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빵과 에그 타르트는 계란이 주재료라는 점을 빼면 같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양도, 색깔도, 가격도, 마지막으로 중요한 ‘맛’까지 완벽하게 달랐다. 왕자와 거지처럼 출신을 속이고 꿈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녀는 결혼을 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두상은 하트 모양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모자나 팔찌 따위의 액세서리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했다. 스키니진을 입기로 했다. 오래된 청바지가 하루 만에 몰라보게 변신했다. 작은 기적이었다. 지갑은  더 이상 스키니진이 아니었다. 지갑이 날씬해질수록 그녀도 어두워졌다. 어느 날 이후로 누구누구와 말을 섞거나, 눈빛을 나누는 등의 불편한 작업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카페인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카페인 덕분에 그래도 생기가 넘쳤다. 그녀에게 친구가 생겼다. 혼잣말을 풍선껌처럼 불어대는 그녀에게.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를 영화 대사로 혼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러 듣지 않으면 좀처럼 눈치 챌 수 없는, 혼자서는 제 기능을 못하는 조사와 어미까지도 송두리째 들어주고 있었다. 환상 속에서 만나고 있었다. 하이힐을 신고 싶었다. 하이힐은 키 큰 여자에게는 선택이었지만, 플랫슈즈는 키 작은 그녀에게도 로망이었다. 그래서 하이힐을 신기로 했다. 근처의 구둣가게로 뛰어갔다. 춤을 추다가 쓰러져버리는 붉은색 구두였다. 쓰러져버려도 그만이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우산이 없었다. 친구가 연두색 우산을 갑자기 펼쳤다. 빗소리가 들렸다.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안경은 쓰기 싫으면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소한 소품에 불과했다. 1.5배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는 전신거울과는 같으면서도 달랐다. 그녀는 박제된 공주처럼 생글거렸다. 거울 앞에 서면 적어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운명처럼 정해진 한계는 극복할 필요를 못 느꼈다. 실망할 그 무언가보다 편했다. 친구는 매니큐어만 보면 눈빛이 반짝거렸다. 소녀처럼 들떠 보였다. 그녀는 아이 메이크업에 몰두했다. 눈 화장이 진해질수록 그녀는 외로워졌다. 두 여자는 호랑이와 쥐처럼, 아니 기린과 도마뱀처럼 달랐다. 수첩을 꺼내드는 일이 줄었다. 얌전한 메모지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핸드폰이란 녀석에겐 간단하면서도 맘껏 복잡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자’라는 신통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슬프고 매혹적인 옷을 탐냈다. 그러나 그녀가 입는 옷은 늘 경쾌하고 발랄했다. 미니스커트는 좋았지만 레깅스는 싫었다. 그리움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녀를 인정해준 유일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클럽 가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 가자.” 수영복은 답답했지만 클럽은 파자마처럼 느슨했다. 조명은 단조로웠지만 음악은 집요했다. 열쇠도 필요 없었다. 최고의 독방이었다. 과거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남방보다도, 끈이 풀린 운동화보다도 비극적이지 않았다. 어제에서 시작된 의식은 오늘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웃었다. 사뭇 진지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3시 2011-01-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가 쓴거??
산문을 써야함.
방송작가-그런거 집어치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