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뉴워크 프로젝트#1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
2016. 6. 20 - 6. 30
서울시 마포구 망원1동 399-44
일러스트레이터, 미술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5명의 작가가 준비한 이번 전시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은 이들의 활동명인 '노뉴워크(NO NEW WORK)'의 공식적인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시각이미지를 만드는 페미니스트 모임'을 활동 기제로 정하기에 앞서 이 프로젝트가 생기게 된 계기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둘러싼 각자의 시선을 솔직하게 교환하면서 시작되었다.
작은 전시관이다. 여성의 역할이나 비하가 담긴 속담을 뒤집어 동화로 만든 작품과 포르노 이미지를 따와 여성의 시각을 넣은 작품, '김영오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기록들을 재배치한 작품 등 작은 전시관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2015년 3월부터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과 성폭력, 강간, 살인, 추행, 사기 협박 등의 기사를 모아 엽서 크기의 그림으로 기록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기사는 모든 사족을 떼고 단 한 줄의 진실만 담고 있었고 그림은 아늑했다. 폭력을 걷어내고 쉴 수 있도록. 아마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괴롭지 않았을까 싶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사건은 매일 터지고 매일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와 방향을 비트는 문장으로 관점을 흐리고 진실은 은폐된 채 무게 없이 부풀어오르기만 했으니까. 시작과는 다르게 애도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작가의 말이 이해갈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 <서프러제트>를 보다 옆자리 남성에게 맞은 여성 기사가 떴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선생님, 피해자에게 여자선생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남자가 나이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글쎄) 피해자와, 그 공간에 있었던 관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영화는 1912년 영국을 다루고 있다. 그 시간대와 그 공간을 다룬 영화를 2016년 한국에서 보고 있다. 백 년이 넘은 시간이 지났다. 그 순간,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 뿌리 깊은 것, 곡괭이를 들고 아무리 파도 파지지 않는 것, 그런 지독한 것이 있는 것 같아 박탈감이 느껴진다. 언제쯤 여성폭력을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행위에서 벗어나 사회적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될까.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멀지 않게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