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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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떠난 러시아 여행에서 신유나를 본 차은호는 한 눈에 그녀에게 반해 버린다.

그녀가 이혼녀라는 걸 알게 되자 이혼남인 차은호는 더욱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러시아 하늘도 도왔는지 그녀와 가까워질 기회도 생긴다.

그리고 1년 정도의 연애 끝에 마침내 재혼한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협의되지 않는 벽이 있었다.

은호는 자신의 아들 노아와 신유나의 딸 지유와 모두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신유나는 다른 이유를 대며 그 시기를 미룬다.

그러던 어느날 은호와 함께 잠을 자던 노아가 밤사이 질식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신유나의 전남편이자 지유의 친부인 서준영도 실종된다.

 

은호는 자신이 노아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거기다 서준영이 실종된 날 유나가 지유를 데리고 가출을 했고, 서준영을 만난 것 같은 정황들이 있어 유나의 행적에도 의심이 싹튼다.

 

신유나, 은호가 모르는 신유나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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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동안 '지유'가 너무 신경쓰여서 힘들었다.

겨우 일곱 살인 지유가 지내온 환경이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가슴이 먹먹했다.

 

어린 지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압박하는 사람은 당연히 엄마 유나다.

얼마나 정신적으로 그 어린 아이를 지배하고 세뇌시켰는지, 아이는 엄마의 말에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가끔 마음 속에서 '앙큼한 생쥐'가 의문을 제기하고 행동을 촉구하지만, 대부분은 '착한 지유'가 그 마음을 이긴다.

엄마의 말에 반대되는 행동을 혹여나 한다면, 그 흔적이 남지 않게 정리하고 치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너무도 어리고 연약한 아이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꿈으로 생각해 버린다.

자신이 봐 버린 그 끔찍한 일들을, 그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의문의 행동들을(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던...) 무서운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전부인 엄마가 꿈이라고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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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소설 속 은호의 말처럼,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을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삶의 어느 순간에 우연하고도 갑작스러운 고통과 불행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행복했던 순간들로 인해 그 불행을 이겨낼 수 있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신유나는 행복은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신만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지자 극심한 분노를 언니에게 쏟아낸다.

네가 없었다면 내가 시골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네가 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버린 도둑X이라고 말이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신유나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로 여러 남자들을 홀렸고, 그들과의 행복을 꿈꾸었지만 그 끝은 결코 좋지 않은 듯 했다.

 

신유나가 꿈꾸는 '완전한 행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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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의 행동은 이기적이라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행복이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앤다지만, 그저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방해가 되는 것들을 처단하고 꺾어 버리는 행동일 뿐이지 않은가.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타인의 삶을 뒤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린다니... 극악무도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도대체 그녀에게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계획한 모습대로 삶이 진행되는 것?

만약 그 계획에 변수가 생긴다면 그 변수만 싹 제거하면 원래 생각하고 바랐던 행복이 그대로의 행복이 달성되는 것일까?

 

모두를 불행한 삶 한가운데 빠뜨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행하다.

자신이 만들어 둔 완전한 행복의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으므로.

 

자신은 운이 없다며, 더 이상 완전한 행복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선택한 그녀의 마지막 행동에도 화가 치민다.

남은 사람들은 아마도 살아있는 내내 그녀의 환영에 시달리게 될 테니 말이다.

자신만의 완전한 행복을 꿈꾼 그녀 때문에, 남은 이들은 아마도 남은 삶의 대부분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힘들게 보내게 될 듯 하다.

 

작가의 말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오랜만에 만나본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여전히 힘이 세고 무겁다.

흔히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타인의 인생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그들은, 귀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자기애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한 사람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불행에 빠져 버렸다.

그녀로 인해 내면이 파괴되어 버린 인물들을 보는 게 힘들고 안타까웠다.

남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다시 행복의 순간이 쌓이고 쌓여서 조금은 행복하게 웃으면서 잘 지내기를...

그들이 더는 불행하지 않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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