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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아세요? - 당신에게 어울리는 재즈를 찾아주는 윤희정의 친절한 재즈 이야기
윤희정 지음 / 나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 내가 아는 재즈라면,우리나라에서 뮤지컬 배우를 하다 어느 날 홀연히 프랑스로 탈출하듯 떠나 재즈의 매력에 취해버린 매혹적인 보이스의 나윤선씨에 대한 느낌을 간직한 게 전부였다.
음악을 학습하듯 만나야 했던 나의 학창시절엔 라디오를 들으며 흘러간 올드팝을 듣거나,그도 아님 시를 읊조리듯 노래하던 그 시절의 향수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던 김광석,김현식 등의 음유시인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듣거나,혹은 하드락을 거침없이 부르고 연주하던 외국 뮤지션들을 라이브로 만나는 카페에의 일탈이 전부이며 가득한 추억이 되었다.그래서일까 생각해보면,문화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모든 것들이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지금에 듣는 음악이 현실적으로는 뭔가 완벽한 것 같지만,그리운 친구를 만나듯 다가오고 빠져들었던 첫사랑 같은 그때의 음악이,노래가 더 진짜 나를 위한 음악처럼 여겨진다.
재즈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scat'(스캣)이다.
재즈를 좋아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한 나윤선씨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프로그램이기도 한 '윤도현의 러브레터'무대에서 공연할 당시 사랑스러운 스캣을 보여주며 그 단어가 가진 의미를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으로 전달해주었다.
나즈막한 흥얼거림 같은 창법으로 음악을 보컬만의 느낌으로 살려낸듯한 그것은 이제 와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무의미한 음절로 가사를 대신하여 흥얼거리듯 부르는 창법'이란다.그리고 그 발음마저 사랑스러운 스캣을 가장 먼저 우리에게 보여준 가수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영화 '굿모닝 베트남'의 주제곡을 부른 루이 암스트롱이라고 한다.
재즈라는 이름부터 왠지 새롭고 이국적이며,장르를 넘어선 자유로움이 보헤미안적 감성과,그것을 부르는 가수 각자의 해석으로 재탄생된다 하니,더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향기롭게 자극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매력적인 재즈를 열정적으로 올곧게 사랑하며 평생을 재즈와 함께 걸어온,미소가 아름다운 재즈 보컬이며 무수한 재즈 싱어들을 위한 멘토가 되어준 윤희정씨가 그녀만의 목소리로 대중에게 말을 걸어온 처음 책이 내게도 어느 여름날 선물처럼 다가와 주었다.바로 '이 노래,아세요?'라는 그 책이 지금 내 곁에서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재즈를 사랑하지 않고는,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곡들이 한 권의 책 속에 사전처럼 담겨진 작지만은 않은 이 책을 처음 맞닥뜨릴 때의 솔직한 내 감정은,두려움과 막막함이 먼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기도 하는 법이란 걸 여실히 알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며,인기 연예인들의 재즈 보컬을 지도해주던,내가 사는 이 세상 밖 낯선 무대의 주인공이기만 하던 그녀가 아니라,대중에게 재즈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디저트나 맛있는 커피처럼 친근하고 부담없는 음악이라며 찬찬히 말 걸어주고 있는 우리와 닮은 친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방대한 책을 노래와 해설이 아닌,속 깊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재즈곡들을 하나 둘 만나며 가장 행복했던 것은,세상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감정,사람,자연,사랑 등)들은 소중하며,그 존재들을 서로 사랑하며 이별하고 또 재회하는 '삶'이라는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 이름을 다 헤아리기에는 너무도 가득한 뮤지션들이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 많은 곡들을 따뜻하면서도 무게감있는 목소리와 영혼을 담아 노래부르던 냇킹 콜 아저씨와,사랑스러운 목소리와 여유로운 몸짓과 미소를 동시에 간직한 뮤즈 '엘라 핏츠제랄드'일 것이다.아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영원한 우리들의 신사 '스팅'의 목소리로 듣는 'Angel eyes',그 곡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재즈 보컬로 무대에 서게 한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난 단연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영혼을 담아 부르며, 재즈를 부르는 그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사랑만이 재즈의 주제가 되지는 않는다. 슬픈 곡도 기쁘게 부르면 유쾌한 곡이 되지만,기쁜 곡도 슬픔을 담아 부르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들리게 하는 것이 재즈라는 특별하지만 평범한 음악이 이룬 가장 큰 혁명이 아닐까 싶다.
원곡의 느낌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대를 창조해내는 재즈는 어쩌면 '인생'이라는 무대처럼 경이롭고 또 예측할 수 없는 장르 이상의 장르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반복하여 듣게 되는 음악처럼 읽고 글로 듣게 되는,내 생애 처음 만난 재즈 스토리에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야겠다.단잠처럼 달콤할 수도,에스프레소처럼 쓰디 쓴 슬픔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