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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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한자와 나오키의 통쾌한 한방을 다룬 《한자와 나오키》의 완결편인 4권이 출간되었다.

늘 은행과 관련한 외부의 적, 그리고 내부의 적과 싸워 온 한자와지만, 이번에 상대해야 할 적은 진심으로 역대 최강이다. 이번 싸움은 단순 기업이나 은행의 상부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이 그 상대이기 때문이다.

도쿄중앙은행 영업2부 한자와 차장은 어느날 부장 나이토의 호출을 받는다. 심사부에서 담당하던 'TK항공 재건' 업무를 한자와가 맡으라는 것. 원래 이 업무를 담당하던 심사부의 소네자키는 싫어하는 한자와가 자신의 업무를 맡게 되자 화가 치밀지만 어쩔 수 없다.

한자와는 TK항공 가미야 이와오 사장과 야마히사 노보루 재무부장을 만나보지만, 그들은 확고하게 이 사태를 해결해 보겠다라는 의지는 없고 그저 은행에서 대출 승인을 해 줘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p. 26

문제는 TK항공에서 사업계획서가 단지 종잇장 정도의 무게밖에 없다는 겁니다. 어쩌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타내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신들이 계획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고, 한마디로 말해서 위기감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TK항공 측에서도 한자와가 제시한 수정재건안을 받아들였고, 관련 회의(유식자회의)에서 확정된 수정재건안을 바탕으로 재건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한편, 중의원 선거에서 진정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국토교통성 대신으로 임명된 '시라이 아키코'는 기존 유식자회의에서 확정된 위 TK항공 수정재건안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라고 선포하고 'TK항공 회생 태스크포스'를 발족한다.

그리고 TK항공 회생 태스크포스의 본부장 노하라 쇼타 변호사는 채권 은행들을 불러 70% 채권 탕감 요청을 한다.

은행이 제시한 재건안에 대한 검토나 담당자의 설명을 듣는 절차 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고, 이유나 법적 근거를 묻는 한자와에게 정부의 뜻, 즉 국토교통성의 뜻이라며 고압적 태도를 취한다.

한자와는 TK항공이 충분히 재건안대로 한다면 회생이 가능함에도 은행의 채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거절의 뜻을 밀고 나간다.

그러나 은행 상부의 몇몇 임원들은 이 채권 포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한자와는 그 이면에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직감한다.

- p. 52

기업의 운명을 정치의 도구로 삼는 자들이 어떻게 TK항공을 회생시키겠는가.

이번 상대는 대출을 실행한 상대 기업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이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정당은 기존 정권에서 승인된 수정재건안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한다.

그러나 단순히 기존 정권에 대한 부정뿐 아니라 이면에는 자신들의 이권이 더 얽혀 있었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더 나은 상황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은행과 재건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압박한다.

또 겉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지만 뒤로는 자신의 이권을 더 늘리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나쁜 놈들...

이 큰 상대에 대적하기에는 한자와는 일개 은행원일 뿐이었지만, 그 은행원으로서의, 뱅커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알기에 그 많은 압박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다.

은행원으로서의, 사람으로서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미심쩍은 부분은 끝까지 파헤친다.

- p. 228

원래 대의에 따르기보다 거역하는 편이 훨씬 어려운 법이지.

하지만 여신 소관부서의 일은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거야. 만약 임원회의에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결론을 올린다면, 그건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지. 위쪽에 잘 보이기 위해 결론을 왜곡할 수는 없어.

- p. 372

내가 이대로 물러설 것 같아? 상대가 대신이든 의원이든 상관없어.

이번에 완벽하게 결론을 짓겠어. 당하면 두 배로 갚아줘야지.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의 잘못에서 눈을 돌리려고 한다. 어쩌면 단순히 내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아니면 조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고, 조직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자와 나오키에게 열광한 건, 단지 그가 통쾌하게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옳은 방향을 향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나쁜 놈들의 부당한 행동에 대항한다는 점, 그 나쁜 놈들이 아무리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는 점, 그렇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맡은 업무를 해 나간다는 점, 한자와의 그러한 행동과 소신 덕분에 우리는 그에게 열광하고 그에게 빠져 들었다.

직장인의 비애를 느끼다가도 그를 통해 무한한 통쾌함과 기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자와 나오키 3, 4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2>가 4월 경 일본에서 방영된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4편을 마지막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의 통쾌한 한 방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그래도 그동안 그의 정당하고 통쾌한 여정 덕분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쉽지만 이젠 그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 p. 124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금은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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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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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한 편의 소설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요."

여기 우연히 읽게 된 소설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의 추천 혹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인생이 변한다. 소설이 그들에게 용기를, 위안을 주어 그들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힘을 북돋아 주었기 때문이다.

안나 리즈는 보리바주 호텔 128호실의 협탁 서랍에서 소설 원고를 발견한다. 그녀는 원고 속 주소지로 이 원고와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받은 실베스트르는 이 원고를 33년 전인 1983년 4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분실했고, 그 원고가 2016년 프랑스의 피니스테르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발견되어 자신에게 돌아왔다는 사실을 안나 리즈에게 말해준다. 또 소설의 156쪽까지만 자신이 쓴 것이고, 그 뒤의 내용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나 리즈는 캐나다에서 잃어버린 원고가 프랑스의 한적한 해변 도시에서 발견된 경위와 소설의 뒷부분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자신보다 앞서 원고를 읽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원고의 이야기를 완결 지은 사람은 '원고 주인'이 아니고 익명의 또 다른 누군가였어. 물론 그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128호실에 머물렀던 손님이겠지.

서로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의 재능이 만나서 일관성 있는 하나의 작품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p. 27)

안나 리즈는 자신보다 먼저 호텔 128호실에 묵은 누군가가 이 원고를 가져다 놓았을 거라고 추측하고 친구 마기를 통해 사람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역순으로 원고를 소지했던 사람들을 추적해 가면서 그들로부터 원고가 자신에게 준 긍정적인 변화들을 듣게 된다.

그들은 소설을 읽고 마치 기적처럼 변화할 용기를 냈고,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그 아름다운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소설은,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만 아름다운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소설의 완결을 지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 '128호실의 수수께기'를 풀기 위해 계속 추적을 이어나간 안나 리즈에게도, 그녀의 친구 마기에게도, 또 소설의 원래 주인인 실베스트르에게도 소설은 신비로운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소설을 완성한 이의 정체는 놀라웠다.

소설 내내 편지로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늘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소설의 미스터리와 진실에 접근해 가며 변화해 가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들을 응원하면서 내 마음도 위로받았다.

내게도 놀라운 변화와 의미를 준 소설이 있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재밌고 감동적인, 그리고 깊은 인상을 남긴 소설은 분명 있지만, 아직까진 내 삶을 바꾸고 놀라운 변화를 겪게 한 소설은 못 만나본 것 같다.

아직도 읽을 책이 많고도 많다는 이야기겠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수 있을 따뜻한 이야기였다.

한 편의 소설이 가져 온 따뜻한 용기와 위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28호실의 원고를 주목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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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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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님의 이야미스 소설이라니!! 최강최악의 악녀, 그러나 매력적일 것 같은 그녀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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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8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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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 카페 < #리딩투데이 >와 함께 읽는 도서,

현대문학,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08 - '대식가의 죽음'​​​

 

"당신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네요. 살인이 없잖아요." (p. 13)

 

맑은 날씨와 밝은 햇살이 넘실거리는 로흐두 마을의 여름, 한동안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말 그대로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편, 프리실라가 운영하는 토멜 성 호텔에는 결혼 정보 회사인 '체크메이트 독신자 클럽'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체크메이트 독신자 클럽' 대표 '마리아 워스'는 동업자인 '피타 고어'가 자신의 계획하고 준비한 독신자 모임에 나타나 엄청나게 먹어대고, 시끄럽게 먹어대고, 코로 냄새를 맡는 등 불쾌한 행동을 하며 파티의 산통을 깨는 바람에 불만이 많다.

마리아는 그런 피타가 헝가리로 휴가를 갔고, 토멜 성 호텔의 모임에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놓았지만, 아뿔사, 모임 첫날 피타 고어는 아리따운 조카 크리스털을 대동하고 갑작스레 호텔에 나타난다.

 

마리아는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의 특성에 맞게 미리 매칭을 해서 계획을 다 세워 놓았지만, 남자들을 크리스털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이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 대화를 나눈다.

너무 많이,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무례한 피타 때문에 사람들은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피타가 삼백만 파운드를 물려받는 부자가 된다는 소식을 전하자 남자들은 그녀에게 급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녀는 갑자기 메모만 달랑 남기고 사라졌다. 그녀의 옷가지들과 함께.

그녀의 성격상 이렇게 떠날리가 없다는 해미시의 불길한 예감대로, 피타는 마을의 채석장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입 속에 커다란 빨간 사과를 넣은 채로.

경찰과 병리학자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질식사한 사고로 판단하려 하지만, 해미시는 이것은 살인사건이라고 단정한다.  

 

모든 이들이 싫어하던 피타,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

 

이번 이야기의 범인은, 이전의 이야기에 비해서는 정말 사연이 없는(아, 물론 자기의 사연은 있지만... 과거로부터 시작된 어떤 사연은 없는),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충동적인 범행을 저지를 거라는 예상은 조금 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해미시는 프리실라와 자꾸 미묘하게 어긋난다. 근데 뭐랄까, 서로를 향해 질투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등 표현을 하는 단계에까지는 이른 듯 하다. 상대방 주변에 얼쩡거리는 이성들에 대한 불편한 질투와 적개심을 솔직하게 드러내서 "얘네들, 진전 좀 있겠는데?"라는 기대를 살포시 심어 주었다.

그리고 또 느꼈지만, 역시 해미시 옆에는 프리실라가 있는 게 좋다. 아름답고 지적인 프리실라는 은근 해미시의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앗, 근데 이번 사건 해결의 포상으로 젊은 경찰이 로흐두 마을에 왔다.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보이는 이 남자, 해미시와 프리실라에게 뭔가 방해가 될 것 같은데, 어떨런지 지켜봐야겠다.

 

이번 사건을 해결함으로서 경사로 승진한 해미시, 그리고 새롭게 해미시 밑에서 일하게 되는 부하와의 동거.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살인 사건이 이 평화로운 로흐두 마을을 덮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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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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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 곳의 모든 여성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하루에 100개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 매일 자정이 되면 숫자가 초기화되고, 다시 100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100개가 넘는 단어를 말했다면... 추가로 말한 단어 갯수에 따라 손목에 찬 카운터에서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그리고 그 숫자가 많다면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잡혀 가혹한 전기 고문을 당하게 된다.

 

주인공인 '진 매클렐런'은 사회언어학을 전공했고, 카운터를 차기 전까지는 실어증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과 아들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동안, 자신과 딸 소니아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 100개의 단어로만 하루를 살아야 하니,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말만 하고 살아간다.

"순수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진 역시 대학 시절 친구인 재키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가 항의를 해야 한다고 독려했지만, 그냥 아무 일이 없을 거라며 웃어 넘겼다.

 

- p. 40

한번 기다려봐. 우리가 변화를 위해 뭔가 하지 않는다면 몇 년 안에 세상은 달라질 거야.

 

러나 현재, 여성들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말할 권리를 잃어버렸고, 집안일만 해야 한다. 신 아래 남자, 그 아래 여자가 있기에, 자신들의 상위인 남자들의 말에 고분고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의 형인 바비 마이어스가 스키 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되고, 정부에서는 실어증 연구를 했었던 진에게 바비의 완치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만약 그자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면?(p. 100)

그들이 내 연구로 전세계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어?(p. 102)

 

진이 치료제 개발 연구를 거절하자 정부를 대리하여 찾아온 대통령의 오른팔 칼 목사는 진에게 기존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를 차게 하고, 진은 대통령에게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수락한다면 연구를 하겠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계속하게 된 진, 그녀는 대통령의 주치의인 남편의 서재에서 비밀스러운 문건을 보게 되고, 이 연구가 단순히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닌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음을 직감한다.

 

"지금 우리는 '순수'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잃어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 모든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p. 127)'을 여성들은 잃었다.

말, 여권, 돈. 범죄자조차 이 세가지 중에서 두 가지는 가질 수 있을 텐데, 여성들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다.

남자 아이들은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받는 편협된 교육으로 여자들이 받는 처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맹신한다.

진의 아들 스티븐 역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맹신하는 잘못된 이념대로 행동하고, 결국은 충격을 받기도 한다.

아, 그런데 이런 순수운동을 남성들만 옹호한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소설 속에는 이런 남성우월주의(라고 표현해도 되겠지?)를 적극 찬성하고 여성의 역할 축소에 손을 번쩍 드는 여자들도 나온다. 도저히 상상도 안 되고 믿기지도 않지만...

 

이런 세상,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다가도(마치 소설 속의 진이 재키에게 했던 말처럼),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다라고 생각하니, 이 소설이 그저 허무맹랑하고 낯설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발전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어떤 나라들 혹은 어떤 곳에서는 21세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동들을 자행하는 경우들이 여전히 많다.

인류의 수준이나 교양 등이 분명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졌을 테지만, 여전히 테러가 일어나고 백인우월주의나 과도한 국수주의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분명 발전되고 잘 살게 되었는데, 뭔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편협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찝찝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예전처럼 되찾기를 응원하고 응원했다.(이런 와중에 바람을 피는 것은 좀 이해가 안 갔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너무 늦지만은 않았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딱 잘라 단정하기 어려운,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소설이라서 참 다행이다, 라고 진심으로 깊이 안도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정말... 소설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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