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는, 살면서 별로 들른 기억이 없다.두어번쯤 그러나 내게도 그 공간에 나를 의지할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통증이거나 사고였던 것 같다.간호사를 살수도 있었던 나의 엄마를 추억해보면 신뢰할수 있는 링거액과 링거가 먼저 떠오른다.할머니에게 종종 그것을 놓아드린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병원을 싫어하고 그곳에 놓인 환자들의 무기력을 두려워한다.세상 밖의 사람들처럼 표정이 한가지 같지만 누구보다 세상적인 그들이기 때문이다.그녀의 소설은 유머러스하지만 적잖이 시니컬하고 수월하게 세상을 견디는 듯 못견디는 사람을 그리고 있었다.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적절하게 순응적이어야 지내는 그들 역시 환자가 될수도 있는 또다른 그들이었다.짧은 만남일수록 행복하다 말할수 있을 병원에서의 만남 그 만남조차 일상적이지만 비일상인 사람들.소설을 빌려 조금은 웃을 수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담담해지기 쉬울 수도 있었다.어릴 땐 아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지금보다 명확했던 것도 같고 어쩌면 몰랐던 것도 같다.언젠가 아플 나와 여전히 아픈 나 아팠을지도 모르는 나를 생각한다.그러나 병원은 희극적인 공간일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내가 너를 이해한다는 것이
네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이
내가 너의 친구가 되길 바라는 것이
네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
내 생활 속에서 너를 기억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진대
오늘도 이 순간도
나란 사람
마냥
질척거리며
흔연덕스럽게
굴지 못한다
내가 밉다
네가 밉다
어쩌면 번지 점프대 위에 서 있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 강한 심장,용기가 필요하다. <오이시맨>中에서
진심주는 진심을 담은 술이다.진심주를 마시면 진심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영화 속 그녀의 말)
영화는 내내 불편한 소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시나리오도,그림처럼 드리워진 영상도 아니었지만 엔딩크레딧이 흐르는 그 순간,나와 나의 어린 녀석은 같은 느낌을 주고받았다. 박해일이란 배우의 뜨거운 심장이 우릴 뛰게 하고 말았다.고맙다.서로의 곁을 내주지 않고 절규하던 월드스타 김윤진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난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야... 눈빛이 심장을 간직한 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