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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아스팔트요. 들어와서 보니 마카담 스토리가 되었더라 하더라. 국내에서도 아스팔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면 어떤 질감의 포스터가 나왔을까. 포스터를 비교해보니 같은 영화가 아닌 것만 같다. 뭔가 국내 포스터는 마션의 겨울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마카담의 뜻 또한 아스팔트와 연관이 되어 있고 이 영화의 숨은 주인공인 피카소단지 아파트를 부르는 애칭이라고 하니 그렇게 성낼 제목은 아닌 듯. 오래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영화는 홀로 사는 사람들을 비춘다. 홀로. 소년. 이민자 노인. 정확히 무어라 말하기 힘든 남자. 그들에게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 옆집에 살게되는 여배우. 불시착한 미국인 우주비행사. 새벽 한 시마다 담배를 피우는 병원 간호사. 세 이야기를 묶을 수 있는 것은 구름낀 하늘과 오래된 아파트. 누구도 이 세 이야기를 따로 떨어뜨려 이야기하긴 힘들 것이다. 그들의 모양이 닮아 있다.
영화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외롭고 슬프다. 이렇게 말하니 웃기다. 이렇게 큰 말들. 무게감을 낮춰서 다시 한 번, 귀엽고 사랑스럽고 외롭고 슬프오. 어느 부분에서는 응? 좀... 이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눈감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기엔 이미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버렸다.
우주를 그리는 정성과 여배우의 옛 영화를 본 소년의 눈빛.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문, 문들. 차가운 보드카와 이불. 쿠스쿠스. 가겠다는 마음. 작은 식탁과 찬 바람. 영화의 배경은 사실상 황무지. 찬바람과 기이한 소리와 오래된 벽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뭔가 올해의 마무리를 <더 랍스터>로 할 줄 알았는데 <마카담 스토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더 랍스터>는 내 사랑이 되어버렸으니 <마카담 스토리>는 옆에 서 있으라. 올해 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 아주 좋았던 것만 빼면 잘 기억이 안나는 것 같기도 하다. 병신년부터는 본 영화를 노트 한 켠에 적어놔야겠다. 여튼 <마카담 스토리> 좋게 봤는데 개봉관이 별로 없다. 이마저 곧 사라질 것 같기도 하고. 이자벨 위뻬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봤겠징.(그러하다! 영화 속 여배우를 맡은 여배우는 여배우 중의 여배우 이자벨 위뻬르인 것이어따) 이것은 오늘의 일기인가. 아 집 춥다. 손 시렵다. 아.