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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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전 작품들도 강렬해서, 이번 <작열>도 제목만큼이나 기대됩니다.
복수를 위해 살인자의 아내가 된 여자, 그녀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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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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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따뜻한 햇살이 쭈욱 내리쬐는 거실이다. 날이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햇살 비치는 거실의 온기는 너무 따스해서 마음의 평온을 준다.

그래서였을까.

<빛의 현관>의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주세요."

마법에 걸린 듯, 뇌가 마비되는 순간이 있다.

책에 실렸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의뢰를 받았을 때의 마음이 특별했다. _ p. 12

 

건축사인 '아오세 미노루'는 '요시노 도타'로부터 특별한 의뢰를 받는다. 요시노는 아오세가 지은 다른 집을 보고 왔다면서,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아오세는 건축사로서 열정적으로 일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거품경기를 겪으며 일과 가정 모두에서 실패했다.

현재 일하는 설계사무소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집은 짓지만 예전의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런 아오세는 요시노의 의뢰로 가슴 속에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설계에 열중했고, 마침내 'Y주택'이 만들어졌다.

 

Y주택이 '헤이세이 주택 200선'이라는 책에 실리고, 많은 사람들이 Y주택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어느날 아오세는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라는 메일을 받게 된다. 아오세가 찾아간 Y주택은 정말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 없이 텅 비어 있었다. 2층 창가에 놓인 특별한 의자를 제외하고는...

화목하고 다정해 보였던 요시다 가족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함께 동행한 설계사무소 소장 오카지마는 그 의자가 유명 건축가 '타우트'가 만든 의자 같다고 말하고,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단서로 요시다 가족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건축사지만 오랜 기간 타우트에 대해 무지했던 아오세는, 타우트의 의자를 시작으로 타우트에 대해 알아가고 그와 함께 요시다와의 연결점도 찾게 된다.

한편, 오카지마는 파리에서 사망한 화가 후지미야 하루코의 기념관 건립 공모전 지명업체에 선정되어, 아오세가 Y주택을 지은 것처럼 자신도 일생일대의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열정과 희망을 품는다.

 

-

Y주택이 지어졌을 때 기뻐하고 행복해했던 요시다 가족의 실종이 미스터리한 요소로 다가오지만, 전체적 내용은 상실과 실패를 겪은 아오세가 Y주택과 요시다 등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며 그 변화의 끝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미스터리, 추리 등의 요소를 좋아하는 편이라 솔직하게 아오세의 행방을 찾으며 함께 추적해가는 타우트의 생애, 기념관 건립 관련 내용 등 여러 내용들이 왔다갔다 나와서 금방금방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정착하지 못했던 아오세의 어린 시절, 여전히 애틋한 전부인에 대한 마음, 그래서 더 특별했던 Y주택으로 귀결되는 집에 대한 마음과 감정은 뭔가 이해가 되면서 느슨해지는 내 마음을 다잡았다.

 

 

'산다'는 건 뭘까. 아니, '집'이란 뭘까.

오늘은 비가 와서 우중충하지만, 어쩌면 햇살이 있든 없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 곳이 '우리집'이고 내가 머물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오세는 어쩌면 자신이 있을 곳을, 자신이 원하는 곳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많은 후회의 날들을 보냈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부드럽고 고요한 노스라이트 속에서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

-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떠돌던 건설 현장의 숙소에는 희한하게도 북쪽 벽에 큰 창이 나 있었다. 새어 들어오는 것도,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아닌, 왠지 조심스레 실내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북쪽의 빛.

동쪽 빛의 총명함이나 남쪽 빛의 발랄함과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은 듯 고요한 노스라이트(north light). p. 33

 

-

언젠가 만들고 싶었습니다.

빛을 환대하고, 빛에게 환대 받는 집을. _ p. 89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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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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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나와 후미의 관계를 표현할 적당한 말, 세상이 납득할 말은 없다.

거꾸로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산더미처럼 많다.

우리가 이상한 걸까.

그 판단은, 부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미 거기 없으니. _ p. 356

 

무엇보다 자유롭고 사랑이 충만했던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살던 사라사, 아홉 살이 된 사라사는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가족과 살게 된다.

자유롭게 살던 사라사는 이모의 가족과 집이 답답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조금씩 자신을 숨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라사는 친구들과 놀던 공원 벤치에서 늘 아이들을 바라보던 남자 '후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간다. 이모의 집에는 너무도 가기 싫었기에.

외롭고 억압되어 있던 사라사는 후미의 집에서 예전과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후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즐겁다.

그러나 두 달의 시간이 흘러 사라사는 실종처리되어 TV에까지 사진이 공개되고, 판다를 보러 갔던 공원에서 사람들의 신고로 후미와 사라사는 붙잡힌다.

세상은 사라사를 불쌍한 피해자, 후미를 파렴치한 아동성애자로 낙인찍고 그들은 서로의 손을 놓고 만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후, 자신의 감정과 슬픔을 마음 속에 억제하고 평범한 듯 살아가던 사라사는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그리웠던 '후미'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후미의 앞에 떳떳하게 나타날 수는 없어 카페를 방문하며 그를 조금씩 바라본다.

 

-

사라사는 평이한 듯 무난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늘 노출되어 있다. 세상은 여전히 그녀를 파렴치한에게 감금된 '불쌍한 피해자'로만 인식하고,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그녀가 그건 진실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아무도 들어주거나 믿어주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더 안타깝고 불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사라사와 후미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쩌면 나조차도 이런 일을 뉴스로 접했다면 '사실은 이게 진실'이라고 외치는 후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5년이나 흘렀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라사와 후미를 세상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들의 행적과 현재의 모습을 추적하고 인터넷에 올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계속되고 반복된다.

분명 주변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았다. 진심으로 사라사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 역시 사라사를 걱정하고 동정할 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려 하지는 않았다.

세상의 평범에서 동떨어진 그들의 마음과 상처를, 그들만이 보듬고 치유할 수 있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세상 사람들에겐 허공 속의 메아리뿐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은 후 많이 울었다.

내가 왜 소설을 좋아하는지도 다시 한번 느꼈다.

나 역시도 이런 일을 현실에서 봤다면 그들의 관계를 의심하고 부정하고 동정했겠지만, 소설이 있기에 그들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과 다양한 관계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우리가 마음대로 세상의 잣대로 그들을 재단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언제까지고 도망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함께라서 다행이다. 함께 미소지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사라사와 후미가 언제까지나 행복하기를...

 

- 있지, 후미. 다음엔 어디로 갈래?

- 어디든 좋아.

어디로 흘러가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_ p. 366

 

 


 

 


(p. 21)

아빠와 엄마와 나, 물방울 가득 맺힌 푸른 에메랄드 쿨러와 사이다에 빛이 비치고 모든 게 꿈처럼 아름답다.

아빠와 엄마가 위험한 사람이라 해도 나는 두 사람이 너무 좋았고, 위험한 일에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그때가 나의 봄날이었다.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나는 믿었다.

 

(p. 236)

어떤 아픔이라도 언젠가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내 손에도, 모두의 손에도 하나의 가방이 있다. 아무도 대신 들어줄 수 없다.

평생 자기가 안고 가야 할 가방 안에 후미의 그것이 들어 있다. 내용물은 다 다르지만 버릴 수는 없다.

 

(p. 316)

나는, 당신들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어설픈 이해와 상냥함으로 나를 칭칭 옭아매는, 당신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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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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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찌들어 사는 전직 형사, 이호진.

그는 한때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황소바위로 불리며 형사일에 불철주야 매진했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말았다.

그날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면 지금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 예나가 함께 있었을 테지만, 뒤늦은 후회는 소용없다.

 

그렇게 형사를 그만두고 술에 찌들어 피폐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상사였던 백과장이 찾아와 자신의 딸 은애를 찾아주기를 부탁한다.

대학생인 은애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 갑자기 사라졌고, 그렇게 사라진 은애가 불법 성인사이트 동영상에 나왔다며 비공식적으로 은애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단서를 찾던 호진은 영상이 촬영된 모텔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고 잠복까지 하며 은애를 찾으려 했지만, 그런 그에게 은애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나타난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로 말이다.

호진은 자신의 실수로 은애를 찾는 것이 늦어져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 자책하며, 반드시 은애를 죽인 범인을 찾겠다고 다짐한다.

 

호진은 그렇게 범인과 은애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간다.

 

-

소설 내용 중 호진의 표현대로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 하나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예상못하고 놀랄 일들이 벌어진다. 사건 자체의 흐름이 예상 밖이라거나 너무 놀랍다기보다는, 성인 사이트에 대한 단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런 일들이 있을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n번방 사건으로 더이상 놀라울 일이 있겠나 싶은 사회 분위기지만 그래도 다시 놀랍고 기가 찼다.

예를 들어 은애가 죽은 뒤 어느 성인 사이트에 은애의 동영상이 게시되는데, 그 성인 사이트 운영자를 잡고 보니 초등학생으로 밝혀졌다.

 

정말 호진의 말대로 이 사회가 지옥인 걸까?

양심의 가책없이 온갖 일들을 자행하고, 그저 돈이나 유흥, 쾌락으로 언젠가는 후회할 만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이들이 만연해 있다.

그리고 이런 동영상... 무한한 디지털 세계에서 영상으로 남겨진 것들은 무한하게 반복되고 재생되고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죽어서도 그 세계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것이다.

 

참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어쩌면 이런 내용 역시 책보다 현실이 더 무섭고 잔인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이어서 더 무서웠고, 빠져들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의 후회는 지금 매 순간마다 느끼는 후회에 비하면 후회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깨어 있는 순간이면 늘 후회하고 있으니까.

-

정호 형 같이 선한 사람도, 사랑하는 예나도 모두 형사와 관련된 이유로 죽었다. 자신이 형사였기 떄문에, 또는 형사의 딸이었기 때문에.

형사라는 건 그런 직업인지, 늘 곁을 떠도는 죽음의 손길을 달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런 직업인지.

이제 곧 나도 죽을 것이다. 한때 형사였기 때문에.

죄 많은 형사였기 때문에... _ p. 138

 

현실의 은애는 7월 27일에 죽었다.

하지만 영상 속의 은애는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남자들의 환상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모양이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좁은 모니터 창 속에 갇힌 채 얼굴도 모르는 무수한 남자들에게 희고 부드러운 속살을 보여줄 운명이었던 것이다.

죽어서도 해방되지 못하는 은애의 처지에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_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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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은 일요일
슈노 마사유키 지음, 박춘상 옮김 / 스핑크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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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은 일요일

슈노 마사유키 지음 / 박춘상 옮김 / 스핑크스

 

무더운 여름날, 명탐정 '이스루기 기사쿠'는 한가지 의뢰를 받는다.

14년 전 가마쿠라에 있는 기묘한 관 '범패장'의 주인인 즈이몬 류시로는 '화요회'를 주최했다. 즈이몬 류시로는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의 연구가로 당시 화요회에는 교토대학 조교수와 학생, 배우, 문예평론가, 변호사 등과 즈이몬 류시로의 장남과 차남, 비서가 참여했다.

그리고 그 밤,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침 변호사와 함께 범패장에 왔던 명탐정 미즈키 마사오미의 활약으로 범인은 바로 체포되고, 살인사건은 종결되었다.

그런데 이미 해결된 이 사건을 다시 재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다.

 

명탐정 미즈키 마사오미의 여러 활약은 그의 조수인 아유이 이쿠스케가 소설로 집필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스루기 역시 미즈키 마사오미의 광팬이었다.

범패장 사건 역시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재가 중단된지 7년이 지난 상태였다.

이스루기는 사건을 조사하다가 자신의 우상인 미즈키 마사오미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기대감으로 의뢰를 승낙하고, 미출간된 원고를 읽고 사건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며 재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재조사가 이어지면서 어쩌면 미즈키 마사오미가 범패장 사건에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현대의 명탐정 이스루기는 과거의 명탐정 미즈키의 추리를 뒤집을 수 있을까?

 

소설의 시작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남자와 그를 돌보는 여자 유키의 모습이 등장한다.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범패장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들이 계속 나와 그들 중 한 명이겠거니라는 추측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남자는 집을 찾아온 낯선 남자를 죽이고 경찰에게 말한다. "내가 이스루기를 죽였습니다."라고.

 

아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건의 수수께끼는 풀 수 없어.

명탐정이 살해당했는데 대체 누가 수수께끼를 풀겠나?

_ p. 65

 

아니, 주인공인 명탐정 '이스루기 기사쿠'가 이렇게 죽는다고?

작가의 이스루기 시리즈는 이 소설이 마지막인가?

무척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밝혀둔다. 하하하.

 

이 소설 역시 작가의 기존 작품인 '가위남'과 마찬가지로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사실 범패장 사건의 진실, 추리과정은 크게 재미있다거나 와 닿지는 않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운율이니 뭐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반전에 두 번 놀랐는데, 반전이니만큼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생각지도 못하던 것이여서 역시나 나의 둔한 눈썰미에 감탄했다. 하하하.

 

책에는 <거울 속은 일요일> 외에 <밀/실>이라는 소설도 수록되어 있는데, 마지막 반전을 알고 난 후라서인지 뒤의 소설을 읽을 때는 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미즈키의 활약을 기록한 아유이 이쿠스케는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켰다'라고 자평했지만, 우리는 속을 수 밖엔 없었다고... 명탐정인 이스루기조차 속지 않았느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밖엔 없다. 하하하.

 

작가인 슈노 마사유키님이 2013년 49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셨다니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는 없겠지만, 미출간된 작품들이 한국에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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