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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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월드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냉철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는, 표정조차 빈틈이 없는 오사카 지검의 에이스 '후와 슌타로' 검사와 그를 보좌하여 사건 처리를 돕는 '소료 미하루' 검찰 사무관이다.

표정조차 빈틈이 없어 '표정 없는 검사'로 불리는 후와 검사와 달리, 미하루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냉철한 후와, 감정적인 미하루는 서로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다른만큼 확실히 그들의 케미도 남달랐다.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어. 나가 주게."

어렵사리 검찰 사무관이 된 미하루는 후와 검사를 처음 대면한 날부터 위와 같이 차가운 면박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당차게 자신을 어필한다. 물론 속상하고 당황했지만.

 

그렇게 바쁜 검찰청의 하루하루가 지나던 어느날, 8세 소녀를 살해한 피의자 '야기사와 다카히토'가 체포되어 검찰로 송치된다.

이전에도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납치 감금한 전과가 있었던 야기사와는 검사의 질문에 주눅들지 않고 대답하다가도, 이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에는 입을 닫아 버린다.

미하루는 그의 그런 불량한 태도에 화가 치밀지만, 역시 냉정한 후와는 전혀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사에 임한다.

후와와 미하루는 야기사와의 집으로 가서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하루는 후와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기 어렵지만, 후와는 역시나 설명없이 수사를 계속한다.

담당 경찰서로 직접 가서 증거물을 확인하던 후와와 미하루는 증거품 몇 가지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의구심을 품는다.

어린 소녀를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야기사와가 범인이 맞는걸까?

 

그 후 어느 다세대 주택에서 남녀 한 쌍이 죽은 채로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 여성을 스토킹한 '야타가이 사토시'가 지목된다. 야타가이의 점퍼에서 피해 여성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자 혐의는 더욱 짙어져 그는 결국 피의자로 체포되어 검찰로 송치된다.

야타가이는 자신은 그 날 알리바이가 있다며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하지만, 경찰 조사에는 그러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고, 또 그에 대한 후와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검찰, 경찰의 윗선에서는 이 사건을 야타가이의 범행으로 결론짓고 조속히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후와는 자신의 방식대로 제대로 조사하여 일을 처리하겠다라고 한다.

 

개별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후와 검사와 미하루 사무관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각 사건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었다.

다만, 후와 검사가 아니었다면 그 연관성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것이고, 연관성을 찾아냈더라도 제대로 처리하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눈엣가시처럼 여기더라도, 철저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그에게는 체면을 차리는 것조차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후와와 미하루의 캐릭터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은 되는데, 초반에 미하루가 너무 과하게 정의감에 불타오르고 피의자를 감정적으로 보는 모습은 사실 좋지 않았다.

신입 사무관이라서 그런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경찰 조서를 100% 믿고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할 거라면 사실 검찰의 추가 조사는 필요치 않는 일이지 않은가.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일본 형사 재판의 유죄율이 99.9%라는 걸 보면 경찰 조사 및 경찰에 대한 신뢰가 그 바탕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똘똘한 그녀라서 함께 수사하는 과정에서 후와의 진면목을 알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조직의 이익을 실현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일까?

하지만 후와는 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자신의 길을 간다.

 

속편 《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에서는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강력한 캐릭터 '후와 검사'와 만만치 않은 쎈캐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맞붙는 이야기가 등장한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속마음을 알 수 없기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 두 사람이기에, 어떤 대결을 펼칠지, 그리고 그 대결의 승자가 누굴지(과연 승자가 있을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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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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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감정의 경험이니까.​

우리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뭔가를 어떤 수준으로 느끼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위안이 된다.

아무도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p. 34)​



제목이 따뜻한 한 편의 에세이를 만났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은 미국의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기업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코너 프란타'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들려주는 마치 일기와 다름없는 에세이다.

작가 자신도 자기 검열도 하지 않은, 차라리 공개된 일기장에 가깝다고 표현한 이 책에는, 이제 스물네 살의 청년이 적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해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자신이 게이임을 인정하고 고백한 후엔 솔직하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겪는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지금의 자신이 짧은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힘든 일이 있겠지만 잘하고 있다고, 좋은 방향으로 흐를 거라고 말이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부디 깨닫기를.​

네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너의 독특함은 장차 네 위대함의 원천이 될 거야.

최악의 네가 아니라 더 나은 너를 만들어내지.​

넌 특별하게 만들어졌고, 그게 널 고장 난 인간이나 쓸모 없고 내버려도 좋은 인간으로 만드는 건 아니라는 내 말을 꼭 믿어줘.

오히려 너를 너답게 만들지. 얼마나 멋져. 네 자신을 믿어봐.​

(p. 44)​



그는 번지점프나 암벽등반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도울 수 없는 상황이나 모습으로 고통받는 것은 무섭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는 두려운 것이 존재하기에 자신은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사실 스물네 살, 유명 크리에이터 등의 정보로 글이 한없이 가볍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작가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하며 우울감까지 느꼈고, 그 후 동성애자라는 것을 커밍아웃을 했다. 그런만큼 많은 마음 고생을 했고, 또 많은 고민과 깊은 생각들을 해 왔기에 글이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애늙은이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본인이 직접 겪으며 고민해 온 흔적들이란 걸 생각하면 어느 한 문장도 가볍게 넘기기가 어려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이 책의 문장과 사진에만 빠져보자. 찬찬히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감성적인 사진까지 마음에 담는다면, 조금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

이 순간의 경험은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온전히 집중하는 이 순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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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봄이었어요
나태주 지음, 더여린 그림 / 문학세계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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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따뜻한 문장을 전해주는 나태주 시인의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를 읽었다.

어릴 때는 동요도 곧잘 부르고, 동시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어린 사람들이 동시를 읽어야 세상이 맑아지고 아름다워진다'고 말씀하시는 나태주 시인이 쓴 예쁜 동시들은, 삭막하고 메말라있던 내 감성을 조금은 맑게 만들어준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른들이 흔히 아이들을 보면서 묻는 말이 있다.

그리고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종종 받기도 했던 질문이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요, 등등 아이들이 대답을 하면, 어른들은 대답에 따라서 또 말을 보태시곤 하셨다.

 

이 동시를 보면서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이것저것 다 하고 싶고, 어쩌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들이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나는 그냥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냥 내가 되고 싶어요.'

 

이 동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가슴을 훅 건드리는 문장들이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 같은 사람'이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른이 된 우리는 알 수 있으니까. 

 

 

 

어렸을 때도 엄마가 참 좋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가 참 좋다.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가끔은 내 나이 때의 엄마를 가만히 떠올려보기도 한다.

 

처음 해 보는 엄마이기에,

자식들을 키우면서 엄마도 함께 큰다.

자식들이 웃거나 우는 것에 엄마도 함께 덩달아 웃거나 운다.

엄마에겐 세상 전부인 자식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엄마가 봄이었어요'는 너무 예쁜 문장이라서. 자꾸 문장을 말해보게 된다.

엄마에겐 아기가 세상 전부이고, 꽃이고, 봄이기도 하다.

그런 엄마 역시 아기에게는 봄이리라.

자신을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지켜봐주는 예쁜 봄.

세상 만물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이 어여쁘고 큰 품을 가진 봄 말이다.

 

이미 내 마음은 어른의 메마른 감성이 너무 크게 자리잡아서 동시의 맑은 모습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렇게 맑고 고요하고 예쁜 동시를 쓴 나태주 시인의 감성에 더 큰 놀라움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

어린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마음이 맑고 착한 어른, 나도 될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더 좋을 예쁜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을 언젠가는 우리 아이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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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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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개의 일기가 있다.

쓴 사람도, 쓴 목적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일기지만, 이 일기들은 누군가를 파멸로 이끌었다.

 

자살시도를 한 이승민, 사실 이승민은 학교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학생이었다. 담임교사인 홍서린에게조차 그 존재가 희미했던 조용한 학생.

승민의 아버지는 자살시도 원인을 찾기 위해 홍서린에게 연락을 했지만, 서린 역시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고 그렇게 자살 미수 사건은 잊혀져 갔다.

그러던 중에 같은 학교의 공승민이 누군가에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공승민의 어머니는 중학교 시절 이승민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이승민을 언급하고, 경찰은 이승민을 불러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공승민을 죽은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한 사람이, 더욱이 학교 학생이 살해당했는데 어떻게 입시 같은 이기적인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학교의 관리자가 되면 저렇게 변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마 학부모들도 관리자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자신의 자식에게 피해가 오면 안 되는 것이다.

(p. 37)

 

이야기는 사건이 발생한 1부, 이승민이 자살일기를 쓰게 된 이유 등이 나오는 2부, 학년부장인 남용성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 3부, 이승민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4부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소설의 초반에 범인이 벌써 밝혀지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공승민의 살인 사건에는 좀 더 깊은 비밀이 있었다.

 

역시 안타까운 캐릭터는 이승민이 아닐까 싶다.

강압적인 아버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학교.

그 어디에도 승민이 마음을 놓을 곳은 없었다.

그렇게 분노를 키워가던 승민은 자신을 괴롭히는 두 사람이 다 사라질 수 있게 교묘한 자살일기를 쓴다.

그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고,그렇게 자신이 쓴 자살일기는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 파멸일기가 되고 만다.

 

학교 폭력이 피해 학생을 어떤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고 그 폭력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대처나 대응이 어떤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는지, 잘못된 가정 교육 혹은 훈육이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먹게 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웠다.

(사실 '충격'으로 따지면, 다른 한 개의 일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다. 두 명의 선생님 다 절대 교직에 있으면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인물들이었다. 뭐, 그 중에 단연 으뜸은 N이지만...)

 

현직 교사이신 작가님이 쓴 소설이라 학교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분명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 지금의 학교는 다르고, 학생이나 선생님의 모습 또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생 같지 않은 선생,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보통의 학생은 자신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선생님의 등과 모습을 바라보고 배울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조금만 더 학생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물론, 부모님의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논리와 교육관을 강압적으로 주입하려 하지 말고 조금은 아이들의 말에도 귀 기울여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승민이처럼 나쁜 마음을 품고 자신과 가족을 지옥에 빠뜨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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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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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교사가 쓴 학교와 학생의 민낯, 그리고 소외받는 누군가.
누군가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고 간, 성격이 다르지만 같은 결과의 두 일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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