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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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 곳의 모든 여성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하루에 100개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 매일 자정이 되면 숫자가 초기화되고, 다시 100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100개가 넘는 단어를 말했다면... 추가로 말한 단어 갯수에 따라 손목에 찬 카운터에서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그리고 그 숫자가 많다면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잡혀 가혹한 전기 고문을 당하게 된다.

 

주인공인 '진 매클렐런'은 사회언어학을 전공했고, 카운터를 차기 전까지는 실어증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과 아들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동안, 자신과 딸 소니아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 100개의 단어로만 하루를 살아야 하니,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말만 하고 살아간다.

"순수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진 역시 대학 시절 친구인 재키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가 항의를 해야 한다고 독려했지만, 그냥 아무 일이 없을 거라며 웃어 넘겼다.

 

- p. 40

한번 기다려봐. 우리가 변화를 위해 뭔가 하지 않는다면 몇 년 안에 세상은 달라질 거야.

 

러나 현재, 여성들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말할 권리를 잃어버렸고, 집안일만 해야 한다. 신 아래 남자, 그 아래 여자가 있기에, 자신들의 상위인 남자들의 말에 고분고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의 형인 바비 마이어스가 스키 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되고, 정부에서는 실어증 연구를 했었던 진에게 바비의 완치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만약 그자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다면?(p. 100)

그들이 내 연구로 전세계를 위협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어?(p. 102)

 

진이 치료제 개발 연구를 거절하자 정부를 대리하여 찾아온 대통령의 오른팔 칼 목사는 진에게 기존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를 차게 하고, 진은 대통령에게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수락한다면 연구를 하겠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계속하게 된 진, 그녀는 대통령의 주치의인 남편의 서재에서 비밀스러운 문건을 보게 되고, 이 연구가 단순히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닌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음을 직감한다.

 

"지금 우리는 '순수'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잃어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 모든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p. 127)'을 여성들은 잃었다.

말, 여권, 돈. 범죄자조차 이 세가지 중에서 두 가지는 가질 수 있을 텐데, 여성들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다.

남자 아이들은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받는 편협된 교육으로 여자들이 받는 처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맹신한다.

진의 아들 스티븐 역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맹신하는 잘못된 이념대로 행동하고, 결국은 충격을 받기도 한다.

아, 그런데 이런 순수운동을 남성들만 옹호한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소설 속에는 이런 남성우월주의(라고 표현해도 되겠지?)를 적극 찬성하고 여성의 역할 축소에 손을 번쩍 드는 여자들도 나온다. 도저히 상상도 안 되고 믿기지도 않지만...

 

이런 세상,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다가도(마치 소설 속의 진이 재키에게 했던 말처럼),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다라고 생각하니, 이 소설이 그저 허무맹랑하고 낯설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발전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어떤 나라들 혹은 어떤 곳에서는 21세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동들을 자행하는 경우들이 여전히 많다.

인류의 수준이나 교양 등이 분명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졌을 테지만, 여전히 테러가 일어나고 백인우월주의나 과도한 국수주의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분명 발전되고 잘 살게 되었는데, 뭔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편협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찝찝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예전처럼 되찾기를 응원하고 응원했다.(이런 와중에 바람을 피는 것은 좀 이해가 안 갔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너무 늦지만은 않았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딱 잘라 단정하기 어려운,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소설이라서 참 다행이다, 라고 진심으로 깊이 안도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정말... 소설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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