러나 절대 호리병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26쪽)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 뒤 밀실 상태의 작업실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기도 세쓰코로부터 이 호리병에 대해 들은 모에는 하마나카와 함께 열쇠가 들어있는 호리병을 보기 위해 가야마 가를 방문한다.

 

++

주둥이가 열쇠 크기보다 작은 호리병에 어떻게 열쇠를 넣었을까?

상자 안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까?

그리고 밀실 상태인 작업실에서 죽은 가야마 후사이는 정말 자살한 게 맞을까?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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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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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처음 접했던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로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 책들이었는데, 우리 집 혹은 이종사촌 언니 집에서 빨간 책이 보이면 서슴없이 들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류의 추리소설을 알게 되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의 책을 예전만큼 읽고 있지는 않지만,

그 책들을 읽었던 건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나는 아련한 기억들이다.

 

그래서일까,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라는 책은 그립고 아련한 어린 시절의 나를 현재로 불러오는 듯 추억에 잠기게 했다.

 

저자는 이 책의 한 줄 요약을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새로 읽기"라고 설명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과 소설, 그리고 당시 사회의 모습을 16개의 주제로 나누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책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역시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탐정'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자는 애거서의 소설과 삶 속에서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거서는 집 보러 다니길 좋아하고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기도 했던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적십자 구급간호봉사대에서 일했고, 과로로 폐 질환을 앓은 후 약제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약제사로 일하는 동안 처음으로 추리소설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주변에 널려 있는 독약을 소재로 독살에 대한 소설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썼다고 한다.

 

애거서의 소설 속에는 호텔도 많이 등장한다.

실재하는 사보이 호텔, 리츠 호텔 외에도 호텔 자체를 마치 주인공처럼 내세운 소설 <버트램 호텔에서>라는 작품도 있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소설 속에서는 사립학교에 대한 은근한 비난의 말도 보인다.

또한 추리소설이 저급한 대중소설로 폄하되는 것이 싫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지적,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셰익스피어를 자주 인용하곤 했다고 한다.

 

애거서의 작품에는 탈것, 즉 이동수단을 소재로 한 것도 많다.

유명한 <오리엔탈 특급 살인>도 그렇고, <푸른 열차의 죽음>, <패딩턴 발 4시 50분>도 그렇다.

애거서는 원래도 오리엔트 특급을 좋아하고 애용했다고 한다.

특히 오리엔트 특급을 타고 떠난 첫 여행에서 운명의 짝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삶과 그녀의 소설 속에 담긴 사회의 모습들은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외국의 역사나 사회 상황에 대한 묘사는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등장 인물의 대사나 인물 간의 대화로 당시의 사회 모습까지 알아챌 수는 없기에 그냥 넘기고 흘려듣기 십상인데, 이 책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의 대사 하나하나에 당시 그들의 삶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번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그녀의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분명히 그 소설들은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그저 지나쳐 버린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와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흥미있고 즐거운 수다를 떤 것 같아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옆에 살포시 이 책을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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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 떠날 때가 되지 않으셨어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여행을 사랑했다고 한다.

여행을 많이 다녔고, 그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도 꽤 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애거서가 영국 여성 중에 최초의 서퍼였다는 사실이었다.

 

애거서가 살던 그 시대에는, 지배계급이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는 이른바 '그랜드 투어'가 성행했다고 한다.

애거서의 <패딩턴 발 5시 40분>, <끝없는 밤> 등의 작품에서 그랜드 투어의 흔적이 나타난다.

 


반정복은 제국주의 시대를 살면서도 자신들의 결백을 지켜내고 싶었던 유럽의 부르주아 주체들이 활용한 재현 전략이다.

 

식물학자, 박물학자, 광물학자 나아가 고고학자들은 객관적이고 사심 없이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유럽의 팽창과 제국주의적 헤게모니의 열광적인 지지자이자 제국 기획의 충실한 보조자였다.

 

242쪽

 

저자는 영국인들의 제국주의적 성향 역시 애거서의 소설에 많이 나타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애거서의 소설에서 드러난 '반정복'적 모습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그저 재미있게 읽었던 애거서의 소설들이 이제는 낭만적이 아니라 조금씩 거부감이 들고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고 한다.

 

+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번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그녀의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분명히 예전과는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지나쳐 버린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나 사회 모습들도 관심있게 다가올 것이고, 지나친 편견에는 눈살도 찌푸리겠지만 그만큼 여러가지 생각하는 바도 생길 것이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와 그녀의 작품들에 대해 흥미있고 즐거운 수다를 떤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물론 나는 대부분 듣고만 있는 쪽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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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지긋지긋한 영국인 근성 때문이겠지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 인종, 민족, 젠더 등에 대한 처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한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원래 제목이 '열 명의 흑인 꼬마들(Ten Little Niggers)'였다고 한다.

'nigger'와 인디언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어 제목이 달라졌고, 내용에서도 많은 부분이 고쳐졌다고 한다.

애거서의 다른 소설에서도 등장 인물들의 입을 통해 동양, 아프리카 등 비유럽 지역뿐 아니라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해 편견이 가득 섞인 말들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애거서는 영국인은 어떠하다, 어떠하다며 민족적 우월성을 표현했으면서도, 비꼬기도 했다고.

 

흥미로운 일은, 영국박물관의 소장품과 땅, 건축, 인테리어 비용 등이 복권 기금에서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단히 종이 한 장 차이인 내기와 도박이건만, 내기를 좋아하는 영국인 근성을 캐치하여 합법적 형태인 복권 발행으로 재정적 필요를 충당하곤 했다고 한다.

 

++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그 전엔 소설을 그냥 소설로만 읽었다면, 앞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대할 땐 좀 더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도 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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