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조선왕조 - 한 권으로 끝내는 조선왕조 퍼펙트 지식사전
이준구.강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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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조선왕조

이준구, 강호성 / 스타북스

 

역사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공부나 시험이라는 목적을 벗어나고서야 우리의 역사에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았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원스톱 조선왕조》는 조선의 건국에서부터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한 권으로 설명해 주는데요, 기계적으로 딱딱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사건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며 재미있고 쉽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정도전 + 이방원(태종)

 

고려 말 혼란한 상황에서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이바지하고 조선 초기의 기틀을 세운 사람이 바로 정도전이었습니다.

정도전은 고려 말 온건파였던 정몽주를 제거하고 조선 건국에 앞장섰고, 민심이 중심이 되는 민본 사상, 재상 중심의 정치, 언관의 기능 강화 등 백성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조선 초기 많은 업적은 남겼는데요, '조선경국전' 등 많은 저서를 남겼고 태조의 명을 받고 설계한 경복궁은 그의 철학적 고민이 만들어낸 유교적 덕목과 가치가 담겨 있어요.

 

 

저는 정도전을 생각하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배우가 생각나는데요, 드라마를 통해 본 정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은 웃기지만 제가 당시 느낀 정도전은 백성을 생각하는 개혁적 정치인이었어요.

그가 자신의 안위를 따지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태지도 않았을 테지요.

그러나 그는 결국 이방원(태종)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때 역적죄로 참수를 당하게 됩니다.

 

왕이 되고자 했고 왕권강화를 꿈꾼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아마도 걸림돌이었을 거예요. 실제로도 정도전은 이방원이 세자로 책봉되는 것을 막고 이복동생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시키는데 앞장섰으니까요.

1차 왕자의 난 때가 아니었더라도, 만약 이방원이 순탄하게 왕위를 물려받았더라도 정도전은 숙청 대상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이방원이 꿈꾸는 조선의 모습과 정도전이 꿈꾸는 조선의 모습은 달랐으니까요. 이방원은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 그를 처단해야만 했을 거예요.

 

역사에 IF는 없지만, 저자의 말처럼 "최영과 이성계라는 최고의 무장, 정도전, 정몽주, 이색, 길재, 권근, 변계량 등 우수한 문인들이 뜻을 합해 고려왕조를 유지하며 개혁을 펼쳤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도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피를 뿌리고 왕이 된 태종(이방원)은 백성을 위해서는 공명정대한 정치를 했습니다.

왕권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정도전과 대적했지만, 민생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 것 같아요.

또 태종이 강력한 왕권 강화를 이루어 놓았기에 그의 왕위를 이은 세종대왕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조(수양대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제는 수양대군, 즉 세조를 떠올리면 저 문장부터 떠오를 것 같은데요, 세조 역시 조정을 많은 피로 물들이고 조카인 어린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았았습니다.

왕위에 오른 후에도 단종 복위 소동이 여러번 있자, 단종의 나이가 겨우 17세 때 그를 죽이고 맙니다.

그런데, 세조 역시 왕이 되는 과정은 잔혹했지만 왕이 된 후에는 백성들을 위한 제도를 많이 펄친 왕이었습니다.

 

 

인조 + 문정왕후

 

기존에 잘 몰랐다가 이번에 책을 통해 인상적으로 남은 왕은 바로 인종였습니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에게는 세자 호(후에 인종)가 있었는데요, 장경왕후가 호를 낳고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는 친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착하고 효심 깊은 호는 계모인 문정왕후를 잘 따르고 공경했는데요, 냉혹하고 무자비한 계모 문정왕후는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해 호를 여러 차례 위험에 빠뜨렸다고 해요. 심지어 동궁에 불을 질러 세자 부부를 태워 죽이려고도 했다고 합니다.

중종이 승하한 뒤 호가 왕위를 물려받아 인종으로 즉위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요, 문정왕후가 독살한 게 아니냐는 썰이 있다고 해요.

 

더 안타까운 건, 인종은 이복동생인 경원대군에게 왕위를 잇게 하기 위해 자신은 아들을 낳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착하기 있기인가요?

조선왕조를 읽어보니 왕이든 왕비든 후궁이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설마 이런 짓을?'이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들도 많이 하던데, 인종은 정말 자애로운 사람이었네요.

 

500년 조선왕조를 보면 참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리석은 왕, 잘못된 리더가 어떻게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백성들을 힘들게 만드는지도 잘 알 수 있었어요.

왕위를 지키기 위해 자식들까지 두려워하고 내치는 왕도 있었고, 당장의 눈앞에 있는 이익을 보느라 멀리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없었던 왕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왕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왕을 보좌하는 높은 지위의 신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파 싸움의 내용을 보면 정말 백성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내가 맞고 상대는 틀렸다는 식으로 몰고 나가지요.

그렇게 자신들과 반대의 입장에 있거나 혹은 너무 훌륭해서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 같으면 비열한 수를 써서라도 응징에 나섭니다.

 

역사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현재에 적용시켜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만, 저도 그러지 못하고 지금의 정치인들도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자신들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나쁘다는 '내로남불'식 무대포 정치인들도 있는 듯 해요.

 

《원스톱 조선왕조》를 통해 방대한 500년 조선왕조를 한 권으로 빠르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자는 조선왕조 27명의 왕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TALK ABOUT' 코너를 통해 궁녀와 왕비, 궁중 생활 등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더 재미있게 조선왕조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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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숙종

 

1689년(숙종 15)에 숙종은 아무 잘못도 없는 왕비를 궁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천년만년 갈 줄 알았던, 민씨를 대신히 왕비 자리에 앉힌 장희빈에 대한사랑도 곧 식어 버리고 만다.

숙종은 "짐이 간신의 꼬드김에 넘어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책임을 신하들에게 돌리고는 인현왕후를 도로 왕비 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물론 장희빈의 신분은 격하시켰다.

 

- 277쪽

저자의 말대로, 조선왕조 3대 악녀의 한 명이라 불리는 '장희빈'은 그 평판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어제 읽었던 문정왕후 윤씨가 한 행동들이 더하면 더했지 못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그럼에도 역사 드라마에서 장희빈이 최악의 악녀로 표현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 인생 자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드라마틱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숙종을 떠올리면 당파 싸움에 휘말려 이도저도 못하고, 또 장희빈의 치맛자락에 놀아나 또 이도저도 아닌 왕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 숙종 시대는 격동의 조선왕조 500년 속에서 46년간의 태평성대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화폐 상평통보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군포의 부담을 줄여 주기도 했고, 청나라와 국경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백두산 정상을 국경으로 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훌륭한 업적은 많이 남겼음에도 숙종은 우리에게 여자 문제와 당파싸움으로 무능했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나 현재나 당파 싸움이 문제인 듯 하다.

백성을 위한 옳은 일에는 서로가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더라도 하나로 뭉칠 수 있을 법도 한데, 내가 정치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몰라서 그런것인지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과 이념과 방법만이 옳다고 목청껏 부르짖는다.

그 부르짖음에는 국민(과거에는 백성)들은 없어 보인다. 하하하.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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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살 의혹

 

조선의 3대 악녀 = 장녹수, 정난정, 장희빈

 

연산군이 폐위당하고 진성대군은 제11대 중종으로 즉위했다.

그러나 우유부단하고 힘이 없었던 중종은, 공신들의 주장을 꺽지 못하고 사랑했던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폐비시켰다.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7일의 왕비>라는 드라마에서 연우진이 중종, 박민영이 단경왕후 신씨, 이동건이 연산군을 맡아 연기했다.

지금 다시 드라마 소개를 보니, 중종을 긍정적인 인물로 기재해 두었다.

 

중종이 승하하자 그의 장남인 세자 호는 슬픔에 닷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효자였는데, 불행하게도 계모를 잘못 만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물론 문정왕후가 인종을 독살했다라는 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문정왕후의 행동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인종은 문정왕후의 아들인 이복동생 경원대군에게 왕위를 잇게 하기 위해 아들을 낳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인종이 8개월 정도의 짧은 재위 기간을 남기고 승하하고, 경원대군이 명종으로 즉위한다.

어린 나이였기에 어머니인 문정왕후와 외삼촌인 윤원형이 권력을 누리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백성들은 궁핍해져 갔다.

 

드라마 <여인천하>를 검색해 봤다.

문정왕후 역을 전인화, 정난정 역을 강수연, 윤원형 역을 이덕화가 연기했다.

그들은 대단한 권력을 휘두르며 악행을 벌였고, 인종이 세자였을 때 불태워 죽이려는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다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종, 왜 그리 착한가요?

그래도 문정왕후가 죽은 후 정난정과 윤원형도 마지막엔 불행하게 죽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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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전의 나라

 

-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이바지하고, 조선 초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

내가 정도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김명민 배우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 역을 맡으셨고, 이방원 역은 배우 유아인이 맡았다.

고려 말 온건파였던 정몽주를 제거하고 조선 건국에 앞장섰던 정도전은 민심이 중심이 되는 민본 사상, 재상 중심의 정치, 언관의 기능 강화 등 백성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이방원(태종)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때 역적죄로 참수당한다.

 

정도전은 조선 초기 많은 업적을 남겼다.

'조선경국전' 등 많은 저서를 남겼고, 태조의 명을 받고 설계한 '경복궁'에는 하나하나 그의 철학적 고민이 담겨 유교적 덕목이나 가치가 담겨 있다.

 

드라마를 통해 본 정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시 느낀 정도전은 백성을 생각하는 개혁적 정치인이었다. 그가 자신의 안위를 따지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성계와 함께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태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이상이 이루어진 조선이었지만, 권력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강화하고 자신을 높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지 않을까, 이방원처럼.

그러한 이방원과 대적했으니, 이방원은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 그를 처단해야만 했을 것이다.

1차 왕자의 난 때가 아니었더라도, 만약 역사에서 이방원이 순탄하게 왕위를 물려받았더라도 언젠가는 정도전은 숙청 대상이 아니었을까.

 

최영과 이성계라는 최고의 무장, 정도전, 정몽주, 이색, 길재, 권근, 변계량 등 우수한 문인들이 뜻을 합해 고려왕조를 유지하며 개혁을 펼쳤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 40쪽

 

 

정도전은 유고적 의미를 부여해 궁을 설계하였으며 누차 설명하였듯 대부분 유교의 덕목이나 가치를 그 안에 담았따.

정도전을 통하여 한양은 천도한 수도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유교적 이상을 담은 곳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도전은 왕이나 대신들이 각 궁의 이름을 보며 조선왕조의 정치 이념을 잊지 말고, 자신을 다스려 유교적 왕도 정치가 이 땅에서 실현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은 것이다.

 

- 48쪽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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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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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허상의 어릿광대》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갈릴레오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일드 '갈릴레오' 시리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인지, 유가와 마나부 교수를 떠올리면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구사나기 형사를 떠올리면 '키타무라 카즈키'가, 우쓰미 형사를 떠올리면 '시바사키 코우'가 생각이 나는데요, 특히 유가와 교수의 전매특허 손가락 포즈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답니다.

 

이번 《허상의 어릿광대》에는 일곱 편의 소설이 들어 있는데요, 원래는 네 편의 연작이 실려 있었으나 시리즈 다음 편인 <금단의 마술>에 실렸던 네 편 중 세 편의 소설을 더해 총 일곱 편으로 출간이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몇 편은 읽다보니 내용이 익숙하더라구요.

네, 일드 '갈릴레오'에서 이미 봤던 내용이었던 거예요. 하하하.

 

신흥 종교 집단 '구아이회'의 교조가 염력을 이용해 신도를 추락케 한 사건을 다룬 '현혹하다', 투시하는 능력을 지닌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다룬 '투시하다', 이명과 환청으로 자살하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을 다룬 '들리다', 야구선수의 부인이 살해된 사건을 다룬 '휘다', 텔레파시로 언니의 죽음을 알린 쌍둥이 자매의 사건을 다룬 '보내다', 별장에서 부모의 죽음을 발견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위장하다', 극단 파란 여우의 연출가가 살해된 사건을 다룬 '연기하다' 등 일곱 편의 소설은 역시나 전부 재미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구사나기 형사는 사건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데이토 대학의 유가와 교수를 종종 찾아갑니다.

유가와 교수는 귀찮은 내색을 보이면서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눈이 반짝하며 호기심을 발동시키는데요, 그렇게 조그만 의문들에 대해 논리적인 답을 찾아가며 사건에 대한 해결에 다가섭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실험과 논리로 해답을 찾아가는 유가와 교수도 멋지지만 조그만 의문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구사나기 형사도 훌륭하다고 새삼 느꼈답니다.

특히, '3장 들리다'편에서 구사나기 형사의 동기인 관할서 기타하라 형사는 의문보다는 사건 처리에 급급하거나 후배 형사나 수사의 아마추어인 사람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런 그에게 유가와 교수가 따끔하게 일침을 가합니다.

 

"난 구사나기의 부탁으로 이번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을 뿐이지 사실은 이런 일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댁이 수사를 종결하겠다면 나도 이 사건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든 말든 나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걸 분명히 알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방식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지 말이죠.

구사나기는 아마추어인 내 의견을 존중할뿐더러 후배 형사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요. 댁도 그럴 수는 없습니까?"(233쪽)

 

 

 

단편소설이면 아무래도 분량이 적다 보니 뭔가 아직 덜 먹은 듯한 부족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그려낸 일곱 편의 단편들은 모두 속이 꽉 차 있었습니다.

사건과 해결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상들도 보여주며 때로는 한탄하게도 만들고,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갈릴레오 시리즈가 인기있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트릭이나 약간 불가사의해 보이는 일들을 실험과 논리로 해결하는 독보적인 캐릭터 유가와 마나부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거기다 이 사람, 천재인데 인간적 매력도 넘칩니다.

물론 구사나기 형사와 우쓰미 형사의 캐릭터도 훌륭하구요.

참, 드라마에서 유가와 교수는 손가락 포즈뿐만 아니라 갑자기 막 아무데나 알 수 없는 기호들을 써나가면서 물리학적으로 논리를 구축합니다. 진짜 아무데나 막 써서 진짜 그 장면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가 있었어요.

 

오랜만의 갈릴레오 시리즈, 유가와 교수를 만나서 말이 길어졌네요. 저는 유가와 교수의 왕팬이라서 《허상의 어릿광대》 너무 좋았습니다.

2019년 초에 일본 여행을 가서 <침묵의 퍼레이드>를 사왔는데요, 어서 이 소설도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책은 사 왔지만, 저는 일본어를 못하니까요. 하하하.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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