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사와무라 이치 지음, 오민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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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제목이 정말 특이하다.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다.

소설은 외모지상주의 사회, 외모 등으로 정해지는 교실 내 서열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잔혹한 호러 괴담 미스터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저주를 건 '범인'이 우리 반에 있다.

 

도립 요쓰카도 고등학교 3학년 2반, 그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인 '하무라 사라사'가 자살한다.

사라사는 얼굴이 예쁠 뿐 아니라 집도 부유하고 공부도 잘하는, 그야말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상위 그룹이자 넘사벽인 존재였다.

그런 사라사의 죽음 이후 반에서는 이상한 기류가 잠시 형성되었지만, 이내 두번째로 예쁜 여학생이었던 '노지마 유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수업 시간 갑자기 유나의 얼굴에 수없이 많은 여드름이 돋아나더니 곧 얼굴을 뒤덮고 터지면서 고름과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 유나의 중얼거림...

"그럼 사, 사라사도, 유어 프렌드의...."

 

요쓰카도 고등학교에 전해지는 괴담이 있다.

1989년 2월, 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그녀는 이름이 아름답다라는 뜻의 '레미'였음에도 얼굴이 엄청나게 못생겨서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했었고, 그래서 그녀의 자살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후 학교에서 몇 년에 걸쳐 몇몇 여학생들의 자살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렇게 생겨난 소문은, "유어 프렌드" 쇼와 64년 4월호가 존재하고(쇼와 연호는 64년 1월에 끝났으므로, 4월호는 존재할 수 없음), 그 잡지 속에 자살한 레미가 남긴 주술, 증오하는 여자를 추하게 바꿔버리는 무시무시한 주술이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3학년 2반 학생인 '구조 게이'는 유나의 책상 근처에서 주술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고, 사라사의 열혈 추종자였던 '가노 마미'는 죽은 사라사를 위해 주술을 건 범인을 찾겠다고 다짐하며 나름의 수사를 시작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주술을 사용해서 같은반 여학생들을 죽게 만드는 걸까?

이런 주술이 정말로 존재하는 걸까?

 

-

멸시하면서도 원하고 있다.

가까이하긴 싫어도, 지켜보면서 즐기고는 싶은 것이다.

추한 인간을, 추하게 무너져가는 인간을.

자기가 다음 표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계속 구경꾼으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야비하고 천박한가.

 

_ 155쪽

 

소설은 시작부터 너무 충격적이었다.

부모와 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부모는 자신의 딸이 못생겼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그 부모는 자신의 딸에게 "그 못생긴 얼굴은 뭐니?", "사회에선 그런 거 안 통해. 넌 못생겼으니까."라는 폭언을 함부로 내뱉고, 딸은 그런 말을 당연하게 듣고 자신은 못생겼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본격적인 내용은 3학년 2반 여학생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과 범인인 듯한 학생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사라사와 유나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을 시작으로 '히메의 저주'가 적힌 '유어 프렌드'가 존재하고, 그 잡지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예쁜 여학생들을 저주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 학생들은 믿는다.

그리고 그 다음 화살이 누구에게 향해질지 여학생들은 겁에 질려 있다.

 

3학년 2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잔인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 역시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하면서도 오히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3학년 2반의 남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외모 등급을 매긴 명단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도 끔찍했는데, 교사들 역시 그 명단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등급 매기기에 말을 보탠다.

 

소설 속 아이들에게 가장 안타깝다고 여겨진 것은, 가장 의지할 수있는 가족으로부터 외모에 대한 언어폭력을 당해 왔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소원은 그저 평범한 얼굴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못생겼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범한 얼굴 말이다.

3학년 2반의 몇몇 학생들만이 아니라, 담임 교사인 마이카 역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외모에 대한 폭언을 들었고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어머니의 "마이카는 웃을 때가 제일 나으니까."라는 말 때문에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고 또 웃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가면같고 가식적이라며 거리를 두고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

 

-

외모, 이쁘면 물론 좋다고 생각한다.

못생기면 그대로 개성있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설 속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받은 외모에 대한 평가로 고통받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외모에 따라 평가되어지는 사회, 학교 내 서열과 급.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기에 슬프고 안타깝고 애잔하다.

 

'아름다움'이라는 건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가 봐도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있겠지만, 조금 덜 아름답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 그대로 소중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소중하고 아름답고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이까짓 일로 자신을 부정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건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자존감이 높으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항상 웃을 수 있고요. 그러니까 웃으세요." (286쪽)

 

입에 발린 말이고, 뻔한 말이지만, 그래도 가슴에 새기면 좋을 말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라고 안심했다.

 

-

학교 괴담에 범인을 찾아가는 미스터리가 더해져 흥미진진했고, 의외였던 범인(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으나, 스토리상 의외라도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의 정체도 좋았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극심한 외모지상주의에 학교의 괴담이 어루어져 공감 가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한 편이 완성되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다음 소설도 기다려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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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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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명탐정 '셜록 홈스',

셜록 홈스가 등장하여 활약하는 3편의 단편이 소개된다.

 

+ 보헤미아 스캔들

 

첫번째로 등장하는 소설은,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첫번째 단편 소설이자 홈스 시리즈의 독보적 여성 캐릭터인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보헤미아 스캔들>이다.

어느날 홈스에게 보헤미아의 대공이 사건 의뢰를 한다.

이웃나라 공주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옛 연인이 가지고 있는 함께 찍은 사진을 되찾기를 원한다.

뛰어난 머리 외에도 변신, 연기력까지 갖춘 홈스!!

이번 사건도 역시 잘 해결할 수 있을까?

 

+ 빨강 머리 연맹

 

전당포 주인인 제이비스 윌슨은 얼마전까지 '빨강 머리 연맹'이라는 곳에서 엄청나게 간단하고 쉬운 소일거리를 하면서 일주일에 4파운드라는 돈을 받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 사무실이 없어졌고, 윌슨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홈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뭔가 이상하고 별나 보이는 '빨강 머리 연맹',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홈스는 그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홈스를 찾아온 의뢰인 존 오펀쇼,

그의 큰아버지는 미국에서 살다가 영국의 한적한 시골로 돌아와 조용히 살던 중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들어있는 편지를 받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큰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유산을 물려받은 그의 아버지에게도 똑같이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들어있는 편지가 도착하고, 그 후 아버지 역시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이제 그 편지가 그에게도 도착했다.

홈스는 이 기괴하고 의문스러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집에 셜록 홈스의 전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셜록 홈스의 책이 나오면 늘 눈이 반짝여진다.

 

이번에 열린책들 중단편선 세트에서 제일 먼저 선택한 책은 바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해서 다른 책들보다 더 눈이 갔고, 더 재미있고 즐겁게 스타트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은 단편들이었음에도 셜록 홈스의 대단한 추리 능력(설명을 다 듣고 나면, 다들 그렇게 쉬웠어?라고 말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막상 그런 추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과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소재가 어우러져 매우 매력적인 소설들이었다.

 

셜록 홈스가 해결한 사건이 미해결 건보다 훨씬 많지만, 홈스에게 실패를 안겨 준 독보적 여성 캐릭터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한 첫번째 단편 <보헤미아 스캔들>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독특한 연맹이 등장해 남다른 재미를 선사한 <빨강 머리 연맹>도 매력적이었는데, 그저 특이한 일 정도로 여길뻔 했던 일일 수도 있었는데도 홈스의 뛰어난 추리 실력 덕분에 무사히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역시나 특이하고 괴이한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되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역시 매력적인 단편이었다.

정말 홈스의 머리 안엔 세상 모든 지식이 들어있는 듯 하다.

역시 천재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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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재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5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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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마 가문에는 대대로 전해오는 가보가 있다.

열쇠가 들어 있는 호리병(천지의 표)과 호리병 속 열쇠로 열 수 있는 상자(무아의 궤)이다.

1949년, 불화가인 '가야마 후사이'는

"상자를 열려면 열쇠를 호리병에서 꺼내야 한다.

그러나 절대 호리병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 뒤 밀실 상태의 작업실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하지만 그의 시신 주변에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피 묻은 호리병과 상자만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가야마 후사이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되었다.

 

니시노소노 모에는 기도 세쓰코로부터 이 호리병에 대해 들은 후 하마나카와 함께 호리병을 보기 위해 가야마 가를 방문한다.

 

그리고 며칠 후 가야마 가문의 '가야마 린스이'가 집 근처 다리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의 시신은 다리 밑에서 발견되었으나 근처에 흉기는 없었고, 그가 작업실로 쓰던 별채 창고에 다량의 피가 남아 있었다.

마침 그날 도쿄에서 린스이의 딸인 마리모가 집으로 오던 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린스이의 아들인 다카시는 마리모의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간 후 별채 창고의 상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별채 창고에서도 린스이의 가슴을 찌른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다만 호리병과 상자가 놓여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위치만 제외하면 가야마 후사이 때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밀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죽음과 집안에 대대로 전해지는 가보인 '천지의 표', '무아의 궤'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걸까?

도대체 그들의 죽음은 누가, 어떤 이유로 일으킨 걸까?

사이카와와 모에는 이 기묘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호리병 구멍보다 큰 열쇠가 호리병 속에 들어 있고, 그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상자가 있다.

그런데 이 가보들은 집안 어른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열쇠를 호리병 속에서 꺼내는 방법도, 2대에 걸쳐 당주들이 기묘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번 소설의 소재는 현대적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의 느낌이라서, 호리병과 상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다.

이미 거기에서 어쩌면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번 이야기는 예전에 일드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 정확한 트릭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유스케의 목격담이 사건 해결에 중요한 key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key는 key인데, 의미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는 것...^^

 

이번 해결편 역시 '이공계 미스터리'답게 트릭에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의 매력은 과학적 접근 외에도 '고유의 감성' 또는 '일본성'이 플러스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사이카와처럼 나도 그 '일본성' 자체는 이해가 전혀 가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심리, 혹은 심정, 혹은 마음이랄까, 그들이 생각하고 이루고자 한 바를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과학,이공계, 이런 한쪽으로만 나아가는 접근이 아니라 좋았다는 정도로 해두자.^^

 

+

소설은 흥미진진하고 즐겁게 읽었는데, 이상하게 이번 이야기에서 모에의 행동과 태도들이 눈에 거슬려서 힘들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머리도 좋고, 사건 해결에 큰 공헌을 하는 것도 잘 알겠지만, 조금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머리 좋고 얼굴은 예쁘지만 너무 제멋대로인 부잣집 아가씨 역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먼저 읽은 뒷 이야기들에서는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뒤로 가면 아예 대놓고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 때문이겠지만...

여튼, 모에가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간절히 드는 이야기였다.

하하하.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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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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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떠난 러시아 여행에서 신유나를 본 차은호는 한 눈에 그녀에게 반해 버린다.

그녀가 이혼녀라는 걸 알게 되자 이혼남인 차은호는 더욱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러시아 하늘도 도왔는지 그녀와 가까워질 기회도 생긴다.

그리고 1년 정도의 연애 끝에 마침내 재혼한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협의되지 않는 벽이 있었다.

은호는 자신의 아들 노아와 신유나의 딸 지유와 모두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신유나는 다른 이유를 대며 그 시기를 미룬다.

그러던 어느날 은호와 함께 잠을 자던 노아가 밤사이 질식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신유나의 전남편이자 지유의 친부인 서준영도 실종된다.

 

은호는 자신이 노아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거기다 서준영이 실종된 날 유나가 지유를 데리고 가출을 했고, 서준영을 만난 것 같은 정황들이 있어 유나의 행적에도 의심이 싹튼다.

 

신유나, 은호가 모르는 신유나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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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동안 '지유'가 너무 신경쓰여서 힘들었다.

겨우 일곱 살인 지유가 지내온 환경이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가슴이 먹먹했다.

 

어린 지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압박하는 사람은 당연히 엄마 유나다.

얼마나 정신적으로 그 어린 아이를 지배하고 세뇌시켰는지, 아이는 엄마의 말에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가끔 마음 속에서 '앙큼한 생쥐'가 의문을 제기하고 행동을 촉구하지만, 대부분은 '착한 지유'가 그 마음을 이긴다.

엄마의 말에 반대되는 행동을 혹여나 한다면, 그 흔적이 남지 않게 정리하고 치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너무도 어리고 연약한 아이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꿈으로 생각해 버린다.

자신이 봐 버린 그 끔찍한 일들을, 그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의문의 행동들을(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던...) 무서운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전부인 엄마가 꿈이라고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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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소설 속 은호의 말처럼,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을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삶의 어느 순간에 우연하고도 갑작스러운 고통과 불행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행복했던 순간들로 인해 그 불행을 이겨낼 수 있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신유나는 행복은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신만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지자 극심한 분노를 언니에게 쏟아낸다.

네가 없었다면 내가 시골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네가 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버린 도둑X이라고 말이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신유나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로 여러 남자들을 홀렸고, 그들과의 행복을 꿈꾸었지만 그 끝은 결코 좋지 않은 듯 했다.

 

신유나가 꿈꾸는 '완전한 행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

신유나의 행동은 이기적이라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행복이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앤다지만, 그저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방해가 되는 것들을 처단하고 꺾어 버리는 행동일 뿐이지 않은가.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타인의 삶을 뒤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린다니... 극악무도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도대체 그녀에게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계획한 모습대로 삶이 진행되는 것?

만약 그 계획에 변수가 생긴다면 그 변수만 싹 제거하면 원래 생각하고 바랐던 행복이 그대로의 행복이 달성되는 것일까?

 

모두를 불행한 삶 한가운데 빠뜨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행하다.

자신이 만들어 둔 완전한 행복의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으므로.

 

자신은 운이 없다며, 더 이상 완전한 행복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선택한 그녀의 마지막 행동에도 화가 치민다.

남은 사람들은 아마도 살아있는 내내 그녀의 환영에 시달리게 될 테니 말이다.

자신만의 완전한 행복을 꿈꾼 그녀 때문에, 남은 이들은 아마도 남은 삶의 대부분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힘들게 보내게 될 듯 하다.

 

작가의 말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오랜만에 만나본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여전히 힘이 세고 무겁다.

흔히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타인의 인생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그들은, 귀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자기애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한 사람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불행에 빠져 버렸다.

그녀로 인해 내면이 파괴되어 버린 인물들을 보는 게 힘들고 안타까웠다.

남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다시 행복의 순간이 쌓이고 쌓여서 조금은 행복하게 웃으면서 잘 지내기를...

그들이 더는 불행하지 않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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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는 호리병 속에

 

가야마 가문에 대대로 전해오는 가보가 있다.

열쇠가 들어 있는 호리병(천지의 표),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상자(무아의 궤)이다.

1949년, 불화가인 '가야마 후사이'는

"상자를 열려면 열쇠를 호리병에서 꺼내야 한다.

그러나 절대 호리병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26쪽)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 뒤 밀실 상태의 작업실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기도 세쓰코로부터 이 호리병에 대해 들은 모에는 하마나카와 함께 열쇠가 들어있는 호리병을 보기 위해 가야마 가를 방문한다.

 

++

주둥이가 열쇠 크기보다 작은 호리병에 어떻게 열쇠를 넣었을까?

상자 안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까?

그리고 밀실 상태인 작업실에서 죽은 가야마 후사이는 정말 자살한 게 맞을까?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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