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턴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매년 하는 것 같다. 새해가 오면 1월은 일단 대충 계획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보내고 2월은 너무 추워서 흐지부지 되고 3월은 정말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또 다시 뜬구름 같은 다짐을 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지...그 열심이란 건 도대체 뭔지. 그것도 뭔지 모르면서 어쨌거나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또 다시... 그래서 2월 말이 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나. 3월엔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 열심히 살기 싫은데 3월이 오고 있어서... 차라리 다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내게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면 굳이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 안 해도 되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 또 다시 침울해지고...

 

 

 

 

 

 

 

 

 요새 읽고 읽는  책들이다. 사실 2월 안으로 <아름다움의 구원>과 <혁명하는 여자들>은 다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놀고 먹느라 다 읽지를 못했다. 3월 안에는 다 읽을테얏. <브루노 슐츠  작품집>은 아마 그러지 못하겠지만. <문학3>에 실린 김현의 시가 참 좋다. 제목은 <형들의 사랑>과 <두려움 없는 사랑>이다. 김현이 <세대-픽션론>에 쓴 글도 생각나고. <글로리홀>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음에 나올 시집이 겁나게 기대된다!

 근래 2주 동안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의를 들었다. 식민지 시기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 작가와 여성을 다룬 텍스트들을 아우르며 진행되었는데 이게 저녁 7시부터 9시 반-10시까지 하는 강의라서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건 간에 진이 빠지고 진이 빠지면서도 뭔가 몸 속에 가득 넣은 채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좋았다.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어, 보다 더 아래에 깔려 있는 마음으로. 또 좋은 강의가 있다면 후딱후딱 찾아서 입...입금을 해야지...

 

 

 

 

 

 

읽고 있는 책들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 윤해서의 소설집이라니.

 당장 주문하고 내일부터 하나 하나 찬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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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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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_리베카 솔닛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라고 권할 것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들을 보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흐름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_버지니아 울프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집니다. _롤랑 바르트

 

 

 며칠 전,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매대 물건이 바뀌었다. 여름 내 팔던 천도복숭아 대신 양파가 분홍 바구니에 담겨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은 절룩거리며 매대에서 양파 바구니 위치를 계속 옮겼다. 얼핏 보기에 개수도 크기도 비슷한 그것들을 하나 빼서 앞에 두었다가 뒷줄 것과 바꾸었다가 다시 앞줄에 놓았다가 마냥 그러는 것이다.

(…)

 그 망설임들로 꽉찬 시간들.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거기서 막 빠져나온 나에게 그의 동작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무의미의 반복에서 의미를 길어 내기. 무모의 시간을 버티며 일상의 근력 기르기.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111쪽)

 

 

 

 스스로를 작가가 아닌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은유의 글 쓰기에 관한 책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장을 옮겨 적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많은 문장들이 모여 있다. 그 문장에서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카페에 앉아 오랫동안 글을 쓰고 다시 지워버린 날과 글쓰기 수업에서 학인이 자신의 글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은 날. 글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글로 이어지는 사람의 이야기. 경주에 놀러 가서는 터미널 앞 한옥 스타벅스에 매일 한 두 시간 씩 있었고 그때마다 읽었다.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어떤 결연한 마음 같은 게 느껴져서 나를 다시 돌아보기도 했다. 나는 책상에 앉아 무엇을 하고 있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라락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작가들의 글 쓰기에 관한, 어쩌면 생 전반에 파문을 일으킬 문장들과 그 문장에서부터 길어올린 글. 글 쓰기 방법론을 표방하는 책보다 더 많은 도움(?) 혹은 힘(?)이 되는 책이 아닐까.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_폴 발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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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글을 씁니다. 그런데 글로 써도 내가 쓴 내용을 종종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
 

순천의 일출은 아름다웠지. 거북알 같은 해. 올해의 목표 또한 작년과 같다. 멋있어지기.

새해에 읽은 책이 <피어라 돼지>라니. 그리고 이제 <사람 장소 환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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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작년보다 책을 많이 읽긴 했는데 완전 문학 편향. 문학을 애정함.

작년에 읽은 소설 중에는 <스토너>와 <방랑기>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라는 페이퍼를 쓴 것 같은데 찾아도 나오질 않네. 썼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나보다. 나는 왜 이러나. 그래서 올해 읽은 것 중에 뭐가 뭐가 좋았나 생각했다. 아직 올해가 이틀 남긴 했지만 지금 읽고 있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제일 좋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좋은 소설이 많은 해였다. 그럼에도 <빨강의 자서전>. 첫 페이지부터 압도적이었다. 시의 모습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아름다워서,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와 공간이 몸 어딘가에 퍼지는 기분이었다. 좋은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에게 앤 카슨의 책을 이야기하는데 다들 좋았다고 했으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았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좋으니까. 물론 <남편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아무래도 나는 <빨강의 자서전>.

 

 그들은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세탁, 게리온의 형이 마약을 하는 것,

 욕실전등.

 어머니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바라보더니 도로 넣었다. 게리온은

 식탁 위 자신의 팔에 머리를 얹었다.

 그는 몹시 졸렸다. 이윽고 두 사람은 일어나서 각자의 길로 갔다. 과일 그릇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래 빈 채로.

 (108쪽)

 

 

 

 

이준규의 <7>도 좋아서 열심히 읽었지만...하...이준규... 할 말이 없다.

 

백은선의 시집 1, 3부가 좋았다. 특히 <가능세계>

 

 

 이게 끝이면 좋겠다 끝장났으면 좋겠다

 

 젖은 솜처럼

 

 해수어와 담수어의 사이만큼

 

 이미 실패했지만 다시 실패하고 싶다

 

 천체의 운행 손을 잡아도 기분이 없는 밤 밥을 떠올리는 빈 나무 의자 의자가 되기 전 나무가 가졌을 그림 바지 자비 자비라는 오타 이야기 할 입과 듣지 않을 귀 남겨진 손 다시 남겨진 천체의 어마어마 그냥 다 끝장났으면 그랬으면

<가능세계> 中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도 넘나 좋았구요. 사실 좋은 책들이 많았지. 올해는 유난히 책이 좋았나. 아니면 내가 책을 읽기 좋은 상태였나.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올해의 문장을 뽑으라면 나는 단연코 <안녕, 주정뱅이>의 첫 번째 소설, 첫 문장을 뽑으련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이 문장은 읽은 후로 자주 생각했다.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이 문장을 생각했다. 이 문장을 말하기가 어렵지 않은 시기.

 올해의 영화를 뽑으라면 그냥 감독을 뽑아버리겠어. 페드로 코스타였다. 영상자료원에서 특별전을 했고 감독 초대도 하고 나는 하릴없이 걸어가 영화를 보고 돌아왔다. 도대체 영상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거야. <용암의 집>은 어떻게 구하긴 했다만 제일 좋았던 것은 <호스 머니>. 다시 보고 싶....

 

 

 <죽음의 자서전>은 친구에게 주고 오느라 내가 옮길 수가 없네, 당장.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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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름 2016-12-29 20:54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님!
 

 12월은 마지막 달이지. 그래서인지 올해 마저 다 읽지 못한 책들을 다시 꺼내기도 하는 달.

 

 

 

 

 

 언제 처음 펼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계속 꽂혀 있기만 해서 이 좋은 책들 왜 내가 안 읽고 있었나 싶고 약간 자괴감도 들...지는 않았고. 요 며칠 이 책들을 마저 읽었다. 황현산 슨생님 책 좋은 건 당연하고 성동혁 시도 참 좋았는데 그러니까 가끔 이런 문장들이 꽂혀 있는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내가 네게 명명한 폭력

<6> 中

 

 혹은

 

 눈이 녹고 손목이 가늘어진다 혼자 어른이 되는 게 죄를 짓는 일 같다 유리 가득, 울지 않는 아이들의 발꿈치

<퇴원>中

 

 다시 읽은 뒷 부분 중에선 이 두 시가 좋아서 여러 번 읽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봄.

어떤 시가 좋다고 분명히 느끼는데 이 시가 무엇때문에 좋은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음. 이건 쓰는 순간과 그렇게 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특히 시라는 장르에서 이걸 많이 느끼게 되는 듯. 편한 생각인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여행 중 팡테옹에 간 이후 나는 <목로주점>을 이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 다락방님 페이퍼를 여행 중에 보기도 했다. 이것 그래서 오자마자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읽었지.

 아 제르베즈의 삶은 모두의 삶인 것만 같아서 나는 얼마나 가슴 쥐어 뜯겼던가. 바로 <나나>를 읽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에밀 졸라 책 연달아 읽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아. 한 해에 한 권 씩만 읽어야지. 그런데 내년은 이 주밖에 남지 않았지? <나나>를 주문해야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보다 먼저 꺼내 읽었다. 짧은 텍스트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펼쳤다가 괴로움. 좋은 문장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덮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일단 이 책은 아름답다!! 내년엔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를 읽어야지! 천천히 씹어 먹어야지!!

 

 12월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 내 옆엔 <미국의 송어낚시>가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순천에 갔다 오겠지. 사고 싶은 책은 언제나 많고 사두고 읽지 못한 책 또한 언제나 많다.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는가...내년에는 더 읽고 쓰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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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이름님의 글을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