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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여기 두 개의 일기가 있다.
쓴 사람도, 쓴 목적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일기지만, 이 일기들은 누군가를 파멸로 이끌었다.
자살시도를 한 이승민, 사실 이승민은 학교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학생이었다. 담임교사인 홍서린에게조차 그 존재가 희미했던 조용한 학생.
승민의 아버지는 자살시도 원인을 찾기 위해 홍서린에게 연락을 했지만, 서린 역시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고 그렇게 자살 미수 사건은 잊혀져 갔다.
그러던 중에 같은 학교의 공승민이 누군가에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공승민의 어머니는 중학교 시절 이승민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이승민을 언급하고, 경찰은 이승민을 불러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공승민을 죽은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한 사람이, 더욱이 학교 학생이 살해당했는데 어떻게 입시 같은 이기적인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학교의 관리자가 되면 저렇게 변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마 학부모들도 관리자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자신의 자식에게 피해가 오면 안 되는 것이다.
(p. 37)
이야기는 사건이 발생한 1부, 이승민이 자살일기를 쓰게 된 이유 등이 나오는 2부, 학년부장인 남용성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 3부, 이승민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4부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소설의 초반에 범인이 벌써 밝혀지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공승민의 살인 사건에는 좀 더 깊은 비밀이 있었다.
역시 안타까운 캐릭터는 이승민이 아닐까 싶다.
강압적인 아버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학교.
그 어디에도 승민이 마음을 놓을 곳은 없었다.
그렇게 분노를 키워가던 승민은 자신을 괴롭히는 두 사람이 다 사라질 수 있게 교묘한 자살일기를 쓴다.
그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고,그렇게 자신이 쓴 자살일기는 자신마저 파멸로 이끌 파멸일기가 되고 만다.
학교 폭력이 피해 학생을 어떤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고 그 폭력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대처나 대응이 어떤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는지, 잘못된 가정 교육 혹은 훈육이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먹게 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웠다.
(사실 '충격'으로 따지면, 다른 한 개의 일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다. 두 명의 선생님 다 절대 교직에 있으면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인물들이었다. 뭐, 그 중에 단연 으뜸은 N이지만...)
현직 교사이신 작가님이 쓴 소설이라 학교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분명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 지금의 학교는 다르고, 학생이나 선생님의 모습 또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생 같지 않은 선생,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보통의 학생은 자신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선생님의 등과 모습을 바라보고 배울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조금만 더 학생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선생님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물론, 부모님의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논리와 교육관을 강압적으로 주입하려 하지 말고 조금은 아이들의 말에도 귀 기울여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승민이처럼 나쁜 마음을 품고 자신과 가족을 지옥에 빠뜨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